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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망가 미학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196-200)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MBC, 2019)는 어느 날 자신이 만화책 속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단오(김혜윤 분)가 겪는 모험과 로 맨스를 다룬다. 여느 한국의 로맨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이 드라마에서도 미백의 미학이 작동한다. 앞에서 스타를 만들기 위해 어떤 장비와 도구를 통해 어떤 빛과 색이 구현되는지를 보았으며, 그것은 곧 주인공을 만드는 빛과 색이었다. 주연 배우인 김혜윤은 드라마 속에서 잡티가 없는 밝고 빛 나는 피부를 보여 준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미백 미학이 작동하는 추가적인 층위가 있다. 이 층위는 드라마 속에서 인물들이 모두 만화책 속 세상에 살고 있다는 설정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드라마가 설정한 세계관에 따르자면 ‘자아가 생긴’

단오는 자신이 그동안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세상이 하나의 ‘스테이지’임 을 인식하고 그 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만화적 장치들을 간파한다. 그 대 표적인 예가 바로 주인공을 비추는 빛이다. 만화책 속에서 단역을 부여받

은 단오와 달리 여주인공인 주다(이나은 분)에게는 늘 특별한 빛이 따라다 닌다(그림 7-1). 밝은 스포트라이트가 주다의 얼굴에만 내리쬐거나 주다의 몸 자체가 발광을 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더불어 주다의 주변에는 마름모 꼴의 빛을 형상화한 그림이 반짝이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 효과는 김혜윤 배우가 조명이나 후보정 작업을 통해 미백의 피부를 구현하는 방식과는 다른 양식의 미백 미학이다.

그림 7-1 <어쩌다 발견한 하루> 속 빛의 사용 출처: MBC. 원 저작권자의 모든 권리가 보호됨.

주다의 미백 이미지를 통해 미백 배치가 접속하고 있는 것은 망가 미 학이다. ‘망가’란 일본의 만화를 일본어로 일컫는 말로 일본 만화 및 애니 메이션이 만들어 낸 특유의 그림체를 망가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

으로 인물의 눈과 눈동자가 큰 반면 코는 작고 몸은 매우 슬림한 형태로 그리는 방식이다. ‘소녀만화’, 또는 ‘순정만화’로 불리는 장르에서는 인물 들의 이러한 특징이 특별히 더 부각된다. 특히 이러한 장르에서는 빛을 표 현하는 시각적 레토릭이 있다. 추상적인 빛을 명시적으로 가시화하는 것이 다. 캐릭터의 눈동자는 마치 동공에 별이 박힌 것처럼 그려진다. 그리고 캐릭터의 아름다움은 캐릭터 주변을 둘러싼 마름모꼴 모양의 빛을 통해서 표현된다. 애니메이션화되었을 때는 채도가 낮아지면서 캐릭터가 은은한 빛 속에 있는 듯한 방식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처럼 망가미학은 빛의 존 재를 드러내거나 빛을 배치하는 방식을 통해 캐릭터가 지닌 속성을 시각 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다. 망가미학의 빛 사용은 미백이 지닌 ‘광’의 속 성을 명시적인 그림체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동북아시아 국가들에서 생산되는 만화는 대체로 일본 망가의 영향을 받 아 그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망가 미학은 동북아시아 횡단적 인, 또는 무국적인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2000년 애 니메이션 쿼터제100)가 제정되기 전까지는 90% 이상을 일본 만화영화 수 입과 방영에 의존하고 있었다(곽대원, 1998). 따라서 일본 만화 및 애니메 이션이 지닌 망가 미학은 약 50여 년 동안 한국 대중문화 안에서 유통되 어 왔던 익숙한 시각적 레토릭이다. 망가 미학이 의도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라마의 사실성 및 핍진성을 포기하고 있음에도 한국 미백 배치 내에 접 속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드라마 수용자들이 대개 망가 미학에 대한 문 해력(literacy)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7-2>에서 주다는 꽃과 빛 모양의 컴퓨터 그래픽, 얼굴에 퍼지는 은은한 빛 등으로 인해 현실 세 계에 대한 지표성을 완전히 결여하고 있지만, 이는 <베르사유의 장미>와 같은 소녀 만화를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한국 대중문화에 유입된 익숙한 이미지 문법이다.

100) TV에서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방영해야 한다는 법안.

그림 7-2 <베르사유의 장미>와 <어쩌다 발견한 하루>

출처: 좌 https://theqoo.net/square/855950817 우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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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망가 미학이 실제 인간 배우에게 구현되는 데에는 매체 문화의 횡단적 성격이 주요한 환경으로 작용한다. 바로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산업의 발전이다. 어떤 콘텐츠가 여러 미디어 플랫폼에 유통되며 미디어 장르적인 전환이 일어나는 것을 크로스미디어라고 한다. 2010년대 이후 웹툰이 크게 성장하면서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재매개되는 크로스미디 어 현상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웹툰으로 연 재된 <어쩌다 발견한 7월>(2018)을 원작으로 한다. 이외에도 <내 아이디 는 강남미인>(JTBC, 2018), <김비서가 왜 그럴까?>(tvN, 2018), <일단 뜨 겁게 청소하라>(JTBC, 2018) 등은 드라마화되기 이전에 만화의 형식으로 먼저 존재했던 사례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웹툰 속 인물을 모 델로 하여 캐스팅된다. 소위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만찢녀(만 화를 찢고 나온 여자)’로 불리는, 만화 속 인물의 현실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인물의 아름다움이 서사와 서사가 지닌 정서에서 주요한 역 할을 하는 로맨스 장르의 경우에, 만화 속에서는 2차원적으로 추상화되어 잠재태로서 존재하던 인물의 아름다움이 드라마를 통해 실현(realize)되는 과정은 중요하다. 단순히 원작의 팬을 만족시킬 만큼 ‘싱크로율’을 증명해 보여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만화 및 망가미학이 지닌 감수성의 층위를 드 라마가 지닌 감수성의 층위로 번역해내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196-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