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를 복지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정책 목표로 정의하고, 보호를 위한 이 전의 결과 즉 이전의 최종적인 대상과 그 규모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고자 하며, 아울러 재분배와 이에 따른 빈곤 감소를 이차적인 정책 결과로 보고 이에 대한 분석을 함께 수행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한국의 복 지국가가 시장적 지위에 대한 교정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불평등과 양극화 등의 완화에 기여함으로써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복지국가의 재원: 복지국가(welfare state)와 재정국가(fiscal state)의
형화를 통해 조세가 기본적으로 복지국가와 제반 사회정책에 대한 재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조세가 그 자체로 사회정책의 수단으로서 작용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즉 모든 조세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유형의 세금은 소득과 부(income and wealth)의 분배에 영향을 미 침으로써 사회 정책의 수단으로서 작용한다. 이들은 조세 체계는 직접세와 간접세의 관계를 통해 구조화되며, 이러한 조세 구조 자체가 사회정책에 영 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조세는 공제(exemptions or reliefs)의 형태를 통해 가장 직접적으로 사회적 목적의 달성을 위해 사용되며, 이러한 조세의 형태는 조세뿐만 아니라 복지국가의 확대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Stebbing & Spies- Butcher, 2010).
조세와 복지국가의 발전과정에 관한 실증 연구들 역시 이들 간의 관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상호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하여 밝히고 있다. Klausen (1997)은 세계대전 기간 동안 국방부문의 지출을 위한 세금 징수가 필요했 으며, 이러한 세금 징수를 위한 국가체제의 발달이 복지국가 발전을 촉진하 였음을 밝히고 있다. Steinmo(1993), Ganghof(2005), Campbell &
Morgan(2005) 등 역시 복지국가가 조세의 원인이라기보다 산물이라는 점 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세는 복지국가의 공급적 측면 즉 복지국가의 재원조달 측면에 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가? Delamonica & Mehrotra(2009)의 연구는 복지국가의 재정 수단에 관한 유형화 연구를 통해 조세가 복지국가를 구성 하기 위하여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밝히고 있다. 이들은 재정적 수단의 유형화를 위하여 다음의 두 기준을 통해 수단들을 분류하고 있는데, 첫째는 누진성(progressivity)의 정도이며 둘째는 국가-개인-사회의 관계에 관한 접근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국가-개인-사회의 관계는 다시 개인주의적 접근(individualistic approach)와 연대적 접근(solidarity approach)로 구분된다. 먼저 개인주의적 접근은 개별 개개인이 복지서비스 를 제공받는 시점에 개개인의 사용료를 지급하고 제공받도록 복지시스템을 설계하는 접근방법이며, 반대로 연대적 접근은 개개인이 현재 건강하더라도 자신의 기여금을 통해 일반적인 보험메커니즘에 가입하고 건강을 잃고 재정
적 지원이 필요할 때를 대비하는 방법으로 이는 조세를 통해 사회정책에 대 한 재정적 지원을 수행하는 접근방법에 해당한다.
이러한 구분에 따르면 복지국가에 대한 재정적 지원 수단은 그 성격에 따 라 다음의 여섯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직접세(direct tax) 는 거시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하며, 사회 발전과 빈곤 감소를 위한 소득 분 배와 형평성의 증대를 통해 가장 누진적인 성격을 가지는 수단에 해당한다.
둘째로, 목적세(earmarked tax)11) 역시 일정 수준의 누진적 효과를 가지는 데 이는 목적세를 빈곤 감소 등 특정 목적을 위한 세금으로 설계하고 이를 통해 높은 사회적 이익(social benefit)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세의 도입은 일반적인 납세자의 조세 저항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가 예산의 통일성(university)을 해친다는 한계를 갖는다. 셋째, 간접세는 부가가치세와 같이 주로 판매와 소비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재분배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역진적인 성격을 가진다. 이상의 직접세ㆍ목적세ㆍ간접세 등 의 조세 외에 공적 사회보험과 민간 영역의 보험, 사용료 등의 수단이 존재 하며, 사용료(user fees)는 가장 역진적이며 가장 낮은 수준의 연대효과를 갖는 수단에 해당한다.
이처럼 복지국가는 다양한 재정적 수단에 의해 운영되나, 그 전반적인 구 성은 각 국가의 정치ㆍ사회ㆍ역사적 맥락(context)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 다(Gough & Sharkh, 2011). 그러나 기본적으로 조세는 복지국가의 성립 및 운영을 위한 자원을 제공하는 가장 큰 수단에 해당하므로, 복지국가의 공급적 측면을 강조하여 이를 조세복지국가(tax welfare state)라 칭하기도 한다(Ervik, 2009; 김성욱, 2010).
한편 복지국가의 발전 및 유지가 누진적인 소득세 등에 의해 이루어져왔 다는 견해와는 달리(Kemmerling, 2005), 역진적 조세에 의해 복지국가가 건설ㆍ유지되어 왔다는 견해도 존재한다(Hagen et al, 1998; Willensky, 2002; Kato, 2003; 이중섭, 2007). 이들에 따르면 앞서 살펴본 조세의 일 반적인 기능은 복지국가의 정당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본의 유동성 증가는 정부로 하여금 누진적이고 상대적으
11) 우리나라의 경우 1982년 술ㆍ담배 등에 교육세를 부과한바 있으며, 이는 5년 이후 교육
로 유동적인 직접세를 더욱 역진적이고 고정적인 간접세로 조세 구성을 변 화시키도록 강제하게 된다. 이는 직접세의 경우 고소득과 자본에 더 큰 영 향을 미치며, 간접세는 소비와 노동을 중심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응능 부담의 원칙(ability to pay)을 기반으로 정당화되는 조세 체계를 통한 재분배 정책은 현대 민주주의 조세 체계의 가장 중심적인 특성 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누진적인 소득세 체계의 도입은 조세 체계 내에 공정성(fairness)의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이 전ㆍ분배 및 재분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대의 조세체계는 이론적으 로 복지국가의 공급적인 측면에서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Ervik,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