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는 정부의 운영, 국가의 능력과 사회의 기틀을 제공한 다는 측면에서 정책의 질을 결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거버넌스의 개념이 개발협력 분야에 적용될 때 결국 대외 원조 정책의 질, 즉 원조 효과성을 제고하는 것과 연관된다(마가렛 P. 칸즈 등, 2007).
무정부상태와 같은 국제사회에서는 글로벌 거버넌스가 원조 효과성 과 개발협력사업의 총체적 관리를 위한 글로벌 공론장 확보를 위한 일종의 제도적 형태로 구축되어 왔는데, 지금까지 국제 제도는 국가 들 간의 권력 관계와 상호 이익의 수렴 등에 의해 형성, 유지 되어 왔다(김태균, 2012). 그러나 21세기 들어 세계화와 정보화가 확대되 고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 공동의 문제가 등장함으로써 국제정치의 본질이 변화하고 이에 따른 국제제도의 양상 역시 변화하고 있다(손 열, 2012). 탈냉전 이후로 국제개발협력의 레짐은 크게 선진공여국 중심의 OECD DAC과 UN을 중심으로 구분되어 제도화되어왔는데, 이들 중심으로 형성․구축되어온 개발협력에서의 글로벌 거버넌스는 국가 간 역학관계의 변화, 새로운 행위자의 등장, 이슈영역의 복잡 화에 따라 다변화되고 복잡해 지고 있다. 즉 기존의 개발협력은 소 수의 선진국과 이들이 주도하는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원조를 매개 로 한 공여국-수원국 간 수직적 관계 형성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러 나 21세기 들어 국제제도의 변화와 함께 개발협력의 양상 역시 한 국, 중국 등과 같은 신흥 공여국으로 대표되는 더 많은 국가들이 참 여하고, 정부 뿐 아니라 비정부기구와 기업의 역할이 증대되는 추세
이며, 환경, 금융, 지속가능성, 인간 안보 등 다양한 이슈영역이 복 합적으로 다루어지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2-6] 참조).
[그림 2-6] 개발협력 거버넌스의 변화 출처: 손열(2012), pp. 52 재인용
특히, 개발협력 주체의 다양화는 개발협력 거버넌스에 직접적이 고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으로 중국, 브라질, 중동 산유국 등 새롭게 개발협력에 공여자로 참여하게 된 신흥 공여국들은 기존의 개발협력 레짐의 주요 행위자 그룹인 OECD DAC에 가입하지 않은 채,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개발협력의 주요한 행위자로 부 상하고 있다(손열, 2012; 정상희, 2015). 또 이들은 내정불간섭, 무조 건부 원조, 호혜평등, 평화공존 등 수원국 중심의 원조 정책과 남남 협력의 가치론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수원국으로부터 큰 환영을 받 고 있다(김태균, 2012).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은 기존의 원조 자원을 지원하는 북반구의 공여국과 자원을 받는 남반구 수원 국의 수직적 관계를 대변하는 남북협력(South-North Cooperation)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협력과 상호성에 기초한 수평적인 관계, 그리고 남반구로 대변되는 개도국 간의 협력 관계를 뜻한다. UNDP(2009)는
남남협력에 대해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의 분야에서 두 개국 혹은 그 이상의 개도국 간의 양자, 지역, 소지역, 지역간 수평적 협 력관계이며 행위주체가 필요로 하는 재원, 기술, 경험 등을 서로 제 공하고 공유하는 행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남남협력은 소득이 낮 은 국가나 신흥공여국이 주요 행위자로 참여하고 행위자 간의 동등 한 관계, 그리고 ‘원조’보다는‘협력’이라는 개념을 강조함으로 써 개발협력의 기존 레짐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수원국의 요구와 필요를 중심으로 신속한 집행과 낮은 행정비용을 활용하여 수원국 의 사회․경제 속으로 빠르고 깊게 침투하고 있다(김남실․이명진, 2013). 무엇보다 수평적 관계에 기초한 개발협력 방식은 수원국의 주인의식(ownership)을 고취시키고, 개발협력의 장에서 수원국의 역 할을 더욱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양한 개발협력 주체들의 등장도 수원국의 역할과 위상에 영향을 미치지만 기존 레짐, 즉 OECD나 UN 산하 기구와 기금기관 등에서도 수원국의 주인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녹색기후기금(GCF) 의 경우, 수원국의 주인의식과 수원국 주도 접근방식(country-driven approach)을 GCF의 주요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Liane Schalatek &
Neil Bird, 2017).
이와 같이 개발협력에서의 글로벌 거버넌스는 기존의 선진국 혹 은 국제기구 중심으로 구축되었으나 기업, 비정부기구, 개인 등으로 다양화 되면서 행위자의 다양성이 커졌고, 이들의 등장과 이로 인한 협력 방식 역시 전화을 맞고 있다. 기존의 행위자들의 관계 또한 수 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원국의 개 발협력에서의 참여와 역할 비중이 커지고, 수원국의 주인인식의 향 상과 수원국 수요 중심으로의 개발협력 레짐의 변화는 기존의 공여 국-수원국 간의 수직적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변화되는 것을 넘어 수원국 주도의 사업 사례들이 나타날 수 있는 전제가 되고 있다.
제 3 절. 주인-대리인 이론과 적용
앞 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1세기 세계정치는 다양성과 복잡 성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작동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개념은 더욱 확장되고, 그 영향력 역시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개발협력에서의 글로벌 거버넌스는 근본적으로 행위자 간
‘위임’이라는 방식 위에 구성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특히 실제적 인 사업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는 개발협력 사업의 태생적 속성에 따라 공여국 내, 공여국과 수원국 간, 그리고 수원국 내의‘위임’
이라는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며, 이에 따라 개발협력 사업을 둘러싼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가 성립되고 또 원조 효과성 및 책무성의 한 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이 절에서는 개발협력에서의 이해당사자 간의 관계, 즉 공여국과 수원국 간 거버넌스의 속성을 ‘위임’이라 는 방식에 따른 주인-대리인 문제로 인식해 온 기존의 논의들에 대 해 먼저 검토하고자 한다. 또, 이와 더불어 변화하고 있는 세계 정 치의 여건 속에서 주인-대리인 이론의 개발합력 분야에의 적용이 21세기에도 계속 유효한지, 기존 이론의 도식적 적용에 한계는 없는 지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