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미국의 국교부인과 중립성
2. 독일, 프랑스에 대비한 미국의 특징
미국은 건국초기부터 기독교적(특히 개신교적) 문화와 종교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 지만, Jefferson과 Madison 등 사상가들의 노력으로 인해 수정헌법 제1조가 제정된 점 을 함께 역사적 사실로 갖고 있는 국가다. 기독교 문화와 종교에 뿌리를 찾을 수 있 다는 점에서는 독일, 프랑스와 유사점이 있지만, 그 외에 점에서는 역사적, 법적 차이 점을 보였다. 이 미국에서는 국가-종교의 관계에 관해 크게 보아 엄격분리에 기반한 견해, 그 반대인 견해, 중립성에 기반한 견해 등이 다투어지고 있고, 연방대법원 판례 도 그에 따라 나뉘어볼 수 있으며361) 시대에 따라서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을 살펴보았다. 이를 요약하여 평가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엄격분리의 입장
361) 이러한 세 가지 태도의 분류에 대해서는 박홍우, “미국헌법상의 국교설립금지 원칙,”
「헌법논총」 제13집 (2002년) 393-8면 참조. 외국 문헌으로는 Hensley et al.(註 193), p. 13 5 이하; Chemerinsky(註 190), p. 1148 이하 등.
엄격분리를 주장하는 입장의 요지는 정부와 종교는 최대한으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능한 한 세속적이고, 종교는 완전히 사적인 사회영역에 머물러야 한 다.362) Madison과 Jefferson의 주장에 많은 근거를 두고 있다.363)
연방대법관들 중에서 이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정부가 종교와 결합하는 것은 종 교의 자유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며, 정부와 종교가 결합하면 시민들 사이의 종교로 인한 투쟁이 격화될 위험이 커진다는 점, 그리고 정부가 종교를 지지하게 되면 종교 가 형식주의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364) 앞서 본 바와 같이 연방대법 원은 1947년 Everson 사건에서 “연방헌법 수정 제1조는 교회와 정부 사이에 벽을 세 웠다. 그 벽은 높아야 하고 침해될 수 없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데,365) 이는 바로 엄 격분리를 주장하는 입장에 따른 판시라고 하겠다.
(2) 수용적 입장
두 번째 입장인 종교를 수용할 것인 주장하는 입장은 사회에서의 종교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그리고 정부도 이러한 종교를 수용할 것을 주장한다.366) 다만, 정부가 문자 그대로 국교를 설립하거나 종교적 행사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거나 특정 종교를 편애 하는 때에 한하여 국교설립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367) 이 이론에 대하여는 정부의 어떠한 행위를 “강요”로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공립학교의 졸업식에서 성직 자가 인도하는 기도를 하는 것을 위헌이라고 판시한 위 Lee 사건에서 이 문제가 논의 되었던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368)
이 입장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 입장이 미국사회에서 종교가 널리 존재하고 중요성 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369) 그리고 이들은 Madison과 Jefferson의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경 향이 있다.370)
362) Chemerinsky(註 190), p. 1149.
363) 박홍우(註 361), 393-4면.
364) Hensley et al.(註 193), p. 136 ; 박홍우(註 361), 393-4면.
365) 330 U.S. 1, 18 (1947).
366) 박홍우(註 361), 394-5면.
367) Chemerinsky(註 190), p. 1153.
368) Lee v. Weisman, 505 U.S. 577, 640.
369) Chemerinsky(註 190), p. 1154.
370) 이들은 Madison은 단지 국교회 또는 정부의 교회에 대한 편애적인 조치만을 금지하는 것
연방대법관들 중에서 이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미국시민들이 매우 종교적인 경 향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들은 엄격분리의 입장에 반대하면서, 정부의 종교에 대한 지원은 종교행위의 자유를 위협하기보다는 향상시킬 것이고, 게다가 미국의 종 교적 관용의 전통으로 인해 정부의 종교에 대한 지원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 실제 심 각한 분쟁이 생기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371)
앞서 본 1992년 Lee 사건에서 Kennedy 대법관은 이러한 입장에 근거하여, “국교부 인조항은 ... 정부가 개인으로 하여금 종교나 종교적인 활동을 옹호하거나 이에 참가 하도록 강요하거나 정부가 국교나 국교적인 믿음을 설립하거나 설립하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것이다.”고 판시한 바가 있다.372) 2000년의 Mitchell 사건373)에서도 Thomas, Rehnquist, Scalia, Kennedy 대법관은 이러한 입장에 근거하여, 정부가 종교단체와 비(非)종교단체를 평등하게 취급하는 한 국교부인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제3의 입장
세 번째 입장인 절충적 입장(혹은 소위 ‘중립설’)은 중립성을 더 심화하여 이해하려 는 견해다.374) 이 입장은 정부가 종교에 대하여 중립적이어야 하며, 따라서 정부는 비
(非)종교에 비하여 종교를, 어느 종교에 대하여 다른 종교를 더 편애하여서는 안 된다
고 한다.375) 이 이론은 엄격분리의 입장은 미국 역사에 존재하는 종교적 전통과 관행 을 무시할 수 있는 문제가 있으며, 수용적 입장은 무종교인 또는 종교적 소수파를 무 시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시되었다.376) 이 입장에 따르면 실질적인 중립이란, 종교규정이 정부에 대하여 종교적인 믿음이나 신앙의 거 부, 종교적인 실천이나 비실천, 준수나 위반을 장려하거나 저지하는 범위를 최소화하 으로서 수정헌법 제1조의 국교부인조항을 간주했다고 평가하거나, Madison이 엄격한 분리 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정헌법 제1조의 초안 작성에 관여한 사람들 중 비전형적인 예에 속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Jefferson의 글에 대하여는 그는 수정헌법 제1조를 제정할 무렵 프랑스 대사였으므로 그의 견해는 수정헌법 제1조 제정자들의 의도와 현실적 관련이 적다고 주장한다. Hensley et al.(註 193), pp. 134-135 ; 박홍우(註 361), 395면.
371) Hensley et al.(註 193), p. 137 ; 박홍우(註 361), 395면.
372) Lee v. Weisman, 505 U.S. 577, 587 (1992).
373) Mitchell v. Helms, 530 U.S. 793 (2000).
374) 박홍우(註 361), 395면 이하 및 Chemerinsky(註 190), p. 1151 참조.
375) Chemerinsky(註 190), p. 1151.
376) Hensley et al.(註 193), ibid., p. 137.
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된다.377)
연방대법관들 중에서 이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제2장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1960년대에 개발되고 1971년 Lemon 사건378)에서 확립된 세 가지 심사기준(소위
Lemon 기준)을 국교설립금지 규정의 위배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적용하는 경향
이 있다.379) 이 심사기준은, 종교를 간접적으로 발전시키게 되는 정부의 조치는 정부 와 종교의 연루가 지나치지 않으면 이를 허용하기 때문에 엄격분리의 입장과 구별되 고, 입법목적이 세속적이지 않은 것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용적 입장과 구별된 다.380)
(4) 평가
엄격분리의 입장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있다. 정부의 종교에 대한 모든 조 력을 완전히 금지시키면 종교행위의 자유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경 찰, 소방 또는 위생활동을 하지 않으면 이는 명백하게 종교행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 다. 그러므로 교회와 국가를 분리시키는 완전한 벽은 불가능하므로 문제는 양자 사이 에 어떻게 적절한 선을 그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동전에 새겨진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t We Trust)”는 문구부터, 연방대법원의 회기가 시작할 때 “신이여 이 고 귀한 법원을 구하소서(God save this honorable Court)”라고 기도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종교는 전통적으로 많은 정부활동의 일부분381)이다.
수용적 입장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있다. 즉 국교설립금지 규정은 수용설 이 주장하는 것 이외에, 정부가 다른 종교를 가진 자들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도 방지하고 정부가 종교일반이나 특정한 종교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힘 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금지시키고 있다고 비판자들은 주장한다.382) Mitchell 사
377) Douglas Laycock(註 199), p. 993, p. 1001.
378) Lemon v. Kurtzman, 403 U.S. 602 (1970). 즉, 소위 Lemon 기준이란 ①입법목적이 세속적 이어야 하고, ② 중요하거나 우선적인 효과가 종교를 발전시키거나 금지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③ 정부가 종교에 지나치게 연루되는 것을 조장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제2 장 참고).
379) Hensley et al.(註 193), p. 137.
380) 박홍우(註 361), 396-397면.
381) Chemerinsky(註 190), p. 1150.
382) Mark Tushnet, “The Emerging Principle of Accommodation of Religion,” Georgetown Law Jo urnal, Vol.76 (1988) 참조.
건에서 O’Connor 대법관의 견해도 이러한 비판적 입장의 한 예이다. O’Connor 대법관 은 단지 ‘강요’만이 국교설립금지 규정의 판단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383)
그러므로 이 두 입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중립설’이 주목받아 왔다. 그 리고 그에 의거해 국가-종교 관계에서 국교설립금지 규정의 위배여부에 대한 세부적 인 심시기준의 발전 노력 또한 있었다. 이러한 점의 산물이 위 Lemon 심사기준이며, 이는 아직까지 명백하게 번복되거나 폐기되지는 않았고, 최근에도 이 이론이 적용되 고는 있다.384) 그러나 이 이론은 확고하다고 평가받지는 않고 있다. 사실 다수의 대법 관은 현재 이 이론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정부의 행위가 상징적으로 종교를 지지 (승인)하는지 여부 또는 정부가 국교를 설립하거나 종교적인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 한 합헌이라는 대안을 지지하고 있다.385) 그런 경향을 대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최근의 국교설립금지 규정이 문제된 Santa Fe Independent School District 사건 등에서 는 위의 Lemon 심사기준을 언급하지 않고 결정되었다.386)
엄격분리의 입장은 국교설립금지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1947년 Everson 판결 이 후 1980년까지에도 지배적인 입장이었지만 Reagan, Bush 대통령 시대에 사법적극주의 가 후퇴하면서 이 이론도 약화되는 경향을 보였다.387) 그 후 미국사회가 보수화되어 감에 따라 엄격분리를 반대하는 견해(수용적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되었 는데 Rehnquist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Rehnquist 대법원장 및 Scalia, Kennedy, Thomas 대법관이 이 입장을 지지하였다. 다만 이들이 대법원에서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하고 있었고,388) 이러한 점은 현재의 대법원 체제에도 같다. 제3의 입장인 ‘중립설’은 1970
383) Mitchell v. Helms, 530 U.S. 836.
384) 1993년의 Lamb’s Chapel v. Center Moriches Union Free School Districtm 508 U.S. 384, 199 7년의 Agostini v. Felton, 521 U.S. 203, 218, 232 등이 그 예다.
385) 박홍우, 앞의 글, 397면. 다만 이러한 지지(endorsement. ‘승인’으로도 번역 가능.) 이론에 대하여는 그 내용이 모호하고 불확실하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자세한 내용은, Steven D. S
mith(註 256) 및 본 논문 제2장 제4절 중 해당부분 참조.
386) Santa Fe Independent School District v. Doe, 530 U.S. 290 (2000), Mitchell v. Helms, 530 U.S. 793 (2000), Good News Club v. Milford, 533 U.S. 98 (2001) 등이 그 예다.
387) Ira C. Lupu, “The Lingering Death of Separationism,” Geo. Wash. Law Review, Vol.62 (199 4) p. 233, p. 237 이하 ; 박홍우(註 361), 393-4면에서 재인용.
388) 미국에서대법원장의 시대별로 국교설립금지 규정에 대한 진보적인 판례와 보수적인 판례 의 통계적 분류(1953년-1994년)에 대해서는 Thomas R. Hensley/ Christopher E. Smith/Joyce A. Baugh, The Changing Supreme Court : Constitutional Rights and Liberties (Minneapolis : West Publishing(1997) p. 167 표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