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을 받은 제품은 방영되자마자 화제가 된다.
이러한 정보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와 의존도가 높다 보니 화 장품 생산과 마케팅 자체가 이 플랫폼에 의존하여 이루어질 정도다. 기능 성제품으로서 과대광고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받는 미백 제품은 ‘운 좋게’
이러한 정보 플랫폼을 통해 선택될 필요가 있다.
기초에서 제일 큰 변화는 사실 ‘화해’ 같은 안 좋은 성분을 가려내는 앱 들이 나오면서. 화해에서 빨간 불이 뜨면 일단 안 팔리는, 그게 기본이 됐어요, 거의. 근데 이게 웃긴 거거든요, 사실. 연구소에 가면 되게 뭐라 그래요. “화해에서 초록색이 뜬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고 다 얘기를 해 요. “왜 화해 처방에 맞추느냐, 피부에 오히려 더 안 좋은 성분도 있고, 화해 초록색 맞춰도. 화해에 빨간 성분이 나와도 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는 데 있어서는 그 성분이 꼭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빼자고 하면 제품 의 특징이 없어진다” 이런 얘기도 많고. 그래서 연구원들은 화해 진짜 싫어하는데 고객들은 화해만 보니까 결국엔 맞춰 가야 되더라구요. 그래 서 최근에 나온 제품들은 다 화해에서 초록색 뜨는 걸로 다 되어 있고.
(화장품A)
[어떤 제품을 방송에서 다룰지] 자기들이 알아서 다 정해요. “언제 방송 나갈 건데 그쪽 제품이 있어요”까지만 얘기해줘요. 몇 등인지도 얘기 안 해줘요. “보시면 알아요” 얘기하고. 끝나고 우리가 보고 1등이면 “1위 하셨으니까 앰블럼 사실 거예요, 말 거예요?” (화장품A)
이러한 양상은 정보 채널들이 얼마나 공신력이 있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미백이 아름다운 효과를 내기 위한 미용 차원만이 아니 라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여러 정보와 시험을 거쳐서 이루어지는 신 체기술로 유통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미백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사용하여 논의를 진행해 왔다. 실제 심층면접 및 표적집단면접에서도 미백의 정의나 영역을 미리 제한하여 참가자들에게 제공하지 않았고, 참가자들은 기본적으로 미 백이 문자 그대로 피부를 아름답고 희게 만드는 것이라는 데에 공통적인 이해를 둔 채 각자의 정의와 의견을 공유했다. 심층면접 참가자 중 화장품 마케터만이 대화의 도입부에서 “미백은 스킨케어고 톤업이 메이크업”(화장 품A)이라고 용어를 규정하고자 했다. 그는 업계와 법제도의 용어를 따라 미백을 스킨케어, 즉 기초적인 피부 관리 영역으로 국한했다. 그러나 미백 을 비전문가들이 일상적으로 공유하는 넓은 의미로 파악할 때, 미백은 톤 업을 포함하는 더 큰 의미로 통용된다. 즉, 미백은 흰색이 지닌 양면적 속 성에 따라 두 가지 차원에서 인식된다. 흰색은 색의 한 종류이면서도 색의 부재이기도 하다(Dyer, 1997/2020). 따라서 미백이 피부톤을 더 희게 만 드는 것이라고 할 때, 미백을 한다는 것은 피부색에 흼을 부여한다는 차원 (메이크업)과 피부로부터 무언가를 지워 낸다는 차원(스킨케어)으로 나뉜 다. 이러한 두 가지 차원의 공존 때문에 비전문가는 물론 전문가 집단에서 도 미백이라는 말을 스킨케어의 차원과 메이크업을 통한 톤업의 차원을 넘나들며 혼용하여 사용했다.
미백에서 ‘백(白)’과 관련해서는 서술한 바와 같이 흰색이 지닌 기본적 속성 및 화장품의 분류법에 의거해서 두 가지 차원으로 나뉘는 한편, 미백 의 ‘미(美)’를 구성하는 것을 들여다보면 훨씬 세분화된 영역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미백 제품명, 광고, 표적집단면접 응답 등에서 미백의 피부를 묘사 및 비유하는 다양한 단어들을 통해서 드러난다. 이 단 어들은 피부의 색조, 밝기, 깨끗함, 질감, 투명도, 수분감, 탄력 등을 지시 한다.
가꾸어진, 광채, 깨끗한, 도자기, 맑은, 매끈한, 모찌, 물 찬, 밝은, 백옥, 복숭아, 브라이트닝, 뽀샤시, 뽀얀, 살색, 생기, 속광, 수분, 아기, 아이보 리, 얇은, 유리, 잡티 없는, 조명, 착한, 촉촉, 쿨톤, 투명, 형광등, 화사, 화이트닝, 21호...
이러한 단어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미백이 피부의 색조를 희게 만드는 기 술에 그치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희다는 것은 미백의 핵심적이지만 부 분적인 속성이고, 미백 전체를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미백을 규정하는 조 건에는 많은 요소들이 따라붙는다. 이는 백인의 피부가 지닌 흼에 대한 인 식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다.
[백인은] 하얀데 좀 건조해 보이고, 주름이 쉽게 잘 생기고, 주근깨가 금 방 생기고. (가연, 27세, 주부)
그 사람들은 하얀 게 정말 하얀 거긴 한데 창백해 보인다? 그 사람들이 태닝을 많이 하고 그러는 이유를 좀 알 것 같은.. (미영, 41세, 회사원)
국내에서 피부색에 대한 담론은 피부의 속성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진 화해 왔다. 가장 먼저 세분화가 이루어진 것은 색조에 관한 것이었다. 이 는 국내 최대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의 사업 일환으 로 시작한다. 1970년에 국내 최초로 신문에 실렸던 원색 컬러 광고인 ‘하 이톤 메이크업’은 일반 여성들이 자연스러운 색조 화장을 할 수 있도록 화 장법을 제공하는 신호탄이었다. 1950년대까지의 화장이 일반적으로 하얀 분화장 위주였고 60년대부터는 총천연색 영화의 영향으로 번들거리는 얼 굴 화장과 ‘쥐잡아 먹은 입술’이 일부 직업 여성들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면, 70년대에는 한국 여성들의 얼굴에 잘 맞는 화장 유형을 개발할 필요 가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1971년부터 메이크업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오, 마이 러브(Oh, my love)”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캠페인은 한국 여성들이 따 라 할 수 있는 화장 패턴을 제공했다. “이러한 칼라 크리에이션은 무채색 만을 알던 당시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그동안의 화장 개념을 완전히 뒤 집는”(태평양50년사편찬위원회, 1995, 471쪽) 계기였다. 흑백 미디어가 익 숙하던 시기에 대중적으로 매개되던 피부의 아름다움이란 흑백의 스펙트 럼 안에서 백에 가까운 쪽이었을 테지만, 컬러 인쇄가 도입되면서 얼굴 뷰 티의 요소로 명도뿐만 아니라 색조가 도입된 것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이후 1980년 컬러TV방송이 시작되면서 1981년 메이크업 캠페인은 여성 의 피부를 4개의 피부톤으로 구분하고 각 톤에 맞는 이상적 색상군을 분 류하는 ‘화니핀 브랜드’를 개발했다. 이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퍼스널 컬 러의 도입의 초기적 형태이자, 여성들이 자신의 피부톤이 어떤 유형에 속 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의 초기적 단계로 보인다.
70~80년대에 꾸준히 이루어진 메이크업 캠페인은 피부에 색조의 즐거 움을 도입함으로써, 그동안 하얀 분으로 덮던 베이스메이크업 관습을 “투 명한 피부화장”, “밝고 옅은 화장”(태평양50년사편찬위원회, 1995, 473쪽) 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에 피부를 대하는 인식도 함께 바뀌었다. 자연스러 운 피부를 살리는 밝고 옅은 화장을 위해서는 피부 자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1987년은 메이크업에 ‘스킨케어’ 개념이 도입된 해다. 그리고 80년대 후반은 “피부의 아름다움을 갈색계의 태닝된 피부에서 찾고자 했던 70년대의 여름87)과는 달리 일상의 생활 자외선으로 부터도 피부를 보호하고자 하는 UV 화장품이 기초 제품에서 메이크업 제 품까지 붐을 이룬 시기”(479쪽)이기도 하다. 미백이 한국 역사 속에서 늘 미인의 기준으로 작동해 왔다고 하더라도 시대마다 그 구체적 형질은 달 랐을 것인데, 이전 시기의 흰 분화장과 달리 피부를 희고 건강하고 투명하 게 유지하려는 신체기술로서의 미백은 바로 색조에 대한 개념이 발달하던 80년대 후반부터 자라났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피부에서 색조의 영역을 발굴하고 피부톤에 맞춰 세분화하는 기 술은 최근에는 더욱 전문화되어서, 베이스메이크업의 가장 기본적인 지식 으로 자리잡았다. 예를 들어 “메이크업의 기초”(김광원‧김민규, 2015, 144 쪽)에 대한 설명은 이런 식이다.
동양 사람들의 피부색은 옐로 베이스 존과 블루 베이스 존으로 크게 나 눌 수 있습니다. 옐로 베이스는 검거나 노란 기가 많은 사람들입니다.
87) 이 또한 메이크업 캠페인의 일환으로 형성된 70년대의 화장 트렌드였다. 1973년 메이크업 캠페인은 ‘바캉스’라는 단어를 통해 판촉을 진행했다. 태닝한 서구인들 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다룸으로써 여름에 레저를 즐기며 태닝하는 문화를 동경할 만한 것으로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선탠 화장’이라고 불리는 브론즈 화장을 내
반면 블루는 희고 붉은 사람이죠. 이를 바탕으로 메이크업에 들어갑니다.
옐로가 베이스인 경우 오렌지나 브라운 계열로 메이크업을 합니다. 헤어 컬러도 브라운과 오렌지 컬러가 어울립니다. 블루 베이스는 핑크나 퍼플, 라이트 블루 계열의 메이크업이나 패션이 맞습니다. 헤어 컬러도 다크 불루가 제 색깔이구요. 예를 들어 얼굴이 하얀 사람이 노랗게 염색하면 아파 보이죠.
미백이 세분화된 신체기술이 되는 양상은 미백의 피부를 규정하는 방 식이 명백히 가시적이거나 측정가능한 형태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차원과 도 연결된다. 오늘날의 미백은 단순히 피부색이 하얗게 옅어지는 것을 의 미하지 않는다. 피부와 뷰티 영역에 대해 사람들의 지식이 증가하면서 흑 백 변신 이미지가 보여준 것과 같은 극적인 미백의 효과는 가능하다고 믿 어지지도 않거니와, 피부의 다른 이상적 요소들을 놓친다. 미백이 건강과 관련한 신체기술이 되고 기능성 제품으로 인식됨에 따라 색의 속성보다는 빛의 속성이 더 강조된다.
과거에는 미백을 ‘화이트닝’의 개념으로 생각하였다면, 요즘에는 ‘브라이 트닝’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하얗게 만드는 것이 아 니라 피부결을 밝혀주고 환하게 빛나 보이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죠. 그래 서 요즘엔 미백이란 말보다 광채, 속광 등의 용어로 대체되는 것 같습니 다. (화장품B)
5장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미백의 피부는 ‘백색 광채’를 지녀야 한다. 그 리고 이 백색 광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광채를 가로막는 흠집이 있어 서는 안 된다. 즉, 잡티 없이 깨끗한 피부가 미백의 조건으로 추가된다.
미백에 대해서 옛날에는 하얗다는 게 중심이었다면 최근의 미백은 잡티 없이 깨끗하고 맑은 피부에 조금 더 초점이 가는 것 같아요. 미백 위주 의 키워드로 나온 제품이나 트렌드를 보면 ‘정말 너의 피부톤이 한층 밝 아질 거야’라는 거보다 잡티 없이 깨끗하면서 ‘너의 피부 본연을 살려 주겠다’라는 키워드가 많거든요. 예전에는 뭔가 ‘미백하면 밝아져’ 이런 거였다면, 최근에는 ‘너의 피부지만 깨끗하고 네가 정말 아름답게 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