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살펴본 조세 및 재정지출의 정책 효과에 관한 연구들을 대개 정책에 의한 소득재분배 효과와 이에 의한 불평등 감소를 공적 소득이전 정책의 주 요 효과로 간주하고 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 방법은 크게 개인의 선 호(individual preference)를 측정하는 방법인 행위접근법(behavioral approach)과 혜택의 귀착(benefit incidence)을 분석하는 방법인 편익접근법 으로 구분된다(박기백 외, 2006). 이하에서는 이를 활용하여 소득이전 정책 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들을 살펴보고, 이들이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는 정책 의 효과와 이를 분석하기 위한 주요 방법에 대한 고찰을 통해 본 연구의 분 석 방법에 대한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1) ‘행위접근법(behavioral approach)’을 활용한 공적 소득이전의 행태적 반응 분석
공적 소득이전 정책의 효과 분석에 있어 개인의 선호를 활용하는 방법은 미시 경제이론을 이용하여 추정된 수요함수를 바탕으로 정부지출의 편익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행위접근법(behavioral apporach)’으로 분류된다. 이 방 법은 개인별로 느끼는 혜택 혹은 잠재가격이 다른 경우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Van de Walle, 1998; Aaron & McGuire, 1970). 이에 따라 사회 서비스보다는 순수 공공재의 효과에 대한 분석에 유용하나, 순수공공재가 아닌 경우에도 활용되기도 한다. 즉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급여나 학자 금 지원 등이 개인의 저축ㆍ노동 공급ㆍ학교 선택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 정에 기반하여 개인의 선호를 반영한 의사결정을 정책의 효과로 보는 분석 방법이다(박기백 외, 2006).
기본적인 분석법은 Ravallion 외(1995)의 연구가 제시한 바와 같이 정부 이전지출로 인한 소비 증가를 정부지출로 인한 혜택으로 보며, 가구의 소득 변화 및 취업상태 변화, 소비수준의 변화 등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다. 이와 같이 정책효과의 하나로서 개인의 선호가 반영된 ‘소비’에 관한 연구는 소 비(혹은 소비지출이나 행동)가 소득의 함수라는 소비자 행동에 관한 현대 거시경제학적 이론의 간단한 가정에서 기반하고 있다(박기백 외, 2006).
기존의 연구들은 이와 같은 소비에 미치는 영향 요인으로 크게 소득과 정 책 대상자의 사회ㆍ인구학적 특성을 다루고 있다. 먼저 개별 가구의 소득을 하나의 설명 변수로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다수의 연구는 대부분 소 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개별 가구의 가처분 소득을 활용하고 있으며 (Projector, 1968; 윤정혜, 1984; 김정숙, 1992), 일부의 연구는 월평균 총 소득액을 소득의 단위로 활용하기도 한다(김기옥ㆍ이승신, 1990; 양세정, 1991; 이성민, 1992).
이와는 다르게 소득을 유형별로 분석하여, 각 유형의 소득이 개별 가구의 소비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도 존재한다. 먼저 Holbrook &
Stafford(1971)의 연구는 패널데이터를 통해 가구의 소득을 가구주의 근로 소득, 기타 가구원의 근로소득, 이전 소득, 자본-근로 혼합소득, 자본소득 등 5개의 유형으로 분류하여 각 소득 유형의 한계소비성향을 추정하였다.
국내의 경우 김정숙(1992)은 소득을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으로 구분하여 각 각의 한계소비성향을 추정하였으며, 최현자ㆍ김혜련(1999)은 유형별 가계소 득과 자산이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주거 보유 형태별로 분석한 바 있
다. 성명재ㆍ박기백(2009)의 연구는 공적 이전소득에 의한 구축효과와 소비 지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하여 가계조사자료와 재정패널자료를 이용하였다.
이 연구에서 공적 소득이전은 사적 이전소득과 시장소득에 대하여 부(-)의 상관관계를 가지며, 구축효과로 인해 총소득ㆍ사전이전소득ㆍ소비지출ㆍ저 축이 각 가구당 20.5만원, 20.5만원, 12.1만원, 8.4만원씩 희생되었음을 분 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적 반응에 관한 연구는 다양한 경제학적 가정에 기초 하여 분석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운 경 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의 1996년 복지 개혁은 무상 현금 급여를 제한 하고 근로요구 조건을 부과하였는데, 당시에는 대상 가구들이 공적 부조 급 여를 주로 기본 생계비로 지출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Edin & Lein, 1997), 최근 연구에서는 근로와 관련된 지출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 다(Kaushal et al. 2007). 중국의 공적 부조 프로그램(Minimum Living Standard Assistance) 급여가 수령 가구의 지출 항목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의 경우, 교육비 지출 증가(7%) 및 식료품비 증가(3~4%)에 영향을 미 치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나(Du & Park, 2007), 후속 연구에서는 이와는 달 리 의식주 관련 기본 지출보다는 교육과 보건 등 인적 자본 투자 관련 지출 이 늘어났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Gao et al, 2009).
이에 이 연구는 공적 소득이전에 의한 정책효과의 분석방법 가운데 개인 의 행태적 변화와 선호에 대한 함수를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인 한계를 고려하여 이하에서 살펴 볼 ‘편익접근법’을 활용하고자 한다. 다 만 개별 정책대상에게 순수하게 이전되고 있는 공적 소득이전의 상대적인 규모를 분석하기 위하여 회귀분석(패널토빗분석)을 활용하고자 하며, 이 분 석에서 고려해야 하는 공적 소득이전의 규모를 결정하는 영향요인(통제변 수)으로 행위접근법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정책대상자의 사회ㆍ인구학적 특성을 활용하고자 한다.
(2) ‘편익접근법(benefit approach)'을 활용한 정책효과 분석
[표 2-16] 소득분류와 구성 요소
소득 분류 구성 요소 소득재분배 효과
요소(일차) 소득 근로소득(임금 및 사업소득) +재산소득
시장(민간부문)
소득 근로소득+재산소득+사적 이전소득 사적 이전소득의
효과 경상(총) 소득
근로소득+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 +공적 이전소득
(연금 및 기타 사회보장)
공적 이전소득의 효과
가처분 소득
근로소득+재산소득+사적 이전소득 +공적 이전소득-조세 및
사회보장부담금
직접세 및 사회보장 부담금의 효과
*자료: Ringen(1987), 김영종 외(2008), OECD(2008)
정부지출의 편익분포를 분석하기 위하여 실제 정부가 공급한 정부 재화 및 서비스의 지출액을 바탕으로 편익을 직접 계산하는 방법인 ‘편익접근법 (benefit approach)’(Selowsky, 1979; Meerman, 1979; Shorrocks, 1983;
Demery, 2000; Jao, 2008)은 앞서 언급한 Ringen의 ‘표준 접근’ 방법과 동 일한 원리에 의한 방법이다. 이 방법은 먼저 정부지출 가운데 특정 분야와 관련된 지출액을 추출하여 1인당 혹은 가구당 정부의 지출액을 계산하는 방 법으로, 소득 요소의 단계적 변화에 따른 분배지표의 변화를 통하여 재분배 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행위접근법에 비해 계산이 상대적 으로 용이하고, 주택비ㆍ의료비ㆍ교육비처럼 수혜계층이 파악되는 정부지출 의 편익분석에 적정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정부지출의 변화에 대한 개인 혹 은 가구별 행동 반응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편익접근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편익접근법이 상정하고 있는 소득 단계는 요소(일차)소득-시장(민간부문)소득-경상(총)소득-가처분 소득 으로 구성되며, 각 단계별 소득 요소는 다음의 표와 같다.
이와 같이 소득의 단계별 구성요소를 분해하여 정책효과를 파악하는 연구 들은 각 단계의 소득 요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각 연구가 중점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소득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연구대상과 결과가 다르게 나
타난다. 뿐만 아니라 각 단계별 소득을 파악하기 위하여 연구가 활용하고 있는 데이터의 특성에 따라서도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2000년을 전후로 이러한 접근법을 활용한 재분배에 대한 본격적인 논 의가 진행되었으며31), 이들은 주로 한국가구패널(대우패널)ㆍ가구소비실태조 사ㆍ(도시)가계조사 등의 자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연구자에 따른 상이한 자 료 선택은 각 원자료의 장단점과 연구 주제와의 부합성 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한국가구패널의 경우 초기 표본의 대표성이 높고 패널 데이터라는 장점에 비해, 이후 표본 유실률이 높아 대표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1996ㆍ2000ㆍ2004년에 조사된 가구소비실태조사의 경우 표본의 대표성이 높고 소득이 비교적 세분화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 회성 조사의 성격이 강하고 농어촌이 제외되어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 될 수 있다. 이에 이 연구는 2006년 이후 매년 조사되고 있으며 농어촌 가 구 등에 대한 조사를 포함하여 표본의 대표성이 높은 한국복지패널자료를 활용하고자 한다.
한편 정태적 방법에 의한 연구 결과는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공적 이전소득의 재분배 효과가 사적 이전소득의 효과에 비해 매우 미미하 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연구32)에서 사적이전 소득의 빈곤 감소 효과가 공적 이전소득의 빈곤 감소 효과에 비해 3배 내외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둘째, OECD 국가들 간의 비교를 수행한 연구 결과는 서구 국가들에 비해 우리 나라의 공적 이전과 조세의 재분배 효과가 매우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 다. Kakwani 세후지니계수 분배방법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와 미국 사회보장 이전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분석하고 있는 임병인(2003)의 연구 결과에 의하 면, 세전 지니 계수는 미국이 더 높으나 이전 소득의 재분배 효과와 소득세 의 누진성 지수는 미국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사회보험 기여금의 재분배 효과를 분석한 연구의 경우33) 미미하기는
31) 이러한 연구로는 최정균ㆍ최재성(2002), 홍경준(2002), 임병인(2003), 박찬용(2003, 2006), 김진욱(2004), 구인회(2006), 이현주 외(2006), 강병구(2007), 성명재(2007), 박 기백 외(2006) 등이 있다.
32) 이러한 연구로는 Kwon(2001), 최정균ㆍ최재성(2002), 김진욱(2004), 박찬용(200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