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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질문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54-60)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은 뷰티를 여성주의적 주제로 발전시켜온 핵심적 논의들이지만, 한편으로는 뷰티를 바라보는 시각을 이분법 구도에 가두는 한계를 갖는다. 뷰티를 여성의 문화로만 국한한 후 억압의 효과와 힘돋우 기의 효과 사이에서 택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전자를 택할 경우 여성은 희생자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후자를 택할 경우 개인의 정치적 의식이나 행위주체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의 오류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

즉, 여성주의에서 오래 논쟁이 되어온 구조와 행위주체성 사이의 대립을 반복하는 이분법이 여기서도 발견된다. 이어 살펴볼 내용은 뷰티에 대한 이분법 구도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드는 논의들이다.

1) 상호교차적 관점에서의 뷰티

뷰티에 대한 여성주의의 이분법은 상호교차성(intersectionality) 개념 의 도입을 통해서 그 극복이 모색되었다. 상호교차성은 백인 여성을 중심 으로 형성되어 온 여성주의 사상에 제동을 걸며 여성들 간의 다양성을 주 장하는 포스트식민주의적 여성주의 사상의 맥락에서 제안된 개념이다. 이 개념을 제안했던 크렌쇼(Crenshaw, 1989, 1991)는 흑인 여성이 여성주의 와 반인종주의 안에서 어떻게 이중의 소외를 겪었는가를 밝히며 “그녀[흑 인 여성]의 차이가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p.1298)에 주목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크레이그(Craig, 2006)는 뷰티를 이론화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뷰티가 “여러 힘들로 붐비는 교차로”(p.160)에 놓여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뷰티의 문제를 교차적 관점에 놓는다.

크레이그는 중산층 흑인 여성이 머리카락을 펴거나 반대로 아프로(Afro) 헤어스타일을 할 때 그것이 필연적으로 구성하는 의미에 주목한다. 대개 흑인 여성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재현되는 가운데, 흑인 여성 이 머리를 펴는 것은 주류 사회의 뷰티 담론에 순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흑인 곱슬머리가 내포하는 후진성으로부터 벗어나 백인 여성이 누리는 뷰 티 담론에 접근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머리를 펴는 것은 흑인 커뮤니 티 및 정체성에 대한 거부로 해석될 수도 있다. 흑인 운동의 맥락에서는 보다 큰 아프로 헤어를 한 여성들이 더 아름다운 여성의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자기 정체성과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가진다. 즉, 흑인 여 성의 뷰티는 흑인 커뮤니티와 백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의미를 지니기 때 문에 위험하면서도 전략적인 성격을 지닌다. 크레이그가 “인종에 대해 정 확하게 쓰기 위해, 젠더와 계급에 대해서도 써야 했다”(p.160)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뷰티의 상호교차적 성격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뷰티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종종 인종 차원 의 문제를 동반한다. 아시아의 근대화가 서구 문화와의 접촉과 맞물려 있 다는 역사적 경험 때문에, 앞서 리(2018)의 연구를 소개하면서 언급한 바 와 같이 아시아의 발달한 뷰티 및 성형 산업은 서구인처럼 되고 싶은 아 시아인의 병리적 욕망으로 쉽게 설명되어 버리곤 한다. 할리데이와 엘핑황 (Holiday & Elfving-Hwang, 2012)의 연구는 이러한 차원에서 보다 고무 적인 주장을 보여준다. 이들은 기존의 성형 수술에 대한 연구들이 “(젠더 적 분석이 아니면서) 남성을 포함한 ‘인종적’ 성형수술 연구와 (인종적 분 석이 아니면서) 남성을 배제하는 ‘여성주의적’ 성형수술 연구”(p.65)로 나 누어져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한국인의 성형수술에 대한 상호교차적 접 근을 제안한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남성도 성형에 대한 관심이 많고 취업 성형이나 관상성형이 존재한다는 점 등과 같은 특수성과 그 특수성이 나 타난 사회적 맥락을 고찰함으로써 성형수술이 단순히 가부장제가 여성에 게 부과한 코르셋이거나 서양인의 외모에 대한 집착적 선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 크렌쇼(1991)의 주장처럼, 한국 사회가 지닌 ‘차이’가 성형 수술의 함의를 ‘다르게’ 해석해 내도록 해준다.

이러한 의의로 인해 상호교차성은 지난 20여 년 간 정체성을 논하는 연구들에서 가장 주류적이고 정치적인 활용도가 높은 개념으로 동원되고 있다고 평가된다(Bogic, 2017). 그러나 유색인 여성의 차이를 인식하는 데 서 시작한 이 개념은 탈구조주의적 사상의 맥락에서는 그 차이를 드러내 는 방식에 있어서 한계를 지닌다고 비판되기도 한다. 이 개념이 궁극적으 로 백인 여성‘으로부터의 차이(difference from)’를 드러내고(Puar, 2011) 자칫 유색인 여성이 처한 특수성에 천착함으로써 유색인 여성의 타자성을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 또한 교차성은 정체성을 물화하는 교착(gridlock)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경계 또한 존재한다(Grosz, 1994; Puar, 2007). 마 치 바둑판의 격자 구조 속 한 지점에 바둑알을 위치시키듯, 정체성을 형성 하는 n개의 흐름들이 교차하는 특정 지점을 정적으로 포착하여 정체성의 유동성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백은 정체성의 다면적인 측면들이 관 여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분법적 시각을 극복하는 상호교차적 선행연구 들의 의의를 토대로 삼되, 그 분석이 유색인 여성의 차이를 보다 긍정적이 고 유동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 요구된다.

2) 뷰티의 정동적 능력

뷰티를 ‘정동(affect)’ 개념을 통해 고찰하는 일부 연구들은(Reddy, 2013; Jha, 2016) 뷰티를 여성들 ‘사이’에 위치시키고 뷰티의 정동적 능력 (affective capacity) 및 효과에 대해 주목한다. 이들 연구는 정동을 신체 가 무언가와의 조우를 통해 변용하는 것으로 정의 내리고, 뷰티의 정동적 능력을 여성 신체 간의 조우를 통해 욕망이나 정체성, 소속감을 생산하는 차원에서 서술한다. 특히 레디(Reddy, 2013)는 “초국적 뷰티 배치 (transnational beauty assemblage)” 개념을 통해서 초국적이고 포스트 식민주의적인 맥락에서 여성들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뷰티의 정동적 능력 및 그 정치적 함의를 읽어낸다. 레디의 논의를 살펴보기 전에 그가 이론적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로렌 벌란트(Lauren Berlant)의 여성 문화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벌란트(Berlant, 2008)는 여성들의 문화가 ‘친밀한 대중(intimate public)’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서로가 지닌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감정을 공유하는데, 이것은 폄하되기 쉬운 감상성(sentimentality)과 불만(complaint)의 형태로 토크쇼, 로맨스 소설, 칙릿 등을 통해 유통된 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자신의 문제가 다른 여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감 각을 공유한다. 이렇게 형성된 친밀한 대중으로서의 여성들은 “작게 살지 만 크게 느끼고, 크게 살더라도 평범한 것을 원할 수도 있고, 실망스럽고 위험한 세계 및 욕망의 대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지 않고도 비판적일 수”(p.3) 있다. 즉, 여성의 뷰티와 같이 작은 것, 평범한 것, 실망스럽거나 위험한 것으로 여겨질 만한 것이 여성들 간의 정동적 사회성을 형성하여 세계를 인식하고 참여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인 분석에서 벌란트(2008)는 여성들을 친밀한 대중으로 만드 는 연결고리를 “보철적 체화(prosthetic embodiment)”(p.107)에서 찾는 다. 다른 누군가와 동일시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대상을 닮거나 모방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고정시키고 결정짓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을 의미한다. 즉, “타인의 육체적 논리, 또는 그 논리의 환상을 빌리고 그 것을 보철(prosthesis)로서 취함으로써”(p.141) 자신의 감각을 확장하는 경험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합리적이고 인지적이기보다는 신체적 체현 과 체감을 통해서 나타나는 정동적 능력의 발현이다.

레디(2013)는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의 단편 소설 “섹시(Sexy)”

에 대한 분석에서 벌란트의 논의를 적용한다. 소설 속에서 미국에 사는 백 인 여성 미란다는 가정이 있는 인도인 남성 데브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그의 인도인 아내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다. 데브는 자신의 아내가 발 리우드 배우 딕시를 닮았다고 말한다. 이후 미란다는 우연히 마주한 딕시 의 이미지를 보며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히는데 이것을 레디는 뷰티의 정 동으로 설명한다. 미란다에게 딕시의 이미지는 인종화된 몸이면서도 초국 가적 이동성을 암시하는 코스모폴리탄적인 몸이다. 반면 백인 여성으로서 의 자신의 신체는 미국의 한 도시에 묶여 있는 특징 없는 비-코스모폴리 탄적인 몸이다. 미란다에게 아름다운 인도 여성이란 “지구적 소속감

(global belonging)”(p.39)의 정동으로 다가오며, 이것은 지방화된 (provincialized) 백인 여성이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주는 ‘보철적’ 뷰 티로 작동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레디(2013)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뷰티는 무엇 인가(what beauty is)”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뷰티는 무엇을 하는가(what beauty does)”(p.32)의 질문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후술하겠지만, 이런 질문의 전환은 배치 개념이 동반하는 주요한 사고의 전환이다. 레디 는 세계화와 관련된 뷰티 담론 속에서 어떤 형태의 아름다움이 왜 이상화 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뷰티가 문 화 간, 인종 간의 조우 속에서 어떠한 정동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 그 정 동은 어떤 시민성 및 소속감을 발생시키는가는 지구적 단위에서 뷰티를 고찰하게 하는 새로운 질문이다.

3) 남성의 뷰티

뷰티 문제를 복잡화하는 또 다른 측면으로 남성의 뷰티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뷰티에 대한 기존 여성주의적 문헌들은 뷰티를 젠더화된 문제, 여성의 문제로 다룬 것들이었다. 그러나 외모를 가꾸는 데 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남성들도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한 국의 남성 뷰티 문화의 성장은 가시적이다. 따라서 남성의 신체와 아름다 움, 그리고 소위 ‘새로운 남성성’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둘러싼 논의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남성의 신체 및 외양은 오랫동안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오로지 여성의 신체만이 담론화되거나 병리적인 것으로 파악되었을 뿐, 남 성은 신체와 무관한 이성의 주체로 파악되거나 남성의 신체 자체가 인간 의 규범적 신체로 파악되었다. 남성의 신체는 여성, 흑인, 정신병자, 동성 애자 등을 적으로 규정하고 이와의 대립을 이루면서 그 정상성을 구축해 왔다(Mosse, 1996/2004; Connell, 2005)

그러나 베이넌(Beynon, 2002)은 1980년대에 ‘바라봄의 정치학’에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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