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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과 교양을 통한 준법정신의 고취

이 문제들은 가족과 친구만이 아니라 까다로운 시민들을 상대로, 자신의 도덕적․정치 적 신념을 명확히 하고 그 신념의 정당성을 증명하라고 촉구한다(Sandel, 2009: -29).

이러한 주장을 통해 샌델이 왜 우리에게 토론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 는 우리의 삶의 지배할 수 있는 여러 도덕적․정치적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가 고민하지 않으면,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대화나 토론을 하지 않으면 결국에 는 우리는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도덕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우리의 도시에서의 자유와 행복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바로 샌델이 말하는 토론 공동체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 고 여러 도덕적 현안들이 설령 합의되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문제 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는 점 을 명확히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샌델 역시 페팃이 강조하는 비지배 자 유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페팃이 ‘공화주의적 헌정주의’를 표방하고, 샌델이 비지배 자유와 거의 유사 한 삶을 추구한다는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페팃과 샌델 모두 적극적으 로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적 덕성을 강조하는데 이견의 여지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현대 공화주의를 도덕 교육에 적용할 때, ‘현대 공화주의적 덕성’을 ‘정치적 현안과 제도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참여’로 규정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페팃이 자신의 공화주의적 자유가 ‘자신이 동의한 법률에만 복종하는 것’으 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법률이 라도 그러한 법률을 존중하고 기꺼이 준수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성”을 요구 한다. 페팃은 입법과 정책의 결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키고 준수하는

‘규범의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러한 준법의식 혹은 규범의식의 강조 자체 가 샌델의 아테네 전통의 공화주의와 수렴될 여지가 존재한다. 왜냐하면, 아테 네 전통의 공동체의 법률에 대한 절대적 헌신과 달리, 로마 전통이라고 한다 면 흔히 규범보다는 비지배 자유의 보장과 같은 소극적 형태의 자유에만 관심 이 많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논의를 통해 보겠지만, 페팃, 그리고 로마 전통의 시초인 키케로 역시 ‘규범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강 조하였음 알 수 있다. 페팃의 주장을 살펴보자.

적절한 공화주의 법률의 고안을 넘어서, 우리가 목표로 했던 정체를 달성하기 위해 필 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고안된 법이 비지배라는 명분을 너무나 잘 충족시킨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이러한 법이 공화국이 갖추어야 할 적절한 목적과 형태를 규정하고, 공화국의 공직자를 규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효과적인 장치를 구비하고 있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비지배 자유가 정말 증진되기 위해서, 이러한 법의 보완책으로는 무 엇이 요구될까? 그것은 바로 규범(norms)이라고 말할 수 있다(Pettit, 1997: 241).

여기에서 페팃이 주장하는 규범은 비지배 자유를 위한 ‘수단적인 역할’에 머 무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비지배를 위한 매우 효율적인 장치들이 마련되었 다고 하더라도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비지배는 향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에게 규범의 역할은 ‘수단적’이라기보다는 ‘필수 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공화주의적 법을 뒷받침하는 규범이 있는 정체에서 사람들은 더 높은 수준의 비지배를 누린다. 만일 그러한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할 경우에만 법을 지킬 것이다. 시민적 교양을 발휘하지 못한 채 그들은 마지못해 법을 존중하게 된다. 규범을 지키려는 교양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법의 규제 하에서만 타인을 지배하 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비지배의 진정한 향유는 간섭받지 않는 영역을 감시하는 법률

이상을 필요로 한다. 즉 법이 감시할 수 없는 영역에서도 비지배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으로 성립된 규범을 필요로 한다(Pettit, 1997: 246).

페팃은 시민에게 규범이 체화된 상태를 ‘시민적 교양(civility)’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러한 시민적 교양은 공동체의 문화적 속성을 시민 스스로 구성하여 체득한 것으로서, 그러한 문화적 속성에는 도덕적 요소들이 함축되어 있다. 이 러한 시민적 교양은 비지배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를 위해 단순히 필요로 요 청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법과 제도의 존립에 의존하지 않는 그 자체로 존립 가능하며, 심지어 법과 제도보다 앞서 그것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보유 한다. 그의 주장을 살펴보자.

여성의 역할 개선이나 소수민족의 지위 향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하자. 만일 이 러한 여성 평등 문제와 소수민족의 지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이 제정된다면, 그것 은 바로 여성과 소수민족의 불평등을 먼저 인식했던 시민적 교양의 힘이 없었다면 불 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시민적 교양은 법과 제도보다 오히려 창조적인 역할 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Pettit, 1997: 247-248).

페팃의 공화주의에 있어 ‘시민적 교양’은 법과 제도보다 오히려 더 창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그 독립적 지위를 인정받는다. 페팃은 ‘시민적 교 양’을 공화주의에서 흔히 사용하는 ‘시민적 덕성’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하면 서, 이러한 ‘시민적 덕성으로서의 시민적 교양’은 공동체 전반에 걸쳐 광범위 하게 존재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Pettit, 1997: 245).

사실 ‘시민적 교양’ 개념은 키케로 공화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페팃 의 ‘시민적 교양’이 키케로에게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시민 적 교양이 지닌 함축적 의미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앞의 Ⅱ장의 1절 2)항에서 살펴본 것처럼, 키케로는 ‘준법의 신성함(divinity)’을 강조하였다. 이 러한 ‘준법에 대한 강조’가 페팃의 공화주의에서 ‘공화주의 전통의 정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키케로의 공화주의는 법과 시민들의 준법정신의 적절한 조화 를 통해 보다 발전된 형태의 공화주의를 완성한다. 이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

해 공동선, 정의, 혼합정, 준법의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국가(Res Publica)는 인민의 것(res polpuli)입니다. 인민은 어떤 식으로든 군집한 인간 의 모입 전체가 아니라, 법에 대한 동의와 유익의 공유에 의해서 결속한 다수의 모임 입니다. 한편 인간이 결합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인간들의 연약함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어떤 것, 마치 군집성(congregatio) 같은 것입니다. 사실상 인간은 홀로 떠 도는 종류가 아니라, 모든 것의 풍부함을 부여받았어도 사회 속에서 사는 것이 자연에 의해서 강제되도록 태어난 것입니다(Cicero, 2007: 130 ).38)

위의 인용문에서 키케로가 “법에 대한 동의와 유익함의 공유에 의해서 결속 한 다수의 모임을 국가”로 명명한 것은 국가의 존립의 이유가 인민의 정의 실 현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즉 키케로의 발언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 체제(res privata)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 혹은 공동선(salus populi)를 추구하 는 공화주의 국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발언의 함축된 의미는 통치자의 권 력과 힘에 따르는 ‘자의적 통치’보다는 공동선을 위한 ‘인민들이 합의한 법률 에 따르는 통치’만 정당하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키케로의 공화국(Res Publica)은 각자 개별 시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모인 집단이 아니라, 공동의 합의를 통한 법 제정을 통해 통치가 이루어지는 국가 형태였음을 알게 된다.

키케로는 시민들이 정한 이러한 법을 신성하게 지킬 것을 강조한다. 즉 법 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경건함과 엄숙함을 가져야 하며, 법을 단순히 자신의 사적 이익을 얻기 위한 도구적 의미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한 ‘공화(res publica)’의 개념인데, 키케로는 ‘공화국’

을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 법과 권리에 의해 구성된 사회적 실재’로서 정의한 다. 하지만 이때의 ‘동의’의 의미가 ‘근대적 의미의 동의’를 내포하지는 않는다.

38) 이 인용문에서 주목할 점은 로마 전통 공화주의의 시초로 평가되는 키케로 역시 아리스토 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군집성을 자연적 본성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키케로의 군집성은 스토아학파의 본성론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동물 논 제와는 다른 차원의 존재론적 논거라 하더라도, 인간은 필연적으로 군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로마 전통 공화주의 역시 아테네 전통 공화주의와 같은 존재론적 출발점을 지닌다고

키케로는 공화국을 ‘인민의 것(res populi)’으로 규정했으며, 이때의 인민은 단 순히 ‘집합적으로’ 모여 있는 군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조승래, 2010:16).

“그것은 어떤 법체계에 동의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다수를 의미한다(조승래, 2010:16).” 여기에서 공화국의 구성원으로서 인민이 동의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기의 이익이나 자기가 속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협상이나 전 략으로서의 동의가 아니라, 공화국에 속한 구성원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보다 공화국의 시민들의 공동의 노력을 의미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 하면, 키케로는 국가를 협의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따른 자연적 산물 로 인식하며, 시민은 사회적 본성에 따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공동 의 노력을 해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Radford, 2002: 28-41).

그러나 키케로의 준법의 근거로서의 공화(res publica)가 근대적 의미의 사 회 계약적 동의 개념이 아니고, 또한 순전히 사익보다는 공익을 위한 것이었 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키케로의『의무론』에 기술된 국가 설립목적을 살펴보아야만 한다.

그런데 국가 행정을 담당해야 할 사람이 제일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은 각자 자기의 것 을 소유하게 되며, 사유재산에 대해서는 국가의 간섭에 의한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각자의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는 이 특별한 목적을 위해 공화국 제도와 시민공동체가 수립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록 인간은 자연이 부 여한 인간 본성에 따라 본능적으로 한데 모여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각 자 자기의 재산을 지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그들은 도시의 보호를 받고자 했던 것이다(Cicero, 2006: 163).

여기에서 키케로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를 이루는 특성’을 가지고 태어 나기는 했지만, 각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공화국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국가의 설립 목적’은 이러한 ‘이중적인 성격’, 즉 ‘본성적 요소’와 ‘재산 보호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로마 공화국의 설립 목적에 있어 재산 보호적 요소는 고대 그리스의 사유 재 산 개념이 아직 명확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보다 발전된 시민의 요구를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