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미국의 국교부인과 중립성
1. 독일의 경우
(1) 서
1) 기본법 조항과 중립성
‘국가의 중립성(Neutralität des Staates)’은 기본법 조항에서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 았기 때문에 그 개념에 대한 이해는 명확하지 않은 편이다. 국가의 중립성 개념은 일 반적으로 기본법 제4조 제1항과 제2항으로부터 도출되고 있다. 하지만 “신앙과 양심 의 자유 그리고 종교적 세계관적 신조의 자유는 불가침이다.” “방해받지 않는 종교수 행은 보장된다”고 표현된 이 조항들은 신앙과 양심 및 신조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을 뿐 국가의 중립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과 양심 및 신조의 자유 속에 국가의 중립성 원칙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이다.162)
앞서 고찰한 바와 같이 일단 이러한 중립성은 독일 기본법에서 명확하게 그 개념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중립성의 핵심적 구성요소에 대해 자세하고 명확히 정해 진 것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전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63) 다만,
162) 김홍섭(註 7), 231-234면.
163) 이부하도 같은 의견이다. 이부하(註 7), 205면 이하를 참조. 이러한 중립성 개념에 대해 헌법학적으로 연구하여 독일학계에서의 기념비적 서술을 남긴 이는 Schlaich(註 76) 등이
중립성 원칙의 몇몇 기본적 특징은 일부는 법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일부는 추상적으 로 윤곽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국가와 종교사이의 관계에서 국가의 중 립성이란 국가가 일반적인 기본권 보장의 차원에서 종교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
는 것을 전제한다. 그래서 중립성이란 이런 전제하에, 다만 국가가 특별한 종교적 행 위나 종교단체를 겨냥하고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된다.
이는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가 특정한 종교적 내용과 동일화되는 것을 헌법상 금지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 과연 독일에서 국가에 의한 종교적 동일화 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관한 해결문제가 남게 된다.164)
2) 동일화 금지와 중립성
Schlaich에 따르면, 독일의 학계는 대체로 ‘동일화 금지(비동일성의 원칙 Prinzip der
Nicht-Identifikation)’를 중립성의 한 요소로 보고 있다.165) 이 중에 ‘종교적 내용을 국
가가 스스로 동일화하는 것을 금지함’166)을 국가의 중립성 원칙의 핵심 내용으로 이 해하는 크뤼거(Herbert Krüger)의 이론 등이 필두가 되고 있다.
그리고 국가 영역에서 모든 개별 내용의 존재가 곧바로 국가의 동일화로 간주되지 않는다면167), 본질적인 의미에서 국가의 동일화 여부가 문제될 때 그 기준이 필요하 다. 국가에게 특별한 내용이 귀속되는 질적인 차이가 형성되는 상황이 되어야만 하는 데, 그 기준에 대해서는 ‘국가의 의사표현’, ‘외부적 효과’ 등이 언급된다. 즉 첫째, 특 별한 내용이 국가의 책임으로 귀속되려면, 국가적인 것으로 존재 하는 내용 중에 이 를 구별하여 인정하기 위해 ‘국가의 의사표현’이 존재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국가 의사는 일반적인 내용으로는 부족하고, 특정한 내용으로 표현되는 것이 필요하다. 둘
있다.
164) 이는 독일식 ‘문화국가원리’하에서 어떻게 이것을 이해해야하는가의 문제도 된다. Herbert Krüger. Allgemeine Staatslehre (Stuttgart : W. Kohlhammer, 1966) 143ff.
165) 반면, 국가작용의 한계설정을 중시하면서, 국가와의 ‘동일화’정도만을 ‘금지’하는 것을 중 심으로 한 틀은 결국 국가의 경계가 너무 넓어져 버리고 국가의 한계를 없애는 것으로 귀 결되기 때문에 완전한 동일화 금지의 사고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 대표적으로 Schlaich. op. cit., S. 232. 그 외에도 슐라이히는 동일화 금지를 중심으 로 한 사고 방식이 결국 일정의 특별한 문제점을 지닌다고 지적하고 있다. S. 240.
166) Krüger(註, 164), S. 145ff.
167) Matthias Jestaedt. “Grundrechtsschutz vor staatlich aufgedrängter Ansicht. Das Kopftuch der L ehrerin als Exempel,” Dem Staate, was des Staates, der Kirche, was der Kirche ist. Festschrift für Joseph Listl zum, Vol.70 (1999). S. 143ff.
째, 특정한 국가행위가 국가의 내부적 동일화 영역을 탈피하여 의미있는 법적 영역에 해당되려면, 동일화 과정에 ‘외부적 효과’가 추가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문제로, 명백 히 특정한 세계관적·종교적 내용을 의무적인 것으로 여기고 이를 외부로 표현하는(예 를 들면, 종교적 이유로 머릿수건을 착용하는 경우) 교사인 공무원을 임용하는 것이 실질적이며 외부적인 효과를 지닌 국가적 행위인지 또는 국가적 행위로서 외관을 발 생시키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168)
(2) 중립성에 관한 두 가지 입장
중립성 개념과 관련하여 본고에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그 성격에 따라 배제적 중립 성과 포함적 중립성으로 나눌 수 있음을 고찰해 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류는 국 가는 종교에 대하여 어느 정도 중립성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한 고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국가는 배제적 중립성의 태도를 취할 수도, 포함적 중 립성의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독일의 학설과 판례의 태도에서도 나타 난다고 할 수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국가와 종교의 분리의 정도에 관한 입장은 전자가 종교 영역에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 점과 관련되는 점에서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태도와 적극 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로 양분될 수 있다.
첫 번째 입장인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는 국가는 종교와 관련된 어떠한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헌법에 국가의 종교중립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설정되 지 않았고, 헌법정책적으로 이에 대한 조율을 시도하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에, 그런 시도나 행위를 하기보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리고 종교와 관련된 사항을 국가의 제도의 한 부분으로 통합할 것인지 종교적 세계관적 확 신을 분리할 것인지 여부는 각 공동체의 사회적 상황과 역사적 경험을 감안하여 결정 하면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국가의 중립성 원칙은 정의나 공평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에 대한 정치의 현명한 분별에 따르는 것이라고 해석한다.169)
두 번째 입장은 국가가 종교 영역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위해선 적극적 중립성 개 념을 취해야 한다고 한다. 사회의 자기규율이나 권력이나 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168) Krüger(註, 164), S. 154; 국내문헌으로는 이부하(註 7), 205면 이하를 참조.
169) 이부하(註 7),202-204면.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종교단체의 신앙과 교리에 대한 차별적 특혜나 제 한은 금지된다. 그러나 국가는 국가 내부의 통합을 위한 책무를 지고 있으며, 이를 위 해 종교에 대한 헌법적 원칙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데 소극적 또 는 폐쇄적 중립성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통합을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관 용의 자세를 가지고 국가의 통합책무로서 종교적 다양성을 수용하여야만 한다는 것이 이러한 입장의 주장이다. 그래서 국가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중립성 원칙에 입각하 여 정책결정을 할 수 있고, 여기서 평등원칙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한다.170) 국가는 종교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결정의 경우에는 모든 종교단체간 의 평등원칙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171)
이러한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태도와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는 국가는 종교에 대 하여 어느 정도의 중립성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놓고 볼 때 배제적 중립 성의 태도와 포함적 중립성의 태도라 각각 대응하여 부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만 배제적 중립성과 포함적 중립성은 보편타당한 분류적인 이론적 개념이지만, 폐쇄 적이고 소극적인 태도와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는 독일이라는 공동체와 그 헌정사 를 배경으로 하여, 역사적 논거 및 규범적 논거를 함께 포함하는 주장들이라는 차이 가 있다.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은 Böckenförde가 제시한 두 태도 및 Greenawalt의 ‘배제적 입 장’과 ‘포괄적 입장’의 각각에 상통한다고 볼 수 있으며, Carl Schmitt의 분류를 바탕 으로 Yoppke가 제시한 바인 ‘통합을 지향하는 중립성’과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중 립성’과도 비교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