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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결 : 아파트단지의 보편적 확산과 일상

비를 통한 아파트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이는 도시주거의 풍요로운 공간 환경이 결여된 자리를 첨단 설비와 기능향상 그리고 과시적 장식으로 채워 넣으며 사 람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보이지 않는 삶의 진정한 가치보다 눈에 보이는 외적 스펙터클을 중요시하게 되었으며, 빈약한 주거의 일상을 편리한 첨 단기기와 시각적 쾌락으로 가림으로써, 인간 본연의 감성과 정서 그리고 일상이 중요 하다는 기본적 진리는 은폐되어 갔다.

또한 문화는 대부분의 경우 시간적 차이를 두고 상류계급에서 하위계급으로 전파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외현적 양상이 과시적 장식으로 일관된다면 동일계층끼리는 평준 화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하위계급은 언제나 재현과 모방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 문에 이를 따라잡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소외만 되풀이될 뿐이다.

이와 같이 아파트단지의 물리적 환경의 획일성은 삶의 양식의 유사성과 관계를 맺으 며, 나아가 가치관과 의식의 획일화까지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또한 획일성에 기반 한 서열화와 경쟁은 오히려 문화적 평준화로 귀결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이러한 주 거유형의 특성을 기반으로 그동안 사회적 안정과 경제성장을 이룩하기도 하였지만, 주 거가 일상적 삶을 담아내는 공간으로서 거주자의 의식뿐만 아니라 정체성까지도 형성 한다는 점에서 주거의 동질성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상전반까지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생산과 공급의 영역에서 바라보면, 서구 근대 산업 자본주의의 합리성과 효율성 이념 을 매개로 사용자 혹은 거주자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고착되었으며 주거생 산방식도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물량주의와 표준설계로 나아가게 된다. 또한 주거계획 에서의 지향가치도 기능과 효율 등의 합리적 가치와 가족주의 및 개인주의와 같은 사 생활 강화 그리고 평등주의라는 일반 논리로 환원된다. 나아가 주거 공간구성도 자체 완결적이며 기능 중심적으로 일관하며 공간의 구획과 분화에 초점을 맞추고 내향화되 며 사회적 관계나 소통은 간과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롭게 경험된 편리함이라는 가치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정당화시키는 중요한 거주 가치로 부각되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도시와 주거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전 세계적 상황과 비교하여 도 유례가 없을 만큼 아파트라는 단일 주거유형이 거의 전 국토를 지배하며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국내 역시 고층 아파트단지의 확산에 대한 일부 전문가 들의 비판이 있기는 하였지만, 소비자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아파트의 편리성 은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플레이션 하에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자산의 보 전 및 증식 수단으로 확산되어왔다.254

이러한 특성은 서구에서 아파트가 저소득층 도시주거로 도입되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한국의 독특한 주거문화를 형성하는 배경으로 작용해왔다. 즉 한국에서 아파 트는 근대적 주거공간의 편리함과 더불어 하나의 상품으로서 확산되며 자산 증식의 수 단, 신분과 지위의 상징 등 다양한 소비사회적 요인들이 맞물리고 얽히면서 오히려 대 다수 국민의 선망의 되어버린 특수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가장 획일적이고 가장 경제적인 근대적 주거유형이 국내의 압축적 경제성장 이라는 특수한 상황 하에서, 현대 소비 자본주의와 동시적으로 결합하면서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산업사회 대도시에서 노동의 재생산을 위해 제공되었던 저소득층 주거와 1960년대 이후 현대 소비사회에서 차이의 욕구를 실현하는 ‘소비’

의 대상으로서의 집이 한국의 아파트단지에서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255

254 아파트가 확산될 수밖에 없었던 요인으로서 도시화, 택지부족, 지가상승 등의 구조적 요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왔다.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주택난 해소를 위해 아파트 중 심의 대량주택공급이 이루어졌고, 아파트의 편리성과 우수한 거주성은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선택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255 즉 우리나라 신도시는 노동의 재생산의 공간이자 각종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아파트 단지 들이 경쟁하는 장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아파트라는 도시주거 유형을 자본주의라는 사회구조와의 관계를 통하여 바라봄으로써, 국내의 아파트 확산 현상을 급속한 경제성장, 짧은 시기 고도의 경제성장 등으로 흔히 일컬어지는 ‘압축적 경제성장’의 결과로 파악하고자 한다. 그 리고 여기서 ‘압축적’이라는 의미는 근대 산업 자본주의와 현대 소비 자본주의가 서구에서와 달리 국내에서는 다소 시간적 차이는 있으나 거의 동시적으로 발생하였다 는 데에 그 핵심을 두고자 한다. 이는 아파트가 1960년대에 도입되었지만 한국사회가 소비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한 1990년대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에 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즉 한국은 사회적 구조와 지향가치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산 업화와 압축성장 과정으로 자본주의 논리가 비판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주거유형에 까지 과도하게 전파된 측면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시주거와 관련하여 근대 산 업 자본주의와 현대 소비 자본주의적 특성이 거의 ‘동시성’을 가지고 발생하면서 생산과 소비의 자본주의 특성에 내재된 일상의 소외는 이중적으로 가속화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산업사회와 소비사회 메커니즘의 동시적 중첩은 특수한 한국적 기업 형태인 재벌 및 대규모 건설업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라는 고도의 관료제의 개입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었다. 르페브르는 현대 ‘소비조작의 관료사회’에서 개인 은 관료제와 자본에 의한 소비 조작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는데, 정부와 더불어 특히 한국의 재벌은 대규모 자본을 갖는 고도의 관료제로 고도의 합리성을 통해 일상생활의 조작이 가능한 기업형태인 것이다.

[ 고도의 관료제 ] 정부 + 대규모 민간건설업체 / 건설재벌

생산과 공급의 영역 : 표준화된 대량생산 주거유형 소비와 수요의 영역 : 주거의 상품화

아파트 공급 대상 사용자 / 거주자 개념의 보편성

도시주거 유형의 단일성 : 아파트단지의 보편적 확산 주거생산방식

물량주의와 표준설계 주거계획 지향가치 합리적 가치 및 사생활 중시

주거공간특성 기능중심의 구성과 내향화

아파트 소비주체 중산층 수요자 중심

주거소비방식 선분양제도와 모델하우스

주거계획 지향가치 자산의 증식과 신분의 상징

주거공간특성 삶의 양식화와 문화적 평준화 상호

작용

근대 산업 자본주의와 대량생산 현대 소비 자본주의와 소비문화

효율적 생산과 포디즘적 생산방식 차이의 욕구와 광고 이데올로기

[표 3-5] 생산과 소비의 이원화와 아파트단지의 보편적 확산

또한 생산과 공급 차원에서의 사용자와 거주자 개념의 보편성은 주거 상품화를 위해 개성 있는 주택보다는 무난하고 범용적 특성을 갖는 주택의 상품가치와 연결되고, 정 부와 민간건설업체라는 공급자의 이익과 편리한 자금동원을 위한 선분양방식과 분양가 상한선 제한이 소비자에게는 또 다른 편협한 경제논리 즉 부동산 투기로 이어졌다. 이 와 더불어 물량주의와 표준설계에 의한 획일성이 주택의 가치를 쉽게 수치화하고 계량 화시킴으로서 서열화의 기반으로 작동하고 부와 신분의 상징이라는 의미를 부여받는 등, 아파트단지의 생산과 공급의 차원 그리고 소비와 수요의 차원에 내재된 논리는 그 자체로서 그리고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더욱 가속화시킴으로서 아파트의 보편적 확 산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 결과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욕구 등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20세기 후반의 서울에서 고층 아파트단지 외에 물리적으로 다른 대안은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결 국 그것은 선택의 문제도 아니며, “생각의 힘 이전에 사물 자체의 힘이 세상의 흐름 을 결정지은 것”256 이라고도 할 수 있다.

256 송도영, “우리에게 아파트란 무엇이었는가”, 공간, 2003년 9월호, p.85.

도시주거가 일상의 토대로서 그 인간적이고 개별적인 가치를 담아내야 하는 장소임을 전제로 한다면,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이나 소비에 기반한 자본과 사회구조의 논 리를 파악하고 도시주거라는 시설을 논의하는 데 있어 현 시점에서 그 일상적 현실의 소외에 대한 분석의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은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4장에서는 3장에서 논의한 아파트 단지에서의 생산과 소비가 이원화됨으로써 서로 다른 사회구조적 이념에 근거하며 이중적 소외의 기반이 되는 현실을 바탕으로, 브랜드 아파트 시대의 등장으로 그 상품화 양상이 발전되고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국내 도시주거의 일상적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