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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자아의 탈지표성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134-139)

뽀샤시 미학이 미백의 외연을 확장했다고 할 때, 그 확장된 의미의 가 장 핵심은 바로 인공성 또는 탈지표성이다. 미백이란 반드시 실제 물리적 피부의 변환뿐만 아니라 디지털 이미지 상에서의 변환까지를 포함하는 개 념이다. 그리고 이러한 디지털 미백 이미지의 탈지표성은 보다 자동화되고 다양화된 형태의 뽀샤시 미학을 구현해 주는 스마트폰의 성장 속에서 꾸 준히 발전해 왔다.

뽀샤시 효과를 개인의 기호에 맞추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색감의 필터를 제공하는 수많은 카메라 어플리케이션들이 있다. 대표 적으로, 이름부터 ‘눈’을 뜻하는 ‘스노우(SNOW)’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사용되는 소셜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이다. 2015년 네이버의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출시한 이 어플리케이션은 국내에서 애용되는 카메 라 어플리케이션임은 물론 한‧중‧일 지역에서 7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전 세계 3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정유현, 2019). 그 외에 국내에 서 많이 활용되는 B612, 푸디(Foodie), 소다(SODA) 또한 스노우의 자매 앱으로 파생되어 나온 어플리케이션들이다.

2020년 3월 기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수가 가장 많은 카메라 어플리케이션 네 가지와 각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인기가 있거나 인물사진 용으로 분류된 필터는 <표 5-1>과 같다. 필터들은 대개 흰색이나 뿌연 느 낌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갖고 있다. 집단표적면접 과정에서 20대 초중반 의 여성들에게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필터는 소다의 ‘Milk’다. 이 필터 는 명도를 높이면서도 피사체에 그림자를 최소화하여 균일한 톤을 맞추고 흰 빛이 덧입혀진 것 같은 느낌을 구현한다. 이는 한국의 소셜 미디어 이 미지에서 두드러지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적인 색감에(Manovich, 2017)

부합한다. 미백은 소셜 미디어의 감수성에 맞는, 즉 ‘인스타그래머블 (instatrammable)’한 색감으로 연출된다.

필터 분류 필터명

SNOW HOT 흐림1, Daily, Light, Plain, Cream, A4, Pure, Gleam, Jelly, B&W

내추럴 Aqua, Milk, Angel, Sugar, Vanila SODA

Natural Daily, Natural, Light, Pure, Clean Selfie Frost, Vanila, Soap, Grain, Velvet, Coral Bright Bright, Lily, Milk, White, Lovely

Camera360 인물

복고필름, Light Color 2, 안개의 밀언, Lazy Paris, Shady, Macarons, 러브레터, New Year,

새해의 그림자, 홍콩의 거리, Neon Party, Light Film, Frozen, Time traveler

B612

Hot Clean, Daily, Heart, Aqua, Pinky, Pretty, Merry, B&W

셀피 Loveletter, Alight, Gleam, Pure, Baby, Youth, Momo

표 5-1 카메라 어플리케이션 필터 종류

브라이도티(1994)가 신체적 표면이란 “자아의 이동가능한 극장”(p.50) 이라고 한 표현은 어플리케이션 속 얼굴 이미지에서 구현된다. 슬라이드를 통해 필터를 바꿀 때마다 사진 속 얼굴의 HSB 값은 변화한다. 그리고 자 신이 설정한 필터를 가지고 찍은 사진은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될 때 다시 한 번 필터를 거칠 기회를 부여받는다. 그리하여 소셜 미디어 속 수많은 셀카는 실제 신체의 피부색과 연결고리를 끊고 카메라 어플리케이션과 소 셜 미디어 특유의 미학적 색감을 갖는다.62)

이처럼 수정 및 보정이 손쉬워진 디지털 이미지는 복제물과 시뮬라크라 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킨다. 플라톤에게 있어 좋은 복제물은 유사성과

62) 이 양상에 대해서는 7장에서 후술할 아시아 횡단적 미백 배치의 소셜 미디어 미

동일성의 원리에 근거한 것이었다. 플라톤주의적 관점에서 사진 이미지는 사진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여겨지는 ‘지표성(indexicality)’에 강조점이 찍히면서, ‘사진이 세계를 객관적으로 재현하는가’라는 문제를 떠안는다.

미백 이미지는 진짜 미백의 피부를 보여주는가? 하얀 아시아인의 얼굴은 실제로도 하얀가? 복제물로서의 이미지는 이처럼 어떤 고정된 기준점을 바탕으로 이미지의 진위성을 판별하는 질문을 요구 받을 수밖에 없다. 그 리고 진짜가 아니라고 판별된 이미지는 열등한 가치를 부여받음으로써 이 미지가 지닌 다른 가치를 드러낼 여지를 잃는다.

얼짱 사진이 인기를 얻던 때까지만 해도 얼짱의 진위 여부에 대한 질 문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온라인에서 이름이 알려진 얼짱들을 출연 시키면서 화제가 되었던 TV 프로그램인 <얼짱시대>(ComedyTV, 2009~2013)는 얼짱들의 실물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장으로 기능하기도 했 고, 실제로 사진과 많이 다른 실물을 지닌 이들은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뽀샵은 ‘뽀샵질’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부정적인 의 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 어플리케이션 산업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 보정된 상태 자체가 이미지의 기본값으로 변해 감으로써 사진 이 미지는 지표성의 요구로부터 훨씬 자유로워졌다. 셀카에 함께 해쉬태그나 설명으로 따라붙는 ‘셀기꾼’(셀카+사기꾼)이라는 단어에는 처음 ‘뽀샵질’에 부여되었던 부정적 의미가 아닌 스스로의 인공성 및 탈지표성을 인정하는 적극적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셀카가 비유사성에 근거한 것이며 환영적 이미지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인정하거나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스노우가 개발한 ‘제페토(ZEPETO)’는 그 인공성을 한 단계 더 높인 양 상을 보여 준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3D와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아바타 를 만드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출시 4개월 만에 30여 개국에서 어플리케 이션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카카오톡 등 소셜 미디어에서 자기의 실 제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쓰기가 민망한 사람들을 위해 캐릭터화를 시 도했다는 개발자의 말처럼(권명관, 2018), 자신의 얼굴을 찍으면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이미지를 분석한 후 그 얼굴의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진 캐릭 터가 기본 아바타로 주어진다. 따라서 아바타의 피부색 또한 자신이 찍은

사진 속의 얼굴 피부색을 바탕으로 구현된다.63) 그러나 제페토가 실제 이 용자의 얼굴을 시작점으로 삼는 것이 무색하게 이용자들은 아바타의 외형 을 바꾸는 데서 이 어플리케이션 사용의 즐거움을 발견한다. 제페토를 주 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이미지들은 대체로 밝거나 창백한 피부색의 아바타들이고,64) 예쁜 제페토 캐릭터를 만드는 튜토리얼에 대한 유튜브 영상들도 얼굴색을 밝게 설정할 것을 권한다.65) 이처럼 이용자들 은 말 그대로 ‘제페토’가 되어 디지털 자아를 생성하고 있고, 그 생성의 원리에는 디지털 기술과 미백의 미학이 있다.

그림 5-8 제페토 캐릭터66)

출처: https://pann.nate.com/talk/344282507 원저작권자의 모든 권리가 보호됨.

디지털은 사진이 지닌 지표성을 탈코드화함으로써 사진을 전통적인 존 재론으로부터 탈영토화한다. 탈영토화된 미백의 이미지는 시뮬라크르적 존

63) 하지만 실제 피부색보다는 밝아 보이기는 한다.

64) 디시인사이드 제페토 갤러리 참조.

65) 예를 들어, 페토 (2019, 12, 16). “기본으로만 만든 [제페토 캐릭터 만들기] - 초 보자용 여자편 | 커스텀 없이 | 쉽게 캐릭터 만들기 | 제페토 캐릭터 | 캐릭터 이 쁘게 만들기 | 제페토드라마” URL: https://youtu.be/DNLhvmKYo8Q

66) 게시글의 작성자는 자신의 캐릭터를 왼쪽의 모양에서 오른쪽으로 바꾸었다고 소 개하며 “피부색 바꾸기전임. 처음에 피부너무 하얀것같아서 이렇게 했는데 다른

재다. 디지털 미백 이미지는 실물의 복제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을 찍는 주체 및 피사체가 상상하는 가상의 모델에 대한 시뮬라크라로 존 재한다. 따라서 원본이 없는 디지털 미백 이미지의 시뮬라크라 속에 있는

‘하얀 자아’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따라붙는다. 이 질문은 얼짱들의 실물에 대해 따져 묻는 것과 같은 차원이 아니라, 미백 배치가 무엇을 하 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미백 배치는 고정된 자아, 고정된 신체를 해체한 다. 해체된 자리에서 어떤 생성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8장의 ‘미백인- 되기’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제 3 절 공적 미백 얼굴

오늘날 우리는 광고 모델이나 스타의 하얗게 빛나는 얼굴을 도시 공간 과 미디어의 곳곳에서 본다. 여기서는 그러한 얼굴을 ‘공적 얼굴’이라고 지칭하고자 한다. 공적 얼굴이란 원래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 1956)이 제시했던, 사회적 상호작용 상황에서 취하는 공적 자아(public self) 개념에 기반한 것으로, 개인이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상대에게 특정한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 얼굴 근육, 스타일, 화장 등을 활용한 것을 의미한 다. 이 개념은 셀러브리티 연구에 도입되면서 보다 ‘공공성’의 의미를 지 니게 된다. 유명인이 하는 자기표현 양식이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 속 에서 보편화되면서 그의 신체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중이 공유하고 소비하는 대상이 되었다는 의미에서다(Rojek, 2001/2019).

여기서는 세 가지 형태의 공적 미백 얼굴을 살펴볼 것이다. 첫 번째는 스타의 얼굴, 두 번째는 미스코리아의 얼굴, 세 번째는 화장품 및 성형외 과 광고 속 얼굴이다. 이 세 유형의 얼굴은 실제 인간을 피사체로 하더라 도 대표성과 추상성을 지닌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타와 미스코리아는 한국 의 미의 기준을 대변 및 체현한다는 점에서, 광고사진은 광고가 가정하는 이상적 미와 광고 문법에 따라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의 대표성 과 추상성을 지닌다. 그리고 이 세 유형의 이미지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

는 대상은 한국인 대중이다. 따라서 한국인 대중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어 색함이나 불편함이 없이 보편성에 호소하는 이미지이고, 더 나아가 긍정적 인 인상 전달을 위해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한 이미지다.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134-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