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녹색성장전략 마스터플랜 수립사업’은 사업의 형성 당 시 한국과 베트남의 녹색 ODA를 둘러싼 전략적 결과물로, 양자간 ODA 사업 이행을 통해 상호간 이해관계가 명확한 사업이었다. 그러
나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 간의 의사소통의 문제, 신뢰 형성의 한계, 이면적 목적의 차이, 주인의 명확한 선호 도출의 실패 등으로 다양한 원조 효과성 저해 양상이 사업의 각 단계에서 확인되 었다. 즉, ODA 사업 결과 관리를 위한 PDM에 따른 명시적인 사업 결과(out put)는 달성했다 할 수 있으나, 사업 추진 과정과 사업 성과 (out come) 차원에서는 다수의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이 연구의 사례 분석에서는 개발협력 사업의 효과성 저해 양상을 논의할 때 일 반적으로 적용되어 온 주인-대리인 이론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사례를 대상으로 공여국과 수원국 간의 주인-대리인 관계의 변형 양 상과 그 구체적 요인을 도출하고자 하는데, 그에 앞서 이 소절에서는 사례분석의 대상인 ‘베트남 녹색성장전략 마스터플랜 수립사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먼저 정리하고자 한다.
1) 사업의 성과
‘베트남 녹색성장전략 마스터플랜 수립사업’은 한국의 국가녹 색성장전략을 베트남이 벤치마킹하여 수립한 베트남 녹색성장전략 (VGGS)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당시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수원국의 공여국 모방 사례를 궁극적으로 실현하는 데까지 기여 가능한 의미 있는 기회였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성장’ 기조는 국가 운 영 전반에 걸쳐 적용된 전략이었으며, 이러한 전략 및 정책을 개도국 에 이전한다는 것은 당시 4대강 사업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 장’사업에 대한 국내적 비판을 잠식시킬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한국형 ODA 사례를 이행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국제적 인 녹색경제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적 으로 보여줄 수 있는 효율적인 기회로 인식되었다. 무엇보다 국가 및 지방정부 수준의 전략과 이행계획을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립지
원하는 것은 이후 수원국에서 파생될 세부 사업 역시 한국 기관 혹은 기업과 연결되어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가능 성에 대해 더욱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수원국 베트남 역시 기존에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녹색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녹색 성장전략 모델을 발빠르게 차용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녹색․기후기금을 유입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자 했다. 특히 베트남이 VGGS 수립을 완료 한 이후 한국 정부에 VGGS의 이행 지원을 위한 ODA 프 로젝트를 요청한 이유는 한국의 경험을 벤치마킹했다는 명분과 함께, 한국과의 외교적 전략 관계가 상호간 긴밀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 다 한국 정부의 단기적 대외원조 방식이 큰 이유가 되었다. 한국은 타 공여기관에 비해 비교적 단기적인 계획하에 예산을 유용할 수 있 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USAID 등과 같 은 국제기금 혹은 선진 공여기관의 경우 수원국에 대해 각자 장기적 인 전략과 이행계획을 갖고 있어, 수원국의 요청이 있다하더라도 단 기간에 새로운 사업을 형성․예산을 집행하는 데에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공여기관별 특성을 수원국 베트남이 사전에 파악하고, 외교분야에서 전략적 협력국인 한국에게 VGGS 이행을 위한 무상 ODA 사업을 요청하게 된다. 당시 베트남은 무엇보다 VGGS의 빠른 이행과 국내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단기간 내에 제도적․정책적 틀 마련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대규모의 녹 색․기후 기금 유입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무상 ODA는 이 를 위한 마중물 역할로 인식했다.
이러한 양국의 전략과 이해를 바탕으로 ‘VGGS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은 한국의 국가 녹색성장전략의 틀과 방식을 그대로 벤치마킹 하여 법제도, 이행계획, 전담이행기구, 지방녹색성장전략 수립 지원이 라는 하나의 패키지 형태로 구성되었고, 각 요소별 사업 추진을 통해
결과 보고서 및 워크숍 개최, 인적역량강화 프로그램 3회를 사업 기 간 내에 모두 완수하였다. 그 결과 먼저 한국은 베트남이라는 전략적 수원국에 국가 및 지방정부의 녹색성장 전략과 이행계획 수립을 지원 한 사례를 성과로 확보할 수 있었다. 또 베트남 역시 녹색성장 관련 법안, 전담이행기구 수립안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전략 이행 방안을 마 련하였으며, 3개 지방정부의 ‘지방녹색성장전략 이행계획’과 ‘온 실가스 감축 시나리오’, 그리고 최종적으로 녹색성장 이행을 위한 5 개 시범사업 제안서를 확보하게 되었다. 특히 녹색성장 이행을 위한 시범사업 제안서 중 한 개 사업은 이후 KOICA와 세계은행의 공동 제 안을 통해 녹색기후기금(GCF)의 지원을 받는 데 성공하게된다.54) 이 처럼 ‘VGGS 마스터플랜 수립사업’은 사업의 PDM에서 제시한 사업 의 결과 목표를 모두 달성하였으며, 사업의 최종 단계에서는 양자간 당초 목적한 바를 상호 확보하였다. 사업을 통한 양국간의 성과를 정 리하면 다음의 [표 3-11]과 같다.
한국측(공여국) 베트남측(수원국)
§ 한국의 녹색성장전략 모델 이전 경험 확보
§ 수원국 국가 수준 전략 및 계획 수립 지원으로 향후 파생 사업에 대한 이니셔티브 확보
§ 베트남과의 장기적 전략적 협력 관계 확보
§ 녹색성장전략 이행을 위한 법 체계 구축
§ 녹색성장전략 전담이행 기구 설립안 마련
§ 3개성 지방녹색성장전략 및 이행계획 수립 완료
§ 3개성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 확보
§ 녹색성장 관련 업무 공무원 역량강화 3회, 총 55명 교육
§ 녹색성장 이행 시범사업 제안서 5개 확보 및 국제 기금(GCF) 사업 1개 확보 [표 3-11] 사업의 성과
54) Scaling Up Energy Efficiency for Industrial Enterprises in Vietnam 이라는 사업명으 로 세계은행(World Bank)가 제안서를 제출, 2018년 3월 GCF의 기금 지원을 확정받 게 되었다. 이 사업의 경우, WB가 GCF에 제안한 사업 제안서의 예산안에 KOICA가 일부 무상으로 펀딩한 부분도 포함되었다.
(자료 출처: https://www.greenclimate.fund/projects/fp071)
2) 원조 효과성 한계 양상
위와 같이 ‘VGGS 마스터플랜 수립사업’은 양자간 명시적인 사 업 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사업의 단계별 추진과정에 서는 다양한 원조 효과성 저해 양상과 한계점이 나타났는데, 이는 연 구자가 사업에 참여관찰을 통해 직접 관찰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었 다.
첫째, 현지 정보에 대한 비대칭으로 공여국은 사업 목적 달성을 위한 최적의 선택을 하지 못했다. 모든 개발협력 사업의 효과성 논의 에서 가장 큰 한계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공여국과 수원국 간의 정보 의 비대칭성이다. 이 사례에서도 공여국은 수원국으로부터 최적의 정 보를 제공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사업에 가장 효과적인 선택을 할 수 없었으며 이는 사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현지 인력 채용에서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공여국 PMC는 수원국으로부터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받음으로써 사업 목적에 부적합 한 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사업의 효율을 저해 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고, 상호한 신뢰 구축에도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정보 비대칭의 간극을 더욱 넓히는 요소가 되었다.
둘째, ‘녹색성장’이라는 사업 주제에 대한 공여국-수원국 간 이 식의 차이가 확인되었으며, 궁극적으로 사업의 목적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사업명, 사업 기간 및 내용에 있어 선호의 충돌이 발생했다.
이 사례에서 보여진 가장 명확한 공여국-수원국 간의 이해의 차이, 즉 선호의 충돌 양상은 사업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여국 측 입 장에서 이 사업은 한국이 베트남의 녹색성장전략을 이행할 마스터플 랜(이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사업의 주체 역시 공여 국(한국)이며, 사업명 역시 ‘베트남 녹색성장전략 마스터플랜 수립사
업(Project Establishing the Master Plan for Vietnam Green Growth Stratege)’ 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수원국 베트남 측은 이 사업을 자국의 발전전략 이행을 지원할 재원과 방안을 공여국 측으로부터 제 공받는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따라서 베트남 측에서 인정하는 이 사례의 명칭은 ‘베트남 녹색성장전략 이행 지원 사업(Project for Supporting Vietnam Green Growth Strategy Implementation)’이었다.
이와 같은 사업 주체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최종적으로 사업의 내용 과 예산, 사업 추진 기간까지 변경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24개월의 사업 기간은 28개월로 약 4개월 이상 연장되었고 사업의 예 산 역시 당초 공여국 사업 수행자에게 투입 예정되었으나, 사업 내용 의 변경으로 베트남 지방정부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사업 내용, 예산, 기간의 변경이 모든 ODA 사업에서 효과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일방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나, 이 사례에서는 당초 사업을 통해 공여국이 얻고자 한 목적 혹은 예상했던 결과와는 다른 양상을 보임으로써 사업 효과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사업의 궁극적 목적에 대한 이해의 차이는 이해당사자 간의 선 호 충돌의 요인으로 작용되었고, 나아가 사업 추진의 전 과정에서 의 사소통의 한계 요인이 되어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셋째, 사업 수행에 있어 수원국의 과도한 위력 행사로 공여국의 적절한 역할 수행과 공여기관들 간의 협력에 한계가 나타났다. 베트 남은 사회․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대외 원조 사업에 있어 상당한 성과를 내는 인기 수원국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대외 원조 사업 활용 의 누적된 경험과 성공적인 자국의 경제․사회발전 성과에 기초해 한 국 뿐 아니라 타 공여기관과의 관계에서도 수원국임에도 불구하고 상 당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수평적 공여국-수원국 관계를 유지 하는 것이 베트남의 특징이다. 이 사례에서도 이러한 수원국 베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