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개체들로 구성되는 방식이자 그 양상이며, 미백 배치를 통해 무언가가 생산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본 연구의 핵심적인 연구문제가 도출된다.
미백 배치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그리고 미백 배치는 무엇을 하는가?
에 반하는 흐름을 형성한다. 즉, 영토화가 특정한 배치에 내적 균질성을 증가시키거나 경계를 선명하게 만듦으로써 정체성을 안정화하는 과정이라 면, 탈영토화는 내적 이질성을 증가시키고 경계를 흐려 불안정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영토는 완전히 폐쇄적이지 않고 열림과 닫힘을 반복하는데, 그 과정에서 탈영토화의 흐름이 영토의 배치를 변화시킨다. 이때 탈영토화된 욕망의 흐름들을 연결해 구조적 변동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탈주선(line of flight)’이다. 탈주선을 통해 탈영토화하는 욕망은 이전의 영토화가 수행했던 것들을 해체한다. 재영토화는 영토를 안정화시키는 ‘분 절선(line of articulation)’을 따라 다시 영토를 만드는 운동이다. 탈영토 화는 늘 재영토화를 예비한다. 그러나 이때 재영토화는 이전 영토로 되돌 아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탈영토화와 재영토화의 무한한 반 복은 궁극적으로는 끊임없는 다른 영토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재)영토화
탈영토화
재영토화 탈
주 선 기계적
배치
집단적 분 배치
절 선
그림 3-1 배치물의 일반적 구성
들뢰즈와 가타리(1980/2001)는 배치 안에서 나타나는 운동을 세 가지 선의 형태로 정리하기도 한다. 첫 번째는 ‘몰적 분할선(molar line of
segmentarity)’으로, 동일하고 평균적인 형태로 움직이는 관성적 흐름을 말한다. 두 번째는 ‘분자적 분할선(line of molecular segmentation)’으 로, 이는 몰적 분할선을 구성하는 더 미시적인 움직임이면서 그 안에서 각 자의 유연한 움직임을 갖는 선이다. 마지막은 ‘탈주선’으로 관성적 흐름으 로부터 이탈하는 움직임이다. 그리고 분자적 분할선은 몰적 분할선과 탈주 선 사이에서 동요하며 움직인다. 배치 속 개인과 집단을 가로지르는 선 모 두가 각각의 욕망이며 따라서 많은 설명과 해석을 요한다.
이때 하나의 영토가 ‘분절(articulation)’되는 방식을 좀 더 살펴보겠다.
분절이란 어떤 것을 분할하고 동시에 결합한다는 의미를 지닌다.24) 분절 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는 ‘기관 없는 신체(body without organs)’, 즉 유 기체화가 되기 전의 상태다. 고정된 질서 없이 잠재적인 에너지의 흐름만 이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기관 없는 신체에 분절이 일어나면서, 다 시 말해 영토화의 작용이 일어나면서 특정한 지층이 형성된다. 분절을 통 해 기관 없는 신체에서의 에너지의 흐름이 어떤 단위로 분할될 때, 그 단 위를 ‘실체(substance)’라고 하고, 그 실체를 결합하는 질서 및 원리를
‘형식(form)’이라고 한다. 형식의 차원에서 ‘코드화’가 이루어지고, 실체의 차원에서 ‘영토화’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분절은 ‘내용(content)’의 층위와
‘표현(expression)’의 층위에서 이중으로 일어난다.25) 내용이란 가시적이 고 물질적인 영역으로 기계적 배치에 해당하고, 표현이란 언표가능한 것과 담론적인 영역으로 곧 집단적 배치라고 할 수 있다. 즉, 내용과 표현의 이 중분절은 곧 물질성과 담론성의 뒤얽힘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용은 들뢰즈(1986/2019)가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자신의 철학적 개념에 의거해 해석하는 틀에서 잘 드러나는데, 그 내용을 요약해 보면 <표 3-2>와 같다.
24) 스튜어트 홀의 방법론에서 이 용어는 ‘절합’이라고 번역되며, 특정 국면에서 어떤 다른 두 요소 및 영역이 연결되어 새롭게 구조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25) 이러한 ‘이중분절(double articulation)’은 루이 옐름슬레우(Louis Hjelmslev)의 개념에 의거한 것이다. 소쉬르가 기표와 기의로 이분화한 것처럼 옐름슬레우는
내용 (=가시성의 장
=물질적=기계적 배치)
표현 (=언표의 체계
=담론적=집단적 배치)
실체 죄수 비행
형식 감옥 형법
표 3-2 판옵티콘의 이중분절
죄수라는 실체는 신체를 다루는 하나의 원리인 감옥을 통해서 분절되고, 비행이라는 개념은 범죄적 요소들을 언표화한 형법에 의해 구성된다. 그리 고 이 내용과 표현의 조합을 통해 지층이 형성되는데, 보다 추상적인 차원 에서는 하나의 추상적 기계(abstract machine)로서 정의되고 보다 구체 적인 차원으로 현실화될 때 하나의 배치물로서 정의된다. 즉, <표 3-2>에 서 내용과 표현의 조합은 ‘규율 기계’라는 추상적 기계를 형성하면서도, 이 규율 기계가 현실화되면 감옥이라는 빛의 배치물 또는 가시성의 배치 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적용하여 미백 배치를 설명해 보자. 예를 들어 앞에서 살펴본 일부 선행연구들처럼 미백이라는 현상을 식민화된 관념 및 실천으 로 그 영토성을 분절하는 경우에는 <표 3-3>처럼 나타낼 수 있다. 서구에 대한 선망의 의식이 병리적 의미에서의 모방이라는 지층을 분절하고 따라 서 아시아인의 신체는 표백의 행위를 하는 황인종으로 고정되는 것이다.
내용 표현
실체 황인종 (병리적) 모방
형식 표백 서구선망주의
표 3-3 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미백의 이중분절
미백이라는 하나의 배치에서 식민주의적 분절선은 이와 같은 내용과 표현 의 이중분절을 통해 백인을 모방하는 ‘모방 기계’ 및 ‘표백 기계’, 아시아 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부정 기계’를 작동시키고, 이것이 현실화된 구체적
배치물로서 나타나는 것이 아시아인의 미백 및 성형에 대해 자기 정체성 을 부정하는 병리적 현상이나 화이트워싱이라고 진단하는 서구의 담론, 미 디어 보도 등이다.
이러한 식민주의적 분절도 미백 배치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본 연구가 주목하는 것은 이렇게 분절된 영토로부터 탈주하는 움직임과 그리하여 미 백 배치 안에서 만들어지는 또 다른 영토들이다. 이처럼 배치 개념을 통해 볼 때 미백은 더 많은 의미와 실천의 층위를 드러냄으로써 잠재적인 변형 의 장으로서의 성격이 부각된다. 배치 개념을 통해 우리는 미백이라는 현 상 및 문화의 현재성(actuality)뿐만 아니라 잠재성의 차원에 주목할 수 있고, 그리하여 현실(reality)을 그려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