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식의 씨앗이 드러난 속성이기 때문에 우리는 집착하거나 번뇌할 이유가 없다.
유식은 마음의 본모습을 깨닫고, 이 깨달음을 통해 만법의 이치를 이해하고, 고 통에서 벗어나 완전한 열반에 이르는 길을 알려준다. 프랑클은 고통 속에서 그 고 통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하였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집착과 번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유식 이론은 심리학이나 인식론 보다는 형이상학에 가깝다. 형이상학은 세계관을 뜻한다.
이런 범주론은 유식의 8식 4분 3성 등의 범주와 비슷한 점이 있다. 니야야(nyaya) 학파는 논리학을 발전시킨다. 이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써 논리학에 가깝다.
(3) 수행 : 요가(yoga) 학파는 요가 수행을 목표로 한다. 반면 미맘사(mimamsa) 학파는 제사를 중시한다. 제사의 효용을 절대화하면서, 신을 부정하기까지 한다.
이 6파 철학 중 유가행파는 베단타, 바이세시카, 요가학파의 측면이 조금씩 있 다. 유식사상은 요가(yoga) 수행자들의 체험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교리이다. 그래 서 이들을 유가행파(瑜伽行派)라고 한다. 이 명칭은 유가사(瑜伽師)에서 유래된 것 이다. 유가사는 요가를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123)유식학파는 객관 대상을 존재하 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오직 의식만 존재한다고 본다. 따라서 객관 대상 가운데 가장 나를 얽어매는 것이 나의 몸이다. 몸을 제어해서 의식 그 자체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며 자기 성화(聖化)의 방법으로 요가 수련을 한다.
구체적으로 인도의 유식불교는 어떤 수련을 했는가? 이것이 정통 6파 철학의 하 나인 요가학파의 수련과 어떤 공통점 차이점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요가는 감 각기관과 마음을 제어하여 절대자를 인식하는 방법을 뜻하며, 출가수행자들에게 성 행했었다.124)
요가적 수행의 전통은 베다시대부터 바라문들이 신비적이고 초자연적인 힘과 지 혜를 얻기 위해 행했던 고행의 행위에서 볼 수 있다. 『바가바드 기타(거룩한 님의 노래)』는 요가의 법전이라 할 수 있는데, 3종의 요가를 말한다. 해탈의 방법을 제 시한 실천적 성격이 강하다.
① 知의 요가 : 지에 대한 전념을 의미하는 것으로 영원한 정신으로서의 참자아 와 물질적 현상적 자아를 구변하는 지혜, 혹은 우파니샤드적인 범아일여의 진리와 신을 아는 지혜를 말한다.
② 信受의 요가 ; 신에게 특히 비슈누신에게 온 정신을 집중하고 그에 대한 믿음 사랑 헌신에 의하여 윤회를 벗어난다는 사상이다. 모든 대중적 신앙운동과 유신론 적 철학사상에 영향을 끼쳤다.
③ 行의 요가 : 우파니샤드에서는 모든 행위를 부정하여 사회적 유대관계를 끊어 버리고 고행과 더불어 신비적 지식만을 추구하는 포기자(抛棄者) 혹은 沙門의 이상 이 성행하였다. 하지만 행의 요가 사상은 사회윤리를 준수하는 행위가 해탈의 이상 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해탈을 방해하는 것은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는 욕망이라고 하였다. 아무런 욕망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하 는 행위는 업보를 초래하지 않는다고 하며, 행위자의 내면적인 태도를 강조하였 다.125)
인도 불교에서 수련법의 계보는 다음으로 이어진다. 최초는 붇다가 제시한 8정도 이다.
123) 곽철환, 불교 길라잡이 , 72쪽.
124) 길희성, 인도철학사 , 94쪽.
125) 길희성, 인도철학사 , 82쪽.
(가) 붇다의 8정도
① 정견(正見) : 바르게 보기. 감정 욕망이 있으면 바로 보지 못한다.
② 정사(正思) : 바르게 생각하기.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③ 정어(正語) : 바르게 말하기. 거짓말, 나쁜 말, 이간질을 하지 않는 것이다
④ 정업(正業) : 바르게 행동하기. 살생, 도둑질, 나쁜 행동을 삼가는 것이다.
⑤ 정명(正命) : 바르게 생활하기. 정당한 방법으로 의식주를 구하는 것이다.
⑥ 정정진(正精進) : 바르게 노력하기. 공부하는 것이다.
⑦ 정념(正念) : 바른 의식. 위빠사나이다.
⑧ 정정(正定) : 바르게 명상하기. 마음을 집중하는 것, 즉 삼매(三昧)이다.126) 팔정도의 정정진은 바른 노력 즉 사정근(四正勤 네 올바른 노력)을 말하는데, 이 미 생긴 악은 없애려고 노력하고, 생기지 않은 악은 미리 방지하며, 이미 생긴 선 은 더욱 자라게 하고, 아직 생기지 않은 선은 생기도록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유가행파는 인도 대승 불교의 최고 발전 형태이다. 반면 붇다의 이론은 소승 불 교로 이어진다. 대승은 붇다의 8정도에 이어 6바라밀을 수련법으로 채택한다.
(나) 대승불교의 6바라밀 수행법은 다음과 같다.
① 보시(布施) : 남에게 베풀어준다는 것으로 재시(財施)는 재물이 필요한 사람에 게 재물을 주는 것이고, 법시(法施)는 진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진리를 전해주 며, 무외시(無畏施)는 두려움으로 괴로운 사람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는 것을 말한 다. 베풀면서도 어떤 조건이나 보답을 바라지 않아야 하며, 베풀었다는 생각마저 없어야 한다.
② 지계(持戒) : 오계의 계율을 지킨다는 뜻이며, 살생하지 않으며, 거짓말이나 이간질하지 않으며, 남을 괴롭히는 나쁜 말을 하지 않으며, 음란한 짓을 하지 않으 며, 탐욕을 부리지 않고, 화를 내지 않으며,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③ 인욕(忍辱) : 욕된 일을 당하여도 잘 참는 것을 말하며, 인내하고 남을 용서하 며, 어려운 일을 당하여도 좌절하지 않는 자세이다.
④ 정진(精進) : 끊임없는 노력을 말한다. 끝없는 번뇌를 끊고 중생을 구제하며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부지런히 힘써 수행한다.
⑤ 선정(禪定) : 번뇌와 망상에 의한 산란한 마음을 진정시켜 정신을 통일하는 수행으로,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⑥ 지혜(智慧) : 지혜는 산스크리트어의 프라즈냐(prajñā)를 번역한 말이며, prajñā를 소리 나는 대로 적어 ‘반야(般若)’라고 한다. 반야는 분별을 떠나 진리를 직관하는 깨달음을 말하며 다섯 바라밀과 함께 중생을 구제한다.127)
6바라밀은 보시와 지혜, 지계와 인욕, 정진과 선정이 각각 짝을 이룬다. 승려가 공(空)의 지혜를 닦아서, 그것을 중생에게 보시한다. 사원에서 공동생활을 하기 위
126) 곽철환, 불교 길라잡이 , 38-40쪽.
127) 길희성, 인도철학사 , 134쪽.
해서는 계율 규칙이 필요하다. 중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인욕(忍辱), 즉 치욕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불교 공부는 정진, 명상은 선정이다. 6바라밀은 대승 불교의 수행법이다. 따라서 요가행파의 수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 중국 천태종의 수련법
불교는 이론이나 생각을 중심으로 하는 교학과 더불어 몸의 수행인 지관법(止觀 法)을 함께 체득해야 완성될 수 있다.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유가행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수행을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수련법의 일면을 보기 위해서, 천태종의 지관(止觀)의 수련법을 알아보자.
① 지(止 멈춤)는 사마타 수행법으로, 모든 생각 판단 작용을 멈추는 것을 말한 다. 좋다, 나쁘다, 그저 그렇다 등의 판단을 멈춤으로써 아집(我執)과 아치(我癡)에 서 벗어날 수 있다.
② 관(觀 봄)은 위빠사나 수행법이다. 사념처관 수행법으로 잡념을 버리고 마음 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해서 보는 것이다.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현상의 모습 을 지혜로 관찰하는 수행이다. 사념처(四念處)는 신(身) 수(受) 심(心) 법(法)을 말한 다. 즉 신체는 깨끗하지 못하며, 감각은 괴로움이며, 마음은 항상 변하며, 모든 현 상은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떠올리는 것으로 팔정도의 정념(正念)을 말하는 것이다. 제법의 성상(性相)을 기억하여 잊지 않는 것을 말한다.128)
(라) 요가체험과 유식불교의 관계
요가체험과 유식불교의 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요가체험은 유식 이론, 특히 8식 이론에 기여하였다. 8식 이론은 형이상학적 이론으로 공(空)의 체험을 통해 대상 사물은 실체가 없으며 비어 있음(空)을 알게 한다.
② 유식 이론에 근거해서 내 마음을 수양하는 방법이 요가이다. 이는 수행 이론 이다. 일반적으로 유가행파라고 하면, 이론의 측면이 아니라 수행의 측면을 말한 다.
③ 형이상학적 이론 측면에서 8식 이론은 유식불교만 인정한다.
식(識)은 1식에서 5식의 전5식과 6식인 의식을 말하며 이것은 거의 대부분의 철 학이 모두 인정한다. 프로이트는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7식 마나식은 불교에서만 인정하고 8식 알라야식은 유식불교에서 창고에 저장되어 있 는 씨앗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씨앗이 현상으로 드러남을 체험한 것은 꿈속에서나 요가수행을 하면서 명상을 통해 환상을 보는 것이다. 그 환상은 내 마음이 만들고, 내가 지각한다. 이 것이 8식 알라야식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요가 수련은 알라야식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
128) 곽철환, 불교 길라잡이 , 77-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