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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을 담아내는 개념인 만큼 다양한 층위와 관점에서 해석 가능하지만, 그 중에서도 통상적으로 공유되는 가장 일반적인 특성은 빈도와 지속성 등의 시간적 차원이다. 그러나 질적 속성에 있어서는 특별하지 않은 것 따라서 비천하 고 진부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공간적 차원에 있어서도 구체적 사건과 공간에 기 반한 실제적 경험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상 자체는 다양한 층위들을 모두 포괄하는 가치중립적 개념으로, 다만 특정 시점마다 그 저변에 존재하는 비가시적인 사회구조의 체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드

러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상의 의미 역시 역사적으로 다양한 체계 및 이데 올로기와 결부된 채 변화하여 왔고, 시대에 따라 부정적 혹은 긍정적으로 각기 다르게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즉 고정된 일상에 대한 개념보다는 해당 사회구조적 상황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특정 시점에서 외현화되어 나타나는 일상에 대한 해석이 의미 있는 것이다.

건축 특히 주거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도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상을 그 토대로 삼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일상이 사회구조의 영향을 받는 것처 럼 공간 역시 순수하고 객관적인 영역이 아니며 그 시대의 관념이 반영된 ‘사회적으 로 생산된’ 산물이다. 따라서 현 시점의 일상과 도시주거를 이해하기 위해 사회구조 적이고 이념적인 토대를 살펴보는 작업은 필수적이며, 이는 이후 3장에서 논의할 국내 도시주거의 생산과 소비의 차원과 결부되어 그 이론적 근거가 된다.

또한 근대 이후 현대로 접어들수록 기술의 발전과 자본주의 사회구조의 영향 하에서 일상은 구체적 시공간이라는 물리적이고 현실적인 세계 내부로 한정되지 않으며 그 범 위가 더욱 확장되어 나타난다. 그 결과 개별적이고 실제적인 사용과 경험의 차원 이외 에도 이미지가 전달하는 특정한 관념이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건축에 있 어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근대 이후 공간은 구체적 실체로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욕망을 담은 이미지로서 확산된다.

그리고 이미지는 미디어와의 관계 속에서 작동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현대 대중 건축뿐 만 아니라 근대 이후 엘리트 건축 역시 이념의 전파와 확산을 열망함으로써 건축의 상 품화라는 맥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상품화가 엘리트 건축의 경우는 이론과 비 평의 차원으로 나아갈 것이고 대중건축의 경우는 광고와 소비자와 관련된 논의로 더욱 확장되겠지만, 엘리트 건축과 대중 건축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화 경향과 이를 위한 이미지의 활용은 이제 자본주의 하에서 건축의 일반적인 존재양식이 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건축에서 발생하는 미디어와 이미지의 관계, 시각적이고 수사학적인 기교와 설 득의 기법 등은 사물의 실체와 그것의 이미지 나아가 건축(arthitecture)과 건축적인 것(architectural) 사이의 경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일상의 경계 확장으로 도 이어진다. 이미지를 통해 건축에서 실제적 삶과 사용의 차원이 배제될 수도 있고 잠재적 가능성과 욕망을 담아냄으로써 새로운 실체의 생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듯이, 일상에 있어서도 인간적이고 긍정적인 함의를 갖는 일상적 삶의 구현으로 이어지는 수

단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소외로 이끌 수도 있다.

이처럼 해당 시대의 사회구조뿐만 아니라 근대 이후 사회구조에 기반하여 발전된 이미 지와 실체의 다양한 메커니즘 역시 일상과 공간 내부로 침투하며 사람들의 삶에 영향 을 미친다. 그리고 이는 국내 도시주거라는 공간과 그 안에 담겨지는 일상과도 관련을 맺으며 이를 위한 논의의 토대로 작용한다.

제3장 국내 도시주거 유형의 단일성 : 생산과 소비의 이원화

국내에서 아파트단지라는 주거유형은 초기부터 중산층 가족을 위한 이상적인 도시주거 유형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계층과 가구 유형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거주 양식으로 정착되어 왔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서구 선진국에서 단독주택이나 타운 하우스 등이 중산층 가족을 위한 일반적인 주거유형으로 인식되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 적이다.

[그림 3-1] 2005년 11월 파리 폭동의 진원지인 방리유(좌)와 우리나라 아파트 경관(우)

특히 그 중에서도 고층고밀의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서구에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인식 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주요한 주택공급 수단으로 선호되고 있다는 사실에 한국적 특수성이 자리한다. [그림 3-1]과 같이 2005년 11월 파리 폭동의 진 원지인 방리유의 도시 전경과 우리나라 아파트단지 경관의 유사성을 통해서도 이를 확 인할 수 있다.128

128 대도시의 교외, 변두리 등의 뜻을 가진 방리유에는 대부분 10-20층 규모의 공동주택인

그리고 이처럼 국내 도시주거가 고층고밀의 아파트단지 유형으로 단일화되어 진행되는 현상의 이면에는 공간이 중립적인 범주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것이라는 르페 브르의 주장처럼 사회구조에 의한 정치 및 자본의 논리가 개입되어 있다. 이는 생산과 공급의 영역 그리고 소비와 수요의 영역에서 아파트단지라는 도시주거 유형의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아파트단지에 투영된 생산과 소비의 사 회구조적 논리는 그 안에 담긴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며 소외로 이끌 가능성 역시 내재 한다.

따라서 3장에서는 2장에서 다룬 사회구조의 이념적 토대를 근거로 국내 도시주거의 생산과 소비를 논의함으로써 아파트단지가 보편적으로 확산되어 나타나는 이유를 살펴 보고자 하며, 이러한 생산과 소비의 논리에 기인한 도시주거 상품화 경향은 4장에서 국내 도시주거와 일상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