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로고테라피와 마음 치료의 기법
1) 역설의도 기법
역설적 의도는 1929년부터 활용되었으나 공식적 자료를 출간한 것은 1939년이 다. 나중에 방법론으로 정식화되었고, 로고테라피의 체제로 합체되었다. 그때부터 역설적 의도에 대한 논문이 늘어나면서 강박신경증과 공포상태에 대한 치료에 효 과적인 기법임을 보여주었다.229)
프랑클이 역설의지를 개발하고 실천하기 시작한 30년대에는 역설의지 기법을 공 포증환자와 강박증 환자에게 적용시켰다. 또한 역설의지는 원하지 않는 행동패턴, 즉 말더듬이, 얼굴 붉힘, 땀 흘림, 불면 혹은 대인기피 등을 고치기를 원하는 사람 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230)
역설의지는 프랑클의 “자기 초월의 인간 특유의 자질(the uniquely human quality of self-detachment)"을 이용하는 것인데, 객관적인 외부에서 자기를 바 라보고, 부정하고, 심지어 스스로를 비웃을 만큼 자기 자신을 떼어 놓을 수 있다.
자기초월 능력은 “영혼의 반발적인 힘(defiant power of the human spirit)” 뿐만 아니라 유머감각에서도 분명해진다. 행동 치료자들에 의하면 역설의지의 의미치료 기법이 “대응기제(coping mechanism)”의 소집과 가동이란 것을 보여주었다.
역설의도 기법은 “환자가 두려워하는 바로 그 일을 하도록 하거나 혹은 일어나 기를 원하도록 고무 받는 것이다.” “두려움이 역설적 의도에 의해 대치되자마자 예 기불안의 돛은 없어진다.” 프랑클의 표현처럼 그 목적은 예기불안의 결과 생겨나는 악순환을 깨뜨리는 것이다. 역설의도 기법의 유용성을 알기위해 사용되는 예기불안 이란 환자가 어떤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 재발할 것이라고 미리 짐작해서 불안해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불안과 두려움은 오히려 환자가 두려워하는 그 일이 생기도록 하는 경향이 있고, 예기불안도 같은 경향이 있어서 악순환(원인이 결과를 만들고 다시 그 결과가 원인이 되어서 또 다른 결과를 만드는)이 반복된다.
역설의지는 공포증환자에게 주로 적용되었다. 프랑클이 지적한 바와 같이 공포증 은 두려움 자체를 두려워하고 특히 두려움의 결과를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공포증 227) 무의식의 신 , 90-91쪽.
228)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 158쪽.
229) 빅터 프랭클, 의미를 향한 소리 없는 절규 , 181쪽.
230) Fabry, 빅터 프랑클의 생애와 로고테라피 의미치료 , 219쪽.
환자는 두려움을 피하려고 한다. 로고테라피에서 ‘공포로부터의 도피’란, 공포증 환 자가 불안을 유발하는 환경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나 두려움으로부터의 도피는 발병 원인이 되어 공포증이 되는데 환자가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과 대면할 수 있도록 해서 공포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마 음속의 걱정이나 공포심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일을 생기게 하고, 지나친 주의집중 이 원하는 일을 방해하게 만든다는 것이므로 두려움의 자리를 소망으로 변경한다 면 그 병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에서는 스스로를 따로 떼어놓 을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역설의도라고 하는 로고테라피의 치료기법이 적용될 때 발휘된다.
인간은 유머 감각으로 자기 자신에게 초연할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 즉 로고테라피에서 역설의도 기법이 효과적인 것은 환자가 자신의 병을 자신에게서 분리시켜 볼 수 있는, 거리두기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최대한 유머러스한 태도를 취한만큼 역설의도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유머가 균형 잡힌 시 각을 가지게 하고 직면한 상황과 자기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설의도의 근본적인 성과이다.
역설의도 기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특히 예기불안 때문에 생기는 강박충동 상태와 공포증을 치료할 때에는 대단히 유용하다. 또한 역설 의도는 발병원인이 무 엇이든 간에 모든 치료에 효과적이며 치료의 핵심은 환자가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데에 있다. 어떤 상황으로부터 공포를 느끼고, 그 공포가 다시 그런 상황이 반복되 어 나타나는 공포증은 결국 환자가 자신의 틀에 갇히게 되므로 이런 악순환을 끊 기 위해서는 생체조직적인 측면은 물론 정신적인 치료도 똑같이 해주어야 한다. 이 때 정신적인 치료는 반드시 역설의도를 사용하여야 하는데 환자가 두려워하는 것 을 환자 혼자 하도록 유도하거나 아니면 그런 일이 또 일어나도록 하면 환자의 의 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다. 즉 병적인 불안감이 역설적인 희망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는 곧 예기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정신요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 정 사례에서의 선택 방법은 환자와 의사의 성격적 특성을 고려하여 어떤 종류의 정신요법을 사용할 것인가 선택되어야 하는 것처럼 로고테라피에서도 ‘선택의 방 법’이 적용된다. 선택법에 관련하여 정신과 의사 비어드는 이런 말을 했다.
만약 당신이 두 사람의 신경쇠약 환자를 똑같은 방법으로 치료한다면,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잘못된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231)
또한 프로이트도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이 방법이 내 성격에 제일 맞는 방법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231)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 255-256쪽.
의사가 앞에 있는 환자와 과제에 대해 이와는 전혀 다른 태도 취하고 싶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겠다.232)
이처럼 환자의 치료법은 각 개인에 따라 개별화되어야 한다. 로고테라피의 특성 상 모든 상황에 따라서 개별화될 수는 없지만 적용방법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역설의도의 성과를 단순히 설득이나 암시의 차원에서만 설명할 수 없 다. 보통 환자들에게 이 기법이 처음부터 쉽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성공하게 되는데 이는 치유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치료에 응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암시임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두는 것이므로 이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의 심하지 않고 믿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설득이 선행되지 않으면 역설의도를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 프랑클의 주장이다. 게르츠, 트위디, 렙젤스톤 등은 역설의도가 절대로 설득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특히 모욕적인 언동 에 집착을 보이는 증세 등을 통해서 입증했다. 특정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에 적합한 로고테라피의 테크닉이 개발되어 있으며, 역설의도에 의해서 얻어진 결 과는 경험적 관찰이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교 정신과 교수인 레스톤 하벤스 는 역설의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의사의 역할을 말했다.
그렇다면 역설의도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다음, 우 리에게 ‘낯익은 용어’, 즉 ‘정신역학적인 용어’를 써서 이렇게 대답했다. 환자는 금지 되어 있는 충동의 짐을 벗어 놓을 것을 권유받는다. 허락을 받는 것이다. 보다 구체 적으로 얘기하자면 금지를 풀어 주는 것이다. 정확하게 환자의 금지사항이 풀렸다고 말해 주는 것이다. 프랑클이 권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용어로 말하자면 초자아의 완 화에 해당된다. 의사는 환자에게 보다 너그러운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 중재를 한 다. 이것이 환자의 가치 기준과 이상에 영향을 미친다. 이상이 부족한 환자에게 프 랑클은 새로운 이상을 찾도록 도와준다. 이상이 지나치게 커서 고생하는 환자에게는 그것을 바꾸어 주려고 노력한다.233)
마이클 아셔의 말대로 로고테라피 치료 기법인 ‘역설의도’는 매우 독창적인 치료 법이지만 로고테라피가 만병통치술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이론과 협업하는 것에 대해 개방적이고 상호보완하려는 시도는 장려하고 독려할 만한데 이런 노력들은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치료법은 나름대로 고유의 특정한 테크닉이 있다. 이런 테크닉은 다른 치료법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역설의도는 예외이다. 다른 치료법을 사용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역설의도를 이론과 실제에서 그들의 체계 안 으로 끌어들였다. 이는 다분히 예외적인 것으로 역설의도 기법이 여러 분야에서 실 효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234)
232)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 256쪽.
233)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 177쪽.
234)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 260쪽.
로고테라피와 역설의도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증세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 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설의도를 적용해서는 안 되는 증상이 무엇인지를 아 는 것이다. 역설의도는 정신병적 우울증에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이런 경우는 별도의 로고테라피 치료 기법이 적용되는데, 그 원리는 자기비난으로 고생하고 있 는 환자의 죄의식을 경감시켜 주는 것이다. 실제 자기비난 현상을 통해, 환자가 정 말 ‘실존적 죄의식’을 갖고 우울증에 걸리게 되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실존주의 정 신의학의 오류일 수 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어떤 일의 결과를 원인으로 돌리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역설의도 기법은 환자의 죄의식을 더욱 증가시켜 자살을 시도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살을 원하도록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아주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경우 로고테라피는 그에 관한 원인 치료를 전혀 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는 정신요법의 보조요법으로서 역설의도 보다는 반응억제라고 하는 로고 테라피의 기법이 권장되고 있다.235)
신경질환이나 정신병을 일으키는 어떤 원인이 있다고 할지라도 로고테라피는 인 과관계를 따지지 않는 기법이다. 환자에게 실존적 공허가 있는 한은 증상이 나타나 게 되어 있다. 크럼보우가 말한 것처럼 로고테라피는 대부분의 환자에게 적합할 수 있다. 그래서 특히 분석법을 통해 이루어지는 치료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속적으 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목표가 명확하지 않는 치료는 병의 원인이 그대 로 남아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증세가 재발하므로 무의미한 것임을 유의해야 한 다.236)
로고테라피는 실존적 정신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는데, 인간의 자기초 월과 자기분리 능력을 활용한 역설의도와 반응억제라는 기법을 정신요법의 테크닉 으로 발전시킨 유일한 학파이다. 로고테라피는 환자를 본래의 상태로 돌려놓으며, 인간적인 차원에서 ‘병고에 시달리는 인간’에게 유용하다.
로고테라피의 방식 중 의학적 정신 지도는 심인성 신경증이나 신체적인 요인에 서 발생한 신경증을 치료할 때 사용된다. 종교적인 설교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의 학적 정신 지도는 원인치료가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경우에만 적용해야 하고, 이때는 환자 본인의 병을 대하는 태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치료법이 된다.237)
뉴욕대학교의 조이스 트라밸리는 “중요한 신념은 삶의 모든 경험에서 의미를 추 구함으로써 동기를 부여받게 되며, 이러한 의미는 질병과 시련 그리고 고통의 경험 을 통해 발견될 수 있다”고 하였다. 로고테라피는 “환자로 하여금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고안된” 방법을 체계화하는데 성공했는데, 어떤 환자에게는 비유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적절한 방법이라고 했다. 비유를 사용하는 예화에는 다
235)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 180쪽.
236)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 181쪽.
237)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 182-1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