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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백 욕망의 지도 만들기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103-110)

즉 탈정초(de-founding)다. (p.53)

시뮬라크라는 재현의 요구, 동일성의 척도로부터 벗어나 끊임없이 탈정초 하는, 탈주선을 만들어 내는, 탈영토화하는 잠재성을 지닌다. 보드리야르 (Baudrillard)가 결핍이라는 부정적 개념에 의거해 시뮬라크라를 논한 것 과 달리, 들뢰즈는 욕망을 결핍이 아니라 생산으로 해석한 것과 마찬가지 의 방식으로 시뮬라크라를 욕망하는 기계가 생산하는 긍정적 힘으로 보았 다.40) 여기에는 단순히 반복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변이생성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뮬라크라는 곧 차이의 존재론으로서 n개의 되기를 보여 준다.

현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배열 및 재배열하며 주변을 살피는 방법이다.

지도제작법은 세계의 중심을 한 군데에 놓지 않고 다성적이고 복잡한 것 으로 바라보는 리좀적 세계관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브라이도티(1994)는

“유목민과 지도제작자는 같은 상황적 필요성을 공유하며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간다”(p.17)고 말한다. 즉, 유목적 주체가 생성되는 방식, 유목적 주체 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방식, 글로 쓰는 방식이 곧 지도제작법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지도제작법은 동일성의 척도에 의거한 모방 담론에 대항하는 방 법론이다.

본 연구는 미백을 서구적 시선 속에 놓거나 그렇다고 서구적인 것에 대립되는 것으로 위치시켜 궁극적으로는 중심으로서의 서구를 가정하는 연구를 탈피하기 위해 미백에 대한 지도 제작을 하려고 한다. 들뢰즈는 지 도제작법의 방법론을 명백하게 규정한 적은 없으나,41) 지금까지 이론적 논의로서 살펴본 리좀적이고 유목론적인 접근 자체가 지도 제작의 연구와 글쓰기 방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지도제작법은 어떤 문화 및 사회현 상에 존재하는 수직적 구조를 해체함으로써 기존의 지배-피지배 위계로부 터 탈주하는 사유의 방법 전반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42) 이러한 이해 에 의거해, 아시아 내에서 제기되었던 방법론적이고 정치적인 사유의 한 흐름을 유목론적 지도제작의 시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바로 ‘방법으로서의 아시아(Asia as method)’다.

글로벌한 지식 생산의 구조 속에서 서구가 권력을 쥐고 있다는 사실은 비서구권 학자들의 포스트식민주의적 비판의 차원에서 꾸준히 문제시되어

41) 가타리(1992/2003)는 분열분석을 지도제작법의 하나로 설명하며, 기계적 담론성, 에너지-공간-시간적 담론성, 무형적 복잡성, 카오스모제적 구현의 네 가지 존재론 적 기능소들의 배치에 대한 도표를 제시한 바가 있다.

42) 예로, 이지영(2018)은 최근의 ‘방탄현상’을 지도제작법으로 이해한다. 지구적 위계 질서 안에서 피지배적인 위치에 있던 BTS와 세계의 ‘아미(ARMY)’가 ‘방탄-아미 다양체’라는 수평적으로 연결된 리좀적 다양체를 형성함으로써 희망의 지도를 그 리고 있다는 것이다. 방탄현상은 어떤 성공적인 모델을 재현하는 사본이 아니라 탈영토화와 재영토화를 반복하면서 수평적으로 연결접속해 나가는 비중심적 체계 다. K-팝이 소수성을 지니고 있던 미국 중심의 팝시장에서 방탄-아미 다양체는 소수자-되기를 하며 수목적 체제로부터 탈주하는 혁명적 실천을 수행한다.

왔다. 이에 타케우치 요시미(Takeuchi Yoshimi)가 1960년대에 ‘방법으로 서의 아시아’를 언급하고, 그 이후 탈냉전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이 개념 또는 방법론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지 속되어 왔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왕도나 분석방법론으로서의 활용법을 제 시하기는 어려운 가운데, 방법으로서의 아시아란 기본적으로 아시아의 경 험과 맥락이 지식 생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 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제시된 한 가지 방법론이 ‘아시아 간 상호참조 (inter-Asia referencing)’다(Chen, 2010; Iwabuchi, 2014; Chua, 2015). 탈식민적인 인식론의 출발은 서구를 무조건적 준거점으로 놓는 사 유를 거부하는 데에 있다. 아시아 간 상호참조는 “아시아를 상상적 기준점 (anchoring point)으로 활용”(Chen, 2010, xv)하여 아시아 국가들과 각 자의 경험이 서로의 참조점이 되어 지식 생산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구 를 역사 발전이나 지식 생산의 기준점으로 삼아 아시아를 비교적 관점에 서 다루는 것에서 벗어나 아시아 역내의 문화를 논의하고 비교하려는 방 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전략이 지향하는 바가 서구에서 생산된 이론이나 서구 학 자들과의 협업을 배제하는 고립된 형태의 지역 연구는 물론 아니다. 더욱 이 아시아를 ‘상상적 기준점’으로 놓자는 말을 아시아의 우수성을 강조하 거나 아시아를 지식 생산의 새로운 준거점으로 만들자는 선언으로 해석해 서도 안 될 것이다. 이와부치(2014)는 아시아 간 상호참조를 아시아의 경 험을 성찰하여 고유의 미묘한(nuanced) 언어와 맥락을 활용한 개념 및 이론을 구축함으로써 지식 생산의 발전을 이루어 내려는 일종의 “생산적 우회”(p.47)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아시아 간 상호참조가 궁극 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기존의 지배적인 준거점을 해체한다는 데에 있으며, 일종의 학술적 전략, 즉 그야말로 ‘방법으로서의’ 아시아다.

관련해서 주요하게 제시된 연구 전략은 현상이나 개념을 아시아 맥락에 서 ‘(재)개념화 및 이론화’하는 것이다(Chua, 2011; Iwabuchi, 2014). 예 를 들어, 앞서 언급한 ‘무코쿠세키/무국적(mukokuseki)’ 개념은 영어로

먼저 생산된 ‘초국적(transnational)’ 개념보다는 더 긍정적인 이동성에 대한 함의를 지니면서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미묘한 설명을 제공한다. 그 리고 이와부치가 제기했던 이 개념을 정(Jung, 2011)이 한국의 맥락을 담 은 ‘무국적(mugukjeok)’으로 다시 개념화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유통되는 개념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게 언급된다. ‘초국적’ 개념은 미국을 대 표로 하는 서구의 패권적인 문화나 산업이 국경과 문화권을 넘어 동질적 인 문화를 공유하게 만드는 현상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갖는다. 반면 ‘무 국적’이란 새로운 용어에는 특정한 문화적 구속력으로부터 탈영토화시키는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즉, 초국적이 국경을 약화시키는 방식이 거대하고 단일한 홈 파인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라면, 무국적은 그 홈을 거부하고 매 끈한 공간을 지향한다.

사유의 방법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아시아 간 상호참조는 실제 동아시아 의 미디어문화에서 수용자들의 감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상 실천의 측 면에서도 나타난다(Iwabuchi, 2014). 동아시아 내 문화콘텐츠의 활발한 유통이 형성한 문화 지형 속에서 “동아시아적 감수성”(Cho, 2011, p.393) 같은 것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들뢰즈적 관점에서 상호변환을 통한 되기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기존의 지배적인 문화적 참조물에 의존 하지 않고 아시아 역내의 변이와 생성 속에서 차이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 가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서구를 모델로 하는 모방적 위계가 아니라 아 시아 간의 상호참조적인 문화 및 감각의 형성은 그 자체로 수평적인 리좀 체계를 형성하는 지도제작법의 성격을 띤다.

이러한 논의를 고려할 때 아시아에 존재하는 담론이자 일상 실천으로서 의 미백은 아시아 간 상호참조의 시도가 요구되는 주제다. 유색인이 피부 색을 밝게 만드는 행위가 ‘skin-whitening’이라는 단어로만 명명될 때 이 것은 자동적으로 백인 모방의 의미로서의 ‘백인 되기’를 부분적으로나마 내포한다. 라틴아메리카의 미백이 ‘블랑케아미엔토(blanqueamiento)’라는 용어를 통해 라틴 국가들에서 시행되었던 피부색 관련 정책의 차원까지 포괄하여 지역 특유의 맥락을 드러낼 수 있듯, 한국에서 사용되는 ‘미백’

의 국지적 의미와 동아시아에서 유통되는 ‘美白’의 아시아 횡단적, 또는

상호참조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피부색에 대해 이미 서구에서 축 적된 백인성 연구를 경유하더라도, 미백 연구는 그 개념과 이론을 한국에 대입하거나 비교함으로써 결과를 창출하는 방식이 아닌, 미백의 문화 현상 자체를 개념화 및 맥락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즉, 방법으로 서의 아시아, 또 ‘방법으로서의 한국’을 통해 미백에 접근할 때, 기존의 헤 게모니적 시각을 우회할 수 있다.

한국의 미백이 지닌 다층적인 면면 그 자체를 드러내는 작업은 제국주 의적인 담론에 대한 사본을 형성하지 않고 현상에 들어가 볼 수 있는 “많 은 입구”(Deleuze & Guattari, 1980/2001, 30쪽)를 지닌 지도를 만드는 시도다. 서구와 아시아의 위계를 구축한 근대적 사고는 의미화하고 표상화 하는 선형적 인과론을 바탕으로 하기에 하나의 입구와 하나의 출구만이 존재한다. 식민주의로 의미화되고 표상된 세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포스트 식민주의적 해석은 결국 식민주의적 표상을 띤 단일 출구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미백이 리좀적으로 형성하고 있는 지형을 살펴보아야 한 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를 펼치는 방식으로 사유의 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 다. 지도 내에서 의미화 및 표상화는 하나의 영토에 불과하므로, 연결접속 과 흐름을 통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층위를 밝힐 필요가 있다. 방법으로서 의 아시아와 지도제작법의 공명 속에서 한국 또는 아시아의 사회현상에 대해 설명하려는 시도는 제국의 존재를 환기시키는 언어와 이론에 직접적 으로 기대지 않으면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구조로부터 탈주하는 방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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