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베트남 현지 인력 채용에 있어 공여국은 수원국으로부터 충분하고 투명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심층면접에서 응답했다.
KOICA 관계자의 응답에 따르면 현지 인력 채용은 수원국 중앙정부 가 결정하고 그 결과만 공여국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추천 인력 이력서를 제공 받았지만 공개 혹은 경쟁심사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은 개발협력 사업에 적용되는 주인-대리 인 관계의 전형적인 정보비대칭의 양상으로 사업의 실무적 관계에 서 주인인 공여국이 대리인인 수원국 정부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받 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런데 양 쪽다 마찬가지로 자기네들(수원국)이 뽑되 정보공유? 리포팅 정도를 했던걸로 기억해요. (KOICA 관계자 심층면접 응답 전사록 6면)
PMC는 채용 관련하여 KOICA에 보고하고 KOICA는 검토 승인하는 방식. 추천인 인적사항에 대한 정보전달은 받음. 수원기관의 추천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경쟁 심사를 통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됨. (KOICA 관계자 심층면담지 서면 응답 2면)
그러나 특이한 점은 공여국 이해관계자인 PMC의 경우 정보의 비대칭 문제로 인해 사업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인재 혹은 비전
공자를 추천받아 원조 효과성 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평가한 반 면, 공여국 정부는 오히려 인력의 채용은 수원국의 권한으로 이해하 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타 ODA 사업에서도 일반적으 로 적용된다고 응답함으로써 공여국 내 이해당사자 간의 인식의 차 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PMU 소속 직원은 처음 내가 MPI와 VO(KOICA Vietanm Office)와 함께 사업 관계 로 만남을 가졌을 때, 그 자리에 있었다. (중략) 그 여직원은 당시에 이 주제 (녹색성장)에 관심(전공)이 없었다. 전문인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행정업무 밖 에 할 수 없었고, 실제로 일을 하는 데 처음에는 많이 어설펐다. (중략) 그 사 람은 (관련)경력이 없었다. 아무 경력도 없는 사람을(추천한 거다).다만, 뉴질 랜드에서 공부를 했으니 영어가 된다는 점, 그리고 오피스에서 행정업무를 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 직원 채용 시에도 처음에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PMC 관계자 심층면접 응답 전사록 1면)
(MPI에서 추천한 전문가라는)그 사람 이력을 보니 내가 보기에는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이론이 좀 약한 느낌이었다.(중략) 그 사람이 갖고온 연구 결과물을 보면 급여를 주는 만큼 시간을 투자하는게 맞다면 그 정도 수준은 나올 수가 없다. 당연히 더 좋은 결과를 보였어야 했다.
(PMC 관계자 심층면접 응답 전사록 2면)
현지 인력을 채용할 때 대부분의 경우에 수원기관이 조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기들(수원국)이 직접 채용을 하는 거니까 일종의 이 사업의 수원 기관의 베네핏(benefit)이잖아요. 수원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는게 맞는거 같 고……. 우리가 거기에 특별히 개입을 하지는 않아요. 일종의 서로(공여국과 수원국)간의 합의인 거죠. (KOICA 관계자 심층면접 응답 전사록 6면)
베트남 같은 경우에 자기네(수원국)들도 사업을 진행할 때, 사람이 필요하니까 우리(공여국)한테 인건비를 달라, 인력 채용에 필요한 돈을 달라는 요구가 왕 왕 있는데, 관례라고 하긴 뭐한데 현지인력 채용은 모든 사업에서 (진행)하는 데 수원기관에 상당부분 권한을 위임하는게 일반적인 것 같아요. 수원 기관이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데 특별히 매우 불만족 스러워서 쳐내거나 직접 우리가 컨트롤 하려고 한 적인 없고, 이 사업에도 그건 마찬가지였어요.(KOICA 관계자 심층면접 응답 전사록 7면)
이러한 공여국 정부의 태도는 수원국 정부의 태도, 즉 수원국이 공여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는데, 현지 인력 채용과 관련한 정보의 공개 및 제공에 대해 수원국은 매 우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자신의 의무를 다 했음을 강조 하면서 사업에서의 자신들(수원국)의 권한을 강조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ToR(Term of Reference)을 구축하고 양 측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토론을 가졌다. (MPI 관계자 심층면접 서면응답 1면)
위 내용을 통해 먼저 공여국과 수원국 간 정보의 비대칭 양상이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주인 -대리인 이론에서는 주인은 명확하고 통일된 선호를 제공하고 효율 성 추구를 가장 주요하게 여긴다고 전제하지만 이 사례에서는 주인 인 공여국 내부의 이해당사자 간 입장에 차이가 발견되었고, 특히 현지 인력 채용과 관련하여 공여국 정부의 수원국 권한 인정 분위 기는 실제 사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주인(PMC)과 대리인(베트남 중앙정부) 간의 정보비대칭의 간극을 더욱 확대 조장하는 데 기여했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주인 내부의 이해당사자 간 선 호의 차이, 그리고 대리인의 정보 비대칭성을 활용한 자기 이해 추 구의 구체적 지점들은 아래와 같이 여러 부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 다.
거기(베트남)에서는 정부에 줄을대고 여러 ODA 공여기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 는 사람이 많다. (중략) 이런 사람들을 베트남 정부에서는 추천할 때는 한 번 추천을 하면 또 그 다음 다른 사업에 추천하고, 추천하는 방식으로 계속 이어 진다고 하더라. 그리고 내가 듣기로 베트남에서 이런 사람들이 정부의 추천으 로 고용이 되면 첫달 월급은 공무원에게 주는... 일종의 중계비 같은게 있다고 알고 있다. 근데 그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내가 볼 때는 첫달 월급 뿐 아니라 (컨설턴트 비 전체 중의) 일부를 공무원들에게 주지 않나, 그들의 관계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PMC 관계자 심층면접 응답 전사록 3면)
만약 베트남 공무원들이 그런 현지 인력을 소개해 주지 않으면 아무래도 정보 가 적은 우리가 현지에서 전문인력을 구한다는게 쉽지 않다.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가 직접 만나서 검증하고 직접 채용을 한다는게 쉽지 않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중략) 그런 사정을 MPI는 이미 잘 알 고 있기 때문에 공여국에서 아무리 현지 인력 채용할 때 나름의 원칙을 얘기하 고 이런 저런 사람을 구해 달라고 얘기해도 그들 입장은 “답답하네.. 내가 하 라는대로 하는게 빠를텐데..”라는 뉘앙스가 있다. (PMC 관계자 심층면접 응답 전사록 4면)
뿐만 아니라 수원국은 짧은 기간 현지에서 사업을 책임지고 수 행하는 PMC의 정보획득의 한계와 공여국이 수원국에 실질적인 영 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익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선 호를 쉽게 요구할 수 있게 되는데, 특히 베트남과 같이 다수의 공여 기관과 ODA 사업의 경험이 많고 주도적인 수원국인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국 정부(KOICA)는 복잡한 절차를 두려워 하고 현지의 네트워크가 없어 일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공여국의 이행 기관(PMC)이 경험이 많은 파 트너였다면 처음부터 이 사업의 최종 목적에 맞는, 지역 (과제를 해결할 수 있 는 적합한) 전문가를 참여시키기 위해 개입했을 것이다. (MPI 관계자 심층면접 서면응답 2면)
현지 전문가 그룹을 선정 할 때 PMC 혹은 한국 정부가 기관 선정에 어떠한 영 향력도 주지 못했다. (PMC 관계자 심층면접 응답 전사록 3면)
베트남 현지 법에 대해서는 KEI도 전문가라고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현지 변 호사나 법관련 전문가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도 MPI가 추천한 인력을 결국 고용하게 됐고, 그 전문가 그룹, 그 회사에서 자기들이 데리고 있 는 변호사들도 일을 하게 하고, 또 다른 몇 명을 녹색-에너지 무슨, 그런 별도 의 팀이 있는 것처럼 이름도 급조해서 만들어서 MACC 보고서도 그 컨설팅 회에 서 맡아서 한거였다. (PMC 관계자 심층면접 응답 전사록 4면)
이러한 수원국 중심의 현지인력 채용 방식과 이에 대한 공여국 정부의 외교적 태도는 변화하고 있는 개발협력의 여건 속에서 수원 국의 오너십 강화라는 흐름에 부응해 나타난 결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높은 수원국의 주인의식과 더불어 이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공여국이 수원국에 의사결정의 권한을 위임하는 수준에 있어 투명성을 담보받지 못할 경우 수원국 중심의 비효율적 의사결 정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며, 이는 기존의 수원국에 정 보가 집중됨으로써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를 더욱 공고히하는 요인으 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