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읽기> 로마 전통 공화주의의 자유의 개념
(가) 비지배 자유의 개념이 우리가 공화주의 전통에서 발견하는 자유의 관점이라고 생각하 는 데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 번째는 자유주의라는 근대주의적 접근과는 대조적으로 공화주의 전통에서 자유는 항상 리베르(liber)와 세르부스(servus), 즉 시민과 노예 간의 대 조를 통해 표현된다는 것이다. 자유의 조건은 노예와는 달리 타인의 자의적 권력에 종속되 지 않는 사람, 다시 말하면 타인에 의해 지배받지 않는 사람의 지위로 설명된다. 그렇기 때 문에 실질적 간섭이 없어도 자유의 손실은 있을 수 있다고 간주된다. 간섭하지 않는 주인의 시나리오에서처럼 간섭이 없어도 노예화와 지배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페팃『신공화주의』
(나) 우리는 공화주의적 자유 개념이 벌린과 콩스탕이 묘사하는 소극적 자유나 적극적 자 유, 그 어느 것과도 같은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공화주의적 자유는 그것이 자유가 없는 상태를 단순히 간섭받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자의적 권력에 의해 간섭받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상태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적 자유와 다르다. 어떤 공화주의적 정치 사상가도 벌린이 생각하듯이 자유를 ‘자유주의적’ 전제군주 치하의 신민들이 누리는 자유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러한 전제군주는 언제라도 자신의 판단에 의 해 신민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신민들은 어떤 간섭도 받고 있진 않지만 실제로는 예속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것을 자유주의자는 자유로운 상태로 묘사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공화주의자는 결코 그럴 수 없다. 또한 공화주의자는 자유를 위해 특정한 삶의 유형 또는 특정한 자아의 유형을 강조하지 않는다. 자유를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주종관계(예속)가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비롤리 『공화주의』
표11. 공화주의의 ‘자유’ 개념에 관한 원전 읽기의 예시(1)
<원전 읽기> 아테네 전통 공화주의의 자유의 개념
현재 우리가 신봉하는 자유주의 공공철학의 핵심은, 자유란 자기 자신을 위한 목표를 스 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정치는 시민의 덕성이나 인성을 육성하거나 교화 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도덕을 법률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책이나 법률을 통해 “좋은 삶”에 대해 특정 개념을 규정해서는 안 되며, 사람들이 그 안에서 자신 의 가치관과 목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중립적 권리 체계를 제공해야 한다.…(중략)…
이 같은 자유에 관한 개념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하기에, 이것이 미국 정치의 전통이 자 유구한 특성인 듯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에 널리 퍼져 있는 이 공공철학은 사 실 상당히 최근에 대두된 것으로, 고작 지난 반세기 동안 발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이론의 독특한 특성은 그것이 점차 대체하고 있는 또 다른 공공철학, 바로 공화주의 정치이 론과 비교할 때 특히 두드러진다.
공화주의 이론의 핵심은, 시민의 자유가 자치에 참여하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사고는 자유주의적 자유와 상충되지 않는다. 정치 참여는 개인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 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화주의 정치이론에 따르면 자치에 참여 하는 데는 그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시민들에게 공동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며 정 치 공동체의 운명을 만들어가도록 돕기 때문이다. 공동선에 대해 숙고하기 위해서는 나 자 신의 목표를 선택하고 타인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존중하는 능력, 그 이상의 것이 필 요하다. 공적 사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전체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 현재 기로에 놓 여 있는 공동체와의 도덕적 유대 또한 필요하다. 따라서 자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시민적 덕성을 보유하거나 습득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공화주의적 정치가 시민들이 지지하 는 가치와 목표에 대해서 중립적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자유주의자들과 달리 공화주의자들 이 생각하는 자유는 형성적 정치(formative politics), 다시 말해 시민들에게 자치에 필요한 자질과 특성을 계발하는 형태의 정치를 필요로 한다.
-샌델『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아테네 전통 공화주의의 자유 개념’에 관한 원전은 자치로서의 자유를 설명 한 샌델의 원전을 원용하였다.
표12. 공화주의의 ‘자유’ 개념에 관한 원전 읽기의 예시(2)
<탐구활동> 공화주의 사상에서 강조하는 ‘진정한 준법정신’에 대해 생각해보기 레굴루스가 두 번째 콘술일 때, 아프리카에서 한니발의 아버지 하밀카르 휘하의 라케다이 모니아인인 크산팁푸스 장군의 책략에 걸려 포로가 되었다. 그러자 카르타고는 만약 그가 로마에 포로로 잡힌 포에니의 귀족 출신인 장군들의 송환에 실패한다면, 그 자신이 카르타 고에 되돌아와야 한다는 맹세를 하게끔 하고 그를 로마 원로원에 보냈다. 그가 로마에 왔을 때 그는 유익한 것처럼 보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생각하였다. 즉 조국에 남는 것, 처자식 과 함께 자기 집에서 사는 것, 전쟁에서 당했던 파멸은 전쟁의 공통의 운명인 병가상사라고 판단하면서 콘술의 권위와 신분을 유지하는 것 등을 말이다. 그러나 그는 사실이 보여주고 있듯이, 이것은 헛되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유익하다는 점을 누가 부정하 는가? 너는 도대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바로 레굴루스의 위대한 불굴의 정신과 용기가 그것은 유익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중략)…그는 포로들을 돌려보내는 것이 유 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저 포로들은 청년들이며 훌륭한 장수들인데 반하여, 자신 은 이미 늙어 쇠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그는 권위가 있어서,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 지고 그 결과 포로들을 남겨놓고 그는 카르타고로 돌아갔다. 결국 조국애와 가족들의 사랑 도 그를 가지 못하게 붙잡지를 못했던 것이다. 사실 그때 그는 자신이 가장 잔인한 적을 향 해 가장 잔혹한 처벌을 받기 위해 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지만, 그러나 맹세 한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키케로 『의무론』
탐구활동 1. 위의 예화에서 레굴루스는 자신의 목숨이 달린 약속이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레굴루스의 행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해보자.
이제, 원전 읽기에 이어 탐구 활동의 예시를 제안하고자 한다. 공화주의 준 법정신 관련 탐구 활동의 예시는 키케로가 소개한 ‘레굴루스 신화’를 원용하였 다. 학생들로 하여금 레굴루스가 보여준 준법정신의 고귀함과 신성함을 이해 시킬 수 있도록 탐구 활동을 구성하였다.
표13. 공화주의 ‘준법정신’에 대한 탐구 활동의 예시
탐구활동 2. 만일 자신이 레굴루스라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 것인지를 상 상해 보고, 이를 글로 표현해보자.
탐구활동 3. 레굴루스의 행동과 관련하여, 공화주의에서 말하는 준법정신의 신성함이란 무 엇인지 설명해보자.
또한, 공화주의는 권리의 근거를 적극적인 정치 참여에서 찾는다는 부분을 심화 이해시키기 위해 신고리 원전 공론화 위원회의 사례를 이용하여 탐구활 동을 제시하였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 위원회는 확률추출을 통해 선정된 사람 들에게 위원회 참가 여부를 묻고, 2박 3일 동안 치열한 토론과 숙의의 과정을 거치는 대표적인 공화주의적 자유와 권리 근거의 사례이다. 이러한 공론화 위 원회를 학생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탐구활동으로 꾸며보았다.
<탐구활동>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위원회에 가상 참여해보기49)
1차 조사 → 시민 참여단 구성 → 시민 참여단 숙의과정 → 최종 조사 → 결과 공표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 1차 조사는 지역, 성별, 연령을 고려 확률추출을 통해 선발된 2만 여명의 시민이 참여
함.
△ 시민참여단은 1차 조사 응답자 중에서 숙의과정에 참여 의사가 있는 시민 중 확률추출 을 통해 선정된 500명으로 구성함.
△ 시민참여단은 토론 자료집을 숙지하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주장을 청취하여 토론회 에 참여하는 등 숙의과정을 충분히 거친 후 최종 조사에 참여하게 됨.
* 공론화 위원회 참가 시 유의 사항 1) ‘공론화’란,
특정 공공정책이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전 문가, 일반시민 등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여 공론을 형성하는 것으로서 정책 결정에 앞서 행하는 의견수렴 과정’을 의미한다.
2)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ing)’란,
확률 추출을 통해 선정된 시민이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는 중요한 공적 사안에 관하여 전문 가가 제공하는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한 학습과 토론의 숙의과정을 거쳐 결과를 도 출’하는 조사 방식이다.
3) ‘공론조사와 여론조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공론조사와 여론조사 둘 다 시민들의 의견을 집단적으로 수집․확인하는 절차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여론’은 무작위로 추출된 수동적 시민들의 직감적인 의견인 반면, ‘공론’
은 숙의과정(학습과 토론)을 통해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갖춘 능동적 시민들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그래서 공론은 여론보다 훨씬 질 높은 집단의견으로 평가된다.
4) 공론화위원회가 심의한 결과의 활용은
공정한 절차를 통하여 도출된 보고서를 권고형식으로 정부에 전달한다. 그 후 정부는 위원 표14. 공화주의에서 강조하는 ‘적극적 정치 참여’에 대한 탐구활동의 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