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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없는 신체와 n개의 되기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91-96)

기계’로서 분절된 소리를 생산하고, 입이 식도와 접속하여 계열을 이룬 뒤 영양소의 흐름을 절단하고 채취할 경우 ‘먹는 기계’로서 신체 에너지를 생 산한다(이진경, 2002).

선행연구들에서 말하는 결핍에 기인한 욕망과는 달리 들뢰즈와 가타리 의 욕망 개념에 의거할 때, 미백은 보다 다양한 얼굴을 드러낸다. 미백의 규율 권력을 탐구하는 작업은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효과를 가질 수는 있 으나 탈식민적 생성 담론을 생산하는 데에는 한계를 갖는다. 반면 보다 탈 주적인 욕망의 개념에 의거해 ‘미백 기계’는 무엇을 생산하는가를 질문할 때, 결핍과 억압 담론으로부터 벗어난 미백은 새로운 해석의 장을 맞이할 수 있다. 백인성의 담론적 구조 속에서 흰 피부를 결핍한 이가 흰 피부를 추구하도록 규율되어 이루어지는 행위로서 미백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미를 생산하는 것으로서 해석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종합하자면, 권력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주체가 형성된다는 관점에서 욕 망에 의해 주체가 생성된다는 관점으로의 전환은 무엇보다 소수자의 주체 성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 주요한 함의를 지닌다. 어떤 주체가 된다는 것은

“말하고, 사유하고, 재현하려는 욕망”(Braidotti, 1994, p.120)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은 뷰티를 해석하는 기존의 여성주 의적 연구들이 마주한 ‘억압 대 힘돋우기’의 이분법적 해석 구도의 한계를 일부 극복하게 해 준다.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이 주어진 구조와의 경합 과 정에서 능동적 행위주체성을 지닐 수 있는가에 대한 가불가의 답을 찾는 문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고정된 주체와 총체화된 담론을 벗어나, 욕 망의 배치 속에서는 다양한 계열화의 운동이 존재하는 열린 장으로 현상 을 바라볼 수 있다.

의를 동반한다. 더욱이 본 연구는 미백이라는 가시적 신체 문제를 다룬다 는 점에서 들뢰즈적 사유에서 신체와 정체성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살 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선행연구를 통해 피부색과 뷰티에 대한 논의, 특 히 그 논의에서 신체와 정체성에 주목하는 논의가 사회구성주의적 관점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을 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은 구조적 억압의 차원 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행위주체성과 구조 간의 갈등을 논하는 문제 로 귀결된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서 들뢰즈의 신체와 주체화는 조금 더 급진적인 방향을 향한다.

우선 들뢰즈와 가타리(1980/2001)가 말하는 ‘기관 없는 신체’ 개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기관 없는 신체는 기관들이 제거된 텅 빈 신체가 아니다. […] 기관 없는 신체는 기관들에 대립한다기보다는 유기체를 이루는 기관들의 조직화에 대립한다. 기관 없는 신체는 죽은 신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신체이며, 유 기체와 조직화를 제거했다는 점에서 더욱더 생동하고 북적된다. (67쪽)

사회와 현상에 대한 은유이면서도 신체 그 자체를 정의하는 관점이기도 한 이 개념은 신체에 큰 유동성을 부여한다. 기관이 없어 유기체와 조직화 를 결여한 신체란 특정한 방식으로 고정되지 않은 신체를 의미한다. 따라 서 신체는 늘 무언가가 되어가는 과정(becoming)이며 잠재적인 변형의 장이다. 이로써 온전한 유기적 신체로서의 ‘개인(individual)’ 개념은 나누 어질 수 있는 ‘분체(dividual)’ 개념으로 나아간다. 신체는 연결과 접속, 분절과 횡단에 열려 있는 휘발적인(volatile)(Grosz, 1994) 개체다. 더욱이 신유물론적 횡단성이 나타나는 배치 속에서의 ‘분체’ 개념은 더 중요성을 갖는다. 인간과 비인간 요소의 연결접속으로 형성되는 포스트휴먼은 기존 의 이성중심적, 인간중심적, 유기체중심적인 사고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신 체와 주체에 대한 사유를 이끈다.

들뢰즈가 말하는 주체화는 이처럼 어떤 잠재적 에너지로부터 이루어지 는 ‘되기(devenir, becoming)’다. 특정한 주체란 하나의 단일한 유기체적 인 위치를 갖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 요소와의 결합 속에서 끊임없이 ‘되

어 간다’. 여기에는 정동이 관여한다. 들뢰즈(1978/2005, 1981/1999)는 정동을 존재 능력의 지속적인 변이의 차원에서 파악한다.36) 어떤 신체는 다른 물질적‧관념적인 무언가와의 조우를 통해서 정동적 경험을 한다. 그 리고 그 정동은 신체의 행위능력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킴으로써 ‘변용 (affection)’을 일으킨다. 좋은 정동과의 마주침은 신체의 행위능력을 향상 시키고, 나쁜 정동과의 마주침은 행위능력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주체화는 다양한 정동 경험과 변용 역량에 따른 변이와 생성의 과정이며, 되기는 신 체의 변용 역량 및 행위능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 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들뢰즈의 정동과 되기 개념에 의거해 전개된다.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미백 개념은 그 자체로 고정된 피부색이 아니라 하 얀 또는 밝은 피부색을 만드는 것, 즉 과정으로서의 의미(white‘ning’)를 기본적으로 내포한다. 미백을 통한 정체성의 정치는 미백하는 신체가 특정 한 방식으로 정동되어 행위능력의 증가나 감소를 경험하는 양상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되기란 “유사성도, 모방도, 더욱이 동일화도 아 니”(Deleuze & Guattari, 1980/2001, 452쪽)라는 점이다. 되기는 기본적 으로 자기 자신을 생산한다. 더 나아가, 되기란 본질적으로 권력의 반대 방향을 향한다. “생성들은 소수적이며, 모든 생성은 소수자-되기 (becoming-minoritarian)”(550쪽)다. 이미 우리는 다수자를 중심으로 하 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다수자-되기’란 존재할 수가 없다.

되기, 또는 소수자-되기는 무언가를 모델 및 척도로 삼아 그것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되기 관계에 놓인 두 항의 탈영토화적인 변화, 들뢰즈에게 영향을 준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의 철학에서 말하는 ‘상호변

36) 정동 개념에 대한 개념화는 다양한 가운데, 시그워스와 그레그(Seigworth &

Gregg, 2010/2015)는 정동 이론의 두 지배적 방향성을 세즈윅과 프랭크 (Sedgwick & Frank, 1995)와 마수미(Massumi, 1995)에서 찾는다. 전자의 경우 실번 톰킨스(Silvan Tomkins)의 심리생리학적 관찰을 바탕으로 감정 이전에 생 물학적이고 신체적인 정동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후자의 경우 스피노자 (Spinoza)와 들뢰즈의 계보학에 서서 신체 능력의 행동학 차원에서 정동을 바라 본다. 들뢰즈는 존재를 역량의 차원에서 설명하는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바탕으로

환(transduction)’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들뢰즈와 가타리가 제시하는 대 표적인 예인 말벌과 서양란의 관계에서, 서양란은 말벌의 생식기 모양을 본뜨고 말벌은 서양란의 생식 장치가 됨으로써 수분이 일어난다. 즉, 서양 란의 말벌-되기, 말벌의 서양란-되기는 서로의 일부(분체)를 탈영토화함으 로써 상호적으로 일어난다.

이와 같은 상호간의 탈영토화를 통해 “유대인-되기는 필연적으로 유대 인뿐만 아니라 비유대인들도 변용시킨다. 여성-되기는 필연적으로 여성뿐 만 아니라 남성도 변용시킨다”(551쪽). 해러웨이(Haraway, 2016/2019)가 모든 되기는 “더불어-되기(becoming-with)”(274쪽)라고 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미백을 칭하는 ‘화이트닝(whitening)’을 문자 그대로, 또 는 식민주의적 해석의 방식대로 ‘백인 되기’라고 여기는 시각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되기에 대한 개념 속에서는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을 뿐더러, 유 색인의 미백은 백인에 대한 흉내나 모사가 아니라 유색인과 백인의 존재 론 모두를 변화시키는 ‘유색인-되기’ 및 ‘미백인-되기’로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중요하게 짚어야 할 점은 되기가 다양한 차이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모든 되기는 어떤 동일성을 향하지 않고 각각의 특수한 신체적 경험에 의 거해 자신만의 되기를 한다. 유사한 의미로 그로츠(Grosz, 1994)는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현상학적 이해를 이어받 아 “내가 살아낸 몸(body-as-it-is-lived-by-me)”(p.86) 개념을 제시한 다. 이 개념을 통해 그로츠는 단일한 의미의 신체란 없고, 각각 다른 형태 의 복수형의 신체(bodies)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들뢰즈의 주체, 즉 신체로서 나타나고(embodied) 신체를 입은(enfleshed) 주체는 그 신체가 놓인 환경 속에서 그 신체 고유의 경험에 의거해 생성되는 주 체다. 따라서 되기는 특정한 주체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놓인 상 황에 따른 n개의 되기다. 더불어 들뢰즈가 말하는 차이의 존재론은 각 개 체 간의 차이이면서 자기 자신의 내적 차이이기도 하다. 하나의 개체는 늘 어떤 것과 접속, 결합, 해체하느냐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생성적 주 체다. 따라서 되기란 정체성의 정적인 상태가 아닌 수행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37)

마무리 짓자면, 차이에 의거한 되기, 소수자-되기, n개의 되기는 곧 배 치의 탈영토화와 연결된 힘이다. 배치 내 요소 간의 연결과 횡단을 통해 기존의 지층에 균열을 내고, 이것이 탈영토화로 나아가면서 되기가 이루어 지는 것이다. 이로써 들뢰즈주의적인 차이의 존재론은 각 주체를 유기적인 정체성 내로 흡수시키지 않고, 다중적 코드화와 탈코드화가 일어나는 정체 성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제 4 절 배치의 탈식민적 함의

이쯤에서 선행연구 검토의 말미에 제시했던 질문을 다시 불러오고자 한 다. 기존의 지배적인 것을 준거점으로 삼지 않으면서 한국 사회의 미백을 논의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본 연구는 이 방식으로서 배치를 택했 다. 그 이유는 이미 앞의 세 절을 통해 배치가 수반하는 여러 개념과 그 의의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설명이 되기도 했지만, 이 절을 통해 보다 직접 적으로 배치의 탈식민적 함의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 자체는 탈식민 담론에 많은 자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Bensmaïa, 2010; Bignall & Patton, 2010; Chow, 2010a). 우선 어떤 현상에 대해 존재론적인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소수자에 대한 논의는 늘 모순 속에 놓여 있다. 이미 세계에 존재하는 위 계질서 속에서 헤게모니를 지닌 항에 반대되는 항으로만 고찰되기에, 소수 자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 소수자가 지닌 특수성과 차이성에 집중하다 보면 소수자가 보편과 규범으로부터 이탈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유색인은 늘 백인과 비교하여 ‘비백인(non-White)’, 즉 백인이

37) 이 점에서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의 수행성 논의와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

행위자의 존재를 거부하고 행위만이 있다고 말했던 버틀러(1990/2008)처럼 들뢰 즈의 주체는 수행을 통해 생성된다. 다만 들뢰즈는 그 수행성 안에 신체가 지닌 물질성과 다른 요소와의 관계성, 비인간적 요소의 개입에 대해 주목함으로써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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