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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를 바라보는 여성주의의 두 가지 시선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48-54)

네 번째로, 뷰티산업의 역사를 다루는 학술담론이 있다. 뷰티가 하나의 산업화된 영역이 되고 특히 세계화와 함께 거대산업으로 변해 가면서 만 들어진 동질화의 흐름이 지적되곤 한다(Jones, 2011). 한국에서도 한국의 화장 문화에 대한 사적 정리를 통해 뷰티산업의 역사가 부분적으로 다루 어지고 있지만(예를 들어 전완길, 1987; 김용미, 2000; 조명자, 2003 등), 주로 화장, 의류, 식품의약품 등의 관련 학계에서 화장 문화의 역사적 변 천을 추적하는 작업이며 깊이 있는 담론적 분석에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제시하는 학술담론은 뷰티에 대한 여성주의적 담론이다. 뷰 티가 대개 여성들의 문화로 인식 및 실천되어 온 만큼, 뷰티를 주제로 삼 는 연구의 대다수가 여성주의인 관점을 취하거나 여성주의의 개념 및 이 론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가 다루는 미백 또한 여성성과 결부된 문화인만큼, 뷰티에 대한 여성주의적 관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1) 여성을 억압하는 아름다움의 신화

미인대회 참가자들은 우리 모두가 강요받는 여성 노릇을 완벽하게 보여 준다. 그들이 런웨이를 따라 걷는 광경은 4-H 클럽의 가축 품평회를 연 상케 한다. 잔뜩 긴장한 채 이빨이나 양털 따위를 판정받는 가축들, 그 중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은 ‘품종’은 목에 푸른 리본을 건다. 우리가 살 아가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이 가축들마냥 매일 같이 경쟁을 벌여야 한 다. 우리가 목에 거는 것은 남성의 인정이다. 이 터무니없는 ‘미적’ 잣대 의 노예가 된 여성들은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Morgan, 1968/2016, 89쪽)

위 인용문은 1968년 ‘뉴욕 급진적 여성(New York Radical Women)’

의 회원들이 발표했던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멈춰라(No More Miss America)”라는 선언문의 일부다.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규탄하기 위한 목 적에서 발표된 이 선언문은 사회의 미적 규범이 여성을 어떻게 억압하는 가를 요약적이고 강력하게 보여준다. 1960~80년대에 부흥한 2차 여성주의 운동은 여성의 신체를 정치적인 장으로 끌고 들어 왔고, 그 주요한 의제 중 하나가 미스아메리카 대회였다. 여성주의자들은 미스아메리카 대회가 여성을 남성의 시선 하에 놓고 그들의 기준에 맞추기를 강요하는 기능을 한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거리에 모여 브래지어, 거들, 속눈썹, 가발 등 미 용 용품들을 태우는 시위를 진행했다.

“여성이 가정이라는 여성의 신비에서 벗어나자, 아름다움의 신화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31쪽)는 울프(Wolf, 2002/2016)의 지적처럼, 여성주의는 아름다움의 신화가 여성의 사고와 행 동을 제약한다고 본다. 드워킨(Dworkin, 1974)은 사회가 여성으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가꾸도록 강요함으로써 남성과 여성, 즉 지배 집단과 종속 집 단을 구분 짓게 한다고 보았다. 같은 맥락에서 바트키(Bartky, 1990)는 소 비주의와 산업주의가 낳은 “패션-뷰티 복합체(fashion-beauty complex)”(p.39)가 여성성을 규율하고 있다고 말한다. 패션-뷰티 복합체

의 영향에 포획된 여성들은 더 많은 패션 및 뷰티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성적 대상화하는 남성들의 시선에 복무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여성의 신체 는 젠더화된 미의 기준에 의거해 구성되는 “문화적인 조형물(cultural plastic)”(Bordo, 1993/2003, 302쪽)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문화는 끊임 없이 여성의 이상적 아름다움을 생산 및 재생산하고, 그러한 이미지의 범 람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형성한다.

울프(2002/2016)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여성에게는 아름다움도 능력처 럼 평가되는 구조를 비판한 바 있다.13) 여성의 아름다움이 능력이 된다는 것은 ‘뷰티 자본(beauty capital)’14)의 개념으로도 설명된다(Wolf, 2002/2016; Hunter, 2002, 2005; Wen, 2013; Jha, 2016). 뷰티 자본이 란 여성의 외형적 아름다움이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 등 다른 종류 의 자본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성들은 이 자본 을 확보하기 위해 고투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자본의 보유를 바탕으 로 위계화된 질서 속에서 차별을 경험한다.

이때 뷰티 자본은 여성의 ‘인종 자본(racial capital)’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코카서스인종과 몽골인종을 미추의 기준으로 이분화했던 것처럼 백 인에 가까운 외모가 인종 간의 미의 위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서구 미의 기준이 지구적 차원에서 강력하게 작동해 왔다. 헌터(2002, 2005)는 그 일 부로서 피부색에 주목한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멕시칸 미국인 여성 중 피부색이 밝은 여성일수록 노동시장과 결혼시장에 서도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여성이 뷰티 담론에 관여하 는 양상을 살펴본 크레이그(Craig, 2006) 또한 인종 자본으로서의 뷰티 자본을 암시한다. 뷰티 담론의 바깥에 위치 지어졌던 흑인 여성들은 백인 여성이 소유하고 있는 여성적 가치에 접근하기 위해 뷰티 담론 및 실천에

13) 울프는 이것을 ‘PBQ(Professional Beauty Qualification)’라는 용어로 제시한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기존의 젠더 권력 구조에 균열이 일어나자, 그 균열에 대응하는 반응으로서 여성의 외모를 능력의 일부로 규정하여 유리 천 장을 만드는 것이다.

14) 이때 자본은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사회 자본 및 상징 자본을 차 용한 의미이다.

관여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곱슬머리를 펴거나 성적 매력을 숨기는 등 자 신들에게 인종적 스테레오타입으로 작용하는 것들을 제거하는 방식이기에 그 이미지는 결국 백인 여성의 이미지로 치환된다. 이처럼 뷰티 자본과 인 종 자본은 뒤얽혀 작동하며 피부색에 따라 아름다움을 평가하고 사회에서 의 위치를 결정짓는 “뷰티 행렬(beauty queue)”(Hunter, 2002. p.178)을 만들어 낸다.

현재까지의 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름다움의 신화’라는 표현이 의미하듯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너무나 정상적 인 것으로 자연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부장제와 시장이 공모하여 만든 이 신화 속에서 여성들은 아름답지 않을 선택권을 박탈당한다. 따라서 여 성들이 단일한 기준의 아름다움을 거부하여 진정한 신체적 해방을 경험해 야 한다는 것이 아름다움의 신화를 비판하는 이들의 정치적 주장이다.

한국에서도 여성의 외모는 사회의 평가적 시선 속에 놓여 있다. 특히 미디어가 여성의 아름다움을 담는 방식에 있어서 여성이 아름다움의 주체 가 되지 못하고 대상화됨으로써 성별 위계와 가부장적 구조를 재생산해 왔다는 해석은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이영아, 2011; 최은섭‧안준희, 2019).

이에 더해, 한국 여성에게 ‘아름다움의 신화’는 이중적인 억압으로 작동하 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사회의 근대화는 곧 서구화였고, 그 과정에서 여성의 서구 지향적 아름다움을 내화해 왔기 때문이다(정민아, 2014; 최은 섭‧안준희, 2019). 즉, 한국의 여성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이 만든 ‘아 름다움의 신화’와 백인 여성을 정점으로 만들어진 ‘뷰티 행렬’이라는 이중 적인 규율 권력 속에 존재해 왔다고 이해된다.

2) 뷰티를 통한 행위주체성과 힘돋우기

<아름다움의 신화(The Beauty Myth)>(1990)를 통해 뷰티를 여성 억압 이라고 비판했던 울프(2002[1990]/2016)는 3년이 지나 <불에서 불로(Fire

with Fire)>(1993)에서 상반된 해석을 내놓는다. 뷰티가 여성에게 힘돋우

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울프는 뷰티가 여성을 억압하기만 한다고 바라

보는 시각을 ‘희생자 여성주의(victim feminism)’라고 칭하며, 이것이 여 성이 지닌 행위주체성을 부정하고 여성을 수동적인 희생자의 위치에만 놓 는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에 대해 울프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여성들이 뷰티를 수용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남성들도 뷰티 시장에 들어오 는 등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한다(Wolf, 1993, 2002).

이러한 논의의 변화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쳐 부상한 포스트 페미니즘을 맥락으로 한다. 개인주의와 소비주의의 성장과 함께 나타났으 며 신자유주의와도 속성을 공유하는 포스트페미니즘은 ‘선택’, ‘행위주체 성’, ‘힘돋우기’, ‘욕망’, ‘쾌락’ 등을 여성주의의 주요한 핵심어로 들여온 다.15) 그리고 ‘포스트’페미니즘이라는 표현 자체가 암시하듯 포스트페미니 즘은 예전만큼 여성주의가 필요하거나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도 한다(McRobbie, 2004). 여권이 신장되고 여성의 경제적 권력이 증가함 에 따라, 기존의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여겨졌던 이 슈들은 비교적 탈정치화된 차원으로 조명된다.

포스트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볼 때 오늘날의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통제 할 수 있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사적인 삶을 영위할 줄 아는 행위주체들 이기 때문에 미의 추구도 여성들의 자율성의 문제로 존중된다. 외모를 꾸 미는 것이 얄팍한 여성들의 문화라는 오명을 벗어나 보다 창조적이고 사 회적인 활동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더욱이 미의 추구는 소비를 요구하 므로 여성의 소비 주체로서의 힘을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모도 구 매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 된 사회에서(Gimlin, 2000; Kawashima, 2002; Wen, 2013), 뷰티는 여성들이 권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15) 포스트페미니즘을 기존 여성주의에 대한 수정 및 응답으로 등장한 감수성으로서 통찰한 질(Gill, 2007)은 포스트페미니즘 감수성을 몇 가지 특징들로 제시한다. 우 선 여성의 선택과 쾌락이 중요시된다. 기존의 여성주의 구호가 여성의 연대라는 대의를 지니고 있었다면, 포스트페미니즘은 여성의 실제 욕망에 귀 기울이게끔 한 다. 또한, 여성이 성적인 대상에서 성적인 주체로 변화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전통적인 젠더 역학에서 여성들이 남성의 시선에 복무했다면, 오늘날의 여성들은

‘나르시시즘적인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본다. 포스트페미니즘이 자유주의적 명 제들 하에 이전의 여성주의적 성과를 절하하거나 무화시킨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페미니즘은 현실사회의 감수성으로 작동하며 여성주의 적 이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담론을 복잡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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