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유식학은 세 번에 걸쳐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해졌다. 중국 유식사 상은 『십지경론』, 『섭대승론석』, 『성유식론』의 번역을 계기로 발전되었다.
이는 각각 보리유지(菩提流支)의 지론종의 유식사상, 진제(眞諦)의 섭론종의 유식 사상, 그리고 현장(玄奘)의 법상종의 유식사상으로 발전되었다. 이 세 종의 유식사 상은 각 종파가 주장한 심체설(心體說)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많았다.172)
⑴ 지론종 : 보리유지(菩提流支, Bodhiruci)가 AD 508년에 『십지경론』을 번역했 다. 이를 통해 유식을 배운 사람들이 지론종을 이루었다. 지론학파는 알라야식의 성격이나 진여의 관계를 둘러싸고 남도와 북도 두 파로 분열했다.
남북으로 분리되기 이전 심식설은 6식과 제7 알라야식으로 구성된 7식설이었다 고 간주된다. 남쪽의 지론종에서는 진식을 독립시켜 8식으로 나누었다. 그들은 『능 가경』에 기반하여 알라야식과 여래장을 동일하게 해석했다. 알라야식을 망식(妄識 망심의 작용 用)과 진식(眞識, 진심의 본체 體)으로 이분하거나, 혹은 다시 후자를
169) 무착의 저서로 반야경을 근본으로 하고, 해밀심경·중변분별론 등의 유식을 수용하여 대승불 교 전체를 하나의 정연한 체계로 정리한 것.
170) 목경찬, 유식불교의 이해 , 10-13쪽.
171) 오형근, 신편 유식학입문 , 도서출판 대승, 2006, 18-23쪽.
172) 오형근, 신편 유식학입문 , 23쪽.
독립시켜 망식인 알라야식의 근저에 진식인 8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북쪽의 지론종에서는 제6식과 제7 알라야식으로 이루어진 7식설을 주장 했다. 그들은 알라야식을 망식으로 간주하고 공관에 의해 7식 전체가 전환하는 것 을 깨달음이라고 하였다. 또 불성은 성불의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성불 이전 에 실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북도는 6세기 말경에 소멸하였고, 남도의 지 론종이 융성하였다. 마나식(末那識)과 아리야식을 더하여 종의 심체가 있으며. 7식 마나식은 번뇌가 있는 망식(妄識)이고, 8식 아리야식(阿梨耶識)은 진여(眞如)의 체 를 뜻하며 청정한 심체라고 주장했다.
⑵ 섭론종 : 진제(眞諦 Paramārtha: 499-569)가 AD 563년에 번역한 『섭대승론 석』을 중심으로 한 유식학파이다. 남쪽의 지론종의 심식설은 6식에 제7 아다나식 과 제8 알라야식을 더한 8식설이다. 이에 대해 섭론학파 사람들은 8식설과 9식설 두 가지로 갈라졌다. 8식설에서 제8 알라야식을 진망화합식이자 여래장이라 간주 했다. 9식설에서는 제8 알라야식이 망식 또는 진망화합식이고, 진식으로 제9 아말 라식이 있음을 주장했다. 섭론학파의 9식설은 진제역의 아말라식설에서 유래한 것 이지만, 동일한 것이 아니고 섭론학파에 의해 만들어진 독자적 학설로 보아야 한 다. 6식에 7식 아다나식(阿陀那識), 8식 아리야식(阿梨耶識), 9식 아마라식(阿摩羅 識)을 더하여 아홉 종류의 심체가 있다. 전8식인 아리야식은 번뇌가 있는 망상이 다. 9식인 아마라식이 불변의 진리와 만법의 본성을 뜻하는 진여성(眞如性)에 해당 한다고 하였는데, 섭론학파 9식설은 현장의 번역이 출현하면서 완전히 부정되었 다.173)
⑶ 법상종(유식학파) : 현장이 인도로 가기 전에 섭대승론 해석은 당시의 주류 인 여래장 사상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현장은 진제역의 섭대승론 을 배운 후, 여 래장 사상에 익숙한 남도 지론사의 섭론사들과 헤어지고, 아비달마를 중시하는 북 도 지론사나 진제 흐름을 잇는 여러 스승들을 찾았고 인도로 가기 전부터 유식의 여래장적 해석(9식)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원전을 직접 연구하여 한역본에서 모호 한 부분을 분명하게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특히 유식교의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 으로 하고자 인도로 가게 되었다. 호법의 『유식 30송』은 그의 제자 계현(戒賢)을 통하여 당나라의 현장에게 소개되었다. 현장은 중인도 나란타에서 호법의 제자 계 현으로부터 유가사지론 을 배우고 유식사상의 체계를 전수받았다. 현장은 이에 근 거하여 『성유식론』을 번역하여 동아시아 불교의 유식사상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법상종의 철학적 기초를 제공했다.174)
현장(AD656)이 번역한 『성유식론』을 바탕으로 배운 유식학파들이 중심이 되어 법상종이 된다. 특히 자은(慈恩) 기(基)의 『성유식론 술기』와 『대승 법원 의림장(大 乘 法苑 義林章)』에 의해 법상종의 교학이 정립되었다. 원래 법성 상종(法性 相宗) 의 성격이지만, 법의 성(性)보다는 상(相), 즉 현상계를 중점적으로 설명하므로 법
173) 오형근, 신편 유식학입문 , 24쪽.
174) 오형근, 신편 유식학입문 , 24-26쪽.
상종으로 명명하였다.
이들은 6식에 7~8종의 심체가 있고 7식인 마나식(末那識)은 번뇌를 야기하는 망 식이라 본다. 8식인 아뢰야식(阿賴耶識)은 그 자체는 번뇌를 야기하지는 않지만, 마나식에 의해 집착되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망식이다. 이들 두 망식은 현재 번뇌를 야기하는 상태여서 망식이다. 하지만 8식이 마음의 본바탕인 청정한 성품인 정분 (淨分)이며, 불성(佛性)이다. 그렇기 때문에 8식(識)의 실성은 섭종론의 9식 아마라 식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따로 다른 심체로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성유식론 은 그릇되게 자아와 법에 집착하여 유식성에 미혹한 사람들에게 두 가지의 공(空, 즉 我空과 法空)을 통달하게끔 하고 유식에 대한 갖가지 다른 주장 들을 차단(遮斷)하고, 유식의 심오한 이치에서 진실한 지혜(解)를 증득하게하기 위 해서 지어졌다.
자아와 법으로 분별되는 것은 훈습력 때문인데, 모든 심식이 일어날 때에 전변되 어 자아와 법으로 유사하게 나타난다. 전전(展轉)175)이란 인연에 따라 시설된 것으 로서 변이(變異)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이 자아와 법의 형상이 비록 내부의 심식에 존재하더라도 분별로 인하여 외부의 경계로 유사하게 나타난다. 모든 유정(마음을 가진 살아있는 중생)은 옛적부터 이 선을 반연(攀緣)176)하고 집착하여 실제의 자아 와 법으로 삼는다. 마치 환몽자(患夢者)가 환몽력 때문에 마음에 갖가지 외경의 형 상들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을 반연하고 집착하여 진실로 외경이 존재한다고 하 는 것과 같다.177)
내부의 심식이 전변하여 대상과 유사하게 나타난 자아와 법은, 비록 존재하더라 도 진실한 자아나 법의 성품은 아니기 때문에 가법, 가아라고 한다. 외부의 대상은 정식(情識 6根)에 따라서 시설된 것이기 때문에 심식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모든 자아라는 견해는 진실한 개아(個我)를 반연하지 않는데 소연(所緣, 인 식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치 다른 것(色法, 等)을 반연하는 마음과 같이 아 견의 소연은 반드시 진실한 개아가 아니다. 이것은 소연이기 때문으로 마치 다른 법과 같다. 따라서 진실한 자아를 반연하지 않는다. 단지 마음의 심식이 변현된 모 든 온(蘊)들을 반연하여 스스로의 허망한 정식(情識 6根)에 따라 여러 가지로 계탁 하는 것이다.
모든 중생에게는 각각 근본식이 있어서 한 성류(性類)로 상속되면서 종자들을 임 지(任持)한다. 일체 제법과 서로 원인이 되는 훈습력 때문에 이와 같이 기억하고 식별하는 등의 자체가 있는 것이다. 모든 유정은 마음과 심소법의 인연력 때문에, 상속(諸趣에 태어남)되고 단절되지 않으면서 업을 짓고 과보를 받는 것이다. 유정 의 무리들은 몸과 마음이 상속되어서 번뇌와 업의 세력으로 여러 갈래로 윤회한다.
175) 순차연속(順次連續) 즉 순서대로 연속함·차례대로 이어짐·순서대로·번갈아·차례대로 전전(轉 轉)이라고도 한다.
176) 호박이나 칡의 덩굴이 옆의 나무나 풀의 줄기를 휘어감고 올라가듯이, 마음도 이것이 일어날 때에는 스스로 힘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대상에 의지하여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177) 이만, 성유식론 주해 , 씨아이알, 2017, 8쪽.
인간은 근심하고 고통 받는 것으로부터 탈피하려고하기 때문에 열반을 희구한다.
그러므로 불변하는 진실한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지 여러 심식만이 존재하며, 옛적부터 전멸후생하면서 인과가 상속된다. 허망한 훈습력에 의지하여 자아의 형상으로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그 가운데서 망 령되게 집착하여 자아로 삼는다.178)
현장은 중국의 역경 역사에서 신역(新譯)의 대표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유식경론 번역에 의해 종래의 진제 중심의 무상 유식론에서 유상 유식론의 흐름으로 전환되 었기 때문이다. 구역(舊譯) 유식경론의 대표자는 진제이다. 진제(眞諦)는 무상 유식 론의 조류를 대표하는 안혜(安慧)와 사상적 맥락을 같이한다. 반면에 현장은 유상 유식론을 대표한 호법의 제자인 계현에게서 수학했다. 이는 두 종파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