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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전통의 공화주의에서 시민적 덕성은 비지배 자유 보장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페팃은 정부의 형태가 조작 불가능한 법률 의 기반 위에서 성립되었다면, 이제 시민들은 반드시 정부의 의사결정에 대한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견제적 재량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Pettit, 1997: 186-187). 또한, 페팃은 정부의 의사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력이 공 고히 되기 위해서는 견제를 위한 기초적 기반과 견제 통로, 그리고 적절한 견 제를 위한 시민들의 포럼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Pettit, 1997:

186-187).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를 위해서는 심의의 형태를 정해야 하며, 이러한 비판이 시민들 사이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혹은 다른 시

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전달 수단이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함도 중요하다. 그 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서로 직접적인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회의 체나 포럼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우선 페팃은 시민들의 견제를 위한 가장 기초적 전제 조건은 견제를 위한 토론과 심의의 형태를 정하는 일이라고 판단한다. 그는 흥정 중심적 (bargain-based) 의사 결정 방식보다는 토론 중심적(debate-based) 의사 결정 방식을 선호한다(Pettit, 1997: 187-188). 흥정 중심적 방식은 집단의 이익을 보 장받기 위해서 타협하거나 양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참여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이미 자신들이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얻어야만 하는 이익의 적정량을 미리 정해 놓고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흥정 중심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참가자 자신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서 전략적 양보와 타협이 난 무하게 된다. 이에 비해, 토론 중심적 방식에 참가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자신 들의 생각이나 기준점을 미리 정해 놓지 않고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따라서 토론 중심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이나 기준점이 다 른 사람들의 의견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된다.

페팃의 입장에서, 흥정 중심적 방식이 공화주의 심의의 방식으로 채택될 수 없는 이유는 현실의 권력 관계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자의적 결정으로 흘러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협상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의 대결일 경우, 협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항상 우월한 결과를 가져갈 것이므 로 공정한 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페팃에게 있어 공화주의 심의의 방식이 토론 중심적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다 결정적 이유는 자신의 이론 의 정당함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Pettit, 1997: 187-188). 이성을 가진 누구라도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달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관용하여 수용할 수 있다면 언제나 개방되어 있다는 점이 공화주의 정신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의 첫 번째 전제조건이 토론 중심적 의사 결정 방식이라는 점은 시민들 사이의 권력 관계의 비대칭성, 즉 도미니움 (dominium)23)이 발생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역

할을 할 수 있다. 페팃의 입장에서 비지배 자유로서의 공화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 사이의 도미니움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한데, 현실의 권력 관 계를 함축하는 흥정 중심의 방식보다는 정부의 어떠한 결정과 의견에도 대항 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할 수 있는 개방형 방식인 토론 중심의 방식이 시민들 서로의 비자의적 권력 관계를 자연스럽게 상쇄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 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토론 중심의 의사 결정 방식이 지닌 한계와 관련된 것인데, 그것은 바로 토론 중심 방식이 과연 항상 합의에 이를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이에 대해 페팃은 정부의 결정 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력으로서의 토론은 반드시 합의에 이르러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Pettit, 1997: 190). 정부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시민들 차원의 합의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다만 정부의 결정에 대해 시민들 사이의 토론이 교착상태에 빠지지 않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Pettit, 1997: 190). 즉, 시민들이 모든 정부의 결정에 대해서 비록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그러한 합의를 위한 노력과 대화는 충분히 정부에 대항한 결집력 을 보여줄 수 있으며, 그 자체로도 정부에게 시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 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적 견제력의 다음 논의 사항은 견제하려는 내용의 전달과 관련된 구체 적인 수단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페팃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구분하 여 설명한다. 입법부의 경우는 직접 선거에 의해서 그 구성원이 선출되어야 하며, 행정부와 사법부는 성별, 계급, 인종 등을 골고루 분배하는 ‘통계적 대표 성’에 따라 그 구성원이 할당되어야 한다(Pettit, 1997: 190-192). 우선 입법부 의 경우 시민들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견제할 수 있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그들의 정치적 과오를 판단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점에서 직접 선 거는 훌륭한 견제의 통로이다. 그러나 행정부와 사법부는 선거가 아닌, 정부의 임명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의 요직은 지역, 인종, 계급을 적절히 고려 하여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계층과 집단을 옹호하는 구성원을 임명하 23) 페팃에 의하면, 도미니움(dominium)은 시민들 간의 사적 지배, 임페리움(imperium)은 시민

였을 경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민들의 견제가 사전에 차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합리적인 통계의 기준에 따라 행정부와 사법부의 구 성원을 분배해야 하며, 이러한 기반 위에서 견제의 통로는 실현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견제의 통로로서 페팃은 의회대표자에게 편지를 쓰는 방법, 행정 감찰을 요구하는 방법, 사법적 결정에 대한 상급법원에 항소할 권리, 그 리고, 시위의 권리와 같은 비교적 덜 공식적인 방법을 소개한다(Pettit, 1997:

193). 페팃이 말하는 시위를 통한 견제는 환경과 관련된 녹색 운동이나 공정 거래와 같은 소비자 운동을 포함한 사회 운동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교육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로서 교육 운동을 주도하고 참가하는 행위는 최소한 페팃에게 있어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할이자 능력으로 평가되는 것이 다.

마지막으로, 견제력의 세 번째 조건은 시민들이 정부에 대한 견제의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공청회나 포럼의 조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Pettit, 1997: 195). 공청회는 정부와 시민 단체이 서로 동석하여 토론과 심의를 진행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반응적(responsive)’인 것이다. 반응적이 라는 특징은 매우 중요하다. 반응적이라는 것은 정부가 시민들의 견제를 외면 하거나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여 정부의 의견 을 수정하는 것이 포함된 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가의 사형 제도가 법률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 실행되지 않아 잔혹한 범죄 행위가 만 연한 사실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실질적인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공청회를 열 었다고 할 경우, 국가는 이미 사형 제도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의 변화된 결정 을 전제로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페팃은 공청회의 실질적인 효과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자세히 언급한다. 그 가 보기에, 공청회를 실시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집단은 반 드시 생긴다. 그는 견제력을 행하는 공청회에서 실망하는 이유에 대해 약한 이유와 강한 이유 2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우선, 공청회에 실망하는 약한 이 유는 자신의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좋은 장소로 거듭날 수 있는 도로나 공항 등의 유치 실패와 같은 경우이다(Pettit, 1997: 198). 공청회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설득력 있는 논거와 자료를 수집하여 노력하였지만 결국에는 자 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이다. 페팃에 따르면 이러한 불만족은 다소 해결하기 쉬운 형태로 분류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도로나 공항 설치 등의 문제는 시민 서로간의 문화적, 종교적, 철학적 교설들의 심각한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Pettit, 1997: 198). 이러한 문제들은 이성적 능 력을 지닌 시민들 입장에서 최소한 정부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절차적으로 공정한 공청회를 통해 결정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수용하고 받아들일 여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공청회를 통해 만족하지 못하는 강한 이유는 시민들 사이의 문화적, 종교적, 철학적 차이가 심해서 발생하는 불일치의 경우이다(Pettit, 1997: 199). 예를 들 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와 관련해서,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통해 만일 양심 적 병역 거부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이에 실망하는 시민 혹은 집단은 종교적 신념의 불이행으로 인한 절박한 불만족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심각한 불일 치는 시민들 사이의 건전한 견제력을 아예 상실시켜 버릴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에 대해 페팃은 최소한의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대안적 조치는 필요하다 고 주장한다(Pettit, 1997: 199-200). 대체 복무와 같은 충분한 대안들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민적 견제력으로서의 민주주의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상 정하는 것이 적절한가. 다만 견제적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모든 개인의 단일한 합의점을 구축하여 정부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맞는가. 페팃은 여기에서 “민주적 과정은 이성의 요구가 스스로를 구현하고 부과하는 것으로 구상되는 것이지, 의지에 어떤 특정한 지위를 부여하는 과정 이 아니다(Pettit, 1997: 201)”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시 민들의 이성적인 판단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 그러한 결정에 대 해 어떠한 의지를 지닌 강압적 행동을 의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것은 그가 앞서 주장하였던 비지배 자유가 적극적 자유와 차별 화되는 이유로서 민중주의로의 경도 가능성을 배제하는 차원에서 쉽게 이해되 는 부분이다. 적극적이고 민중주의적 다수의 합의는 그 자체로서 소수 집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