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추상적인 것에 대한 탐구와 관련하여 지식을 추상적 낱말로서 취한 것이다(LW12:
16). 중요한 것은 보증된 주장이든 보증된 주장가능성이든, 그것은 완결된 것이 아니라 결 론이 지속적으로 갱신된다는 것이다(LW12: 17).
지금까지 우리는 (1)과 (2)에서 탐구와 도구로서의 지식을 다루었는데, 이제 듀이의 사고개념이 갖는 그 함의에 주목하여 개념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사고는 탐구라는 활동 으로 전개되지만, 거기에는 도구적 차원 그 이상의 풍성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점으로 하며, 결말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그 목적은 결론에 도달하게 하고, 문제상황 속 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사고는 탐구의 과정, 조사의 과정, 연구의 과정”(MW9: 155; 이홍 우 역: 239-240)에 다름 아니라고도 했다. 여기 『민주주의와 교육』에서의 ‘사고’ 개념은 상당 부분 듀이의 반성적 사고와 겹쳐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그것은 1933년에 듀이가 제출한 반성적 사고와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듀이의 사고 개념은 대체로 반성적 사고로 요약되지만, 그것이 곧 반성적 사고 그 자 체는 아니다. 게다가 후기 듀이에서는 반성적 사고에서 질성적 사고로의 개념 분화 또한 이루어진다. 반성적 사고는 듀이의 전기, 중기, 후기 사상에서 모두 강조되었지만, 질성적 사고는 듀이 후기 사상에서 특히 부각되고, 강조되었다.85) 질성적 사고는 전체로서 상황 의 질 혹은 성질들(qualities)에 대한 경험을 다루는데, 듀이의 반성적 사고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핀 뒤, 이후 질성적 사고를 논하며 이들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한다.
사실 반성적 사고는 듀이의 것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근대 철학자들에게서 도 반성적 사고는 강조되었다. 다만, 그들의 반성적 사고는 추론을 포함한다는 점에서는 듀이와 같았지만, 관람자적 관점에서 재생적인 성격이 강했다. 듀이의 지식관이 관람자적 지식관이 아니라 탐구자의 그것이듯, 그의 반성적 사고 역시 탐구적이고 조작적이다. 듀 이의 반성적 사고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통제된 조작의 힘을 갖고 있다. 반성적 사고는 ‘사고의 보다 나은 방식(the better way of thinking)’으로서, 그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LW8: 114-120).
우선 반성적 사고는 연쇄를 특성으로 한다. 이는 반성적 사고가 관념의 연속일 뿐만 아니라 관념의 공계열(
con
-sequence)이기도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의 관념은 그 고 유한 결과로서 다음의 관념을 규정하고, 새로운 관념은 이전의 관념을 참조한다. 이는 의 식의 흐름이 줄 수 없는 측면이다.둘째, 『민주주의와 교육』에서의 사고도 그러하듯이 반성적 사고는 결론을 목적으로 한다. 관념의 연쇄 그 외에도 결론을 타당하고 건전하게 내리기 위해서는 정당화가 필요
85) 질성적 사고에 대한 이해는 듀이 후기 사상의 인식론적, 그리고 형이상학적 핵심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이후 어린이철학의 도덕교육에서 ‘사고’ 개념을 해명할 때에도 반성적 사 고만큼 불가결한 논의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듀이의 반성적 사고는 일찍부터 어린이철학의 사고 개념과 직결되었지만, 질성적 사고 개념은 오래도록 어린이철학에 침전되어 있다가 어린이철학의 사고 개념에 변용되어 수용되었다.
하다. 이는 단순히 지각되지 않은 것을 대상으로 하는, 가공의 사고가 제시할 수 없는 영 역이다.
셋째, 반성적 사고는 탐구를 하도록 촉구한다. 반성적 사고는 신념과 실제적으로 유사 하지만, 신념이 갖고 있지 않은 개인적 검토, 조사, 탐구의 방법을 갖고 있다. 앞서 듀이 는 신념과 지식은 동의어라고 했지만, 탐구와 조사의 방법을 갖추지 않을 때 신념은 주관 적 차원으로 함몰될 수 있다. 반성적 사고는 어떤 것을 믿을 수 있을지 여부는 그 자체의 설명이 아니라, 증거, 입증, 보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상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 반성적 사고는 크게 두 가지로 단계를 나눌 수 있다.
즉, 하나는 사고의 기원이 되는 의심, 당혹스러움 등을 포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런 의심과 당혹스러움을 해결해 줄 탐색, 탐구를 포함하는 것이다(LW8: 121). 앞서 우리 는 듀이가 탐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확인하였지만, 반성적 사고에서 불확실성의 중요 성을 강조하는 것은 예상 밖의 것이다. 이는 특기할 것으로, 사고가 기원하는 바를 ‘의심 과 당혹스러움’ 등에서 찾은 것은 이후 질성적 사고의 논의와 이어질 부분이다. 그러나 반성적 사고는 두 단계로 나누기도 하지만, 듀이는 이를 분석하며 그 풍성한 의미를 여섯 단계로 나누어 보다 제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이지만, 탐구든 반성적 사고든 그 단 계의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의 여섯 단계도 생각의 ‘실재’로서가 아니라, ‘생 각의 사태(states of thinking)’로서 간주되어야 하고, 게다가 단계들 사이에는 중첩이 일 어나며, 흥미롭게도 일부는 탐구 과정과 오버랩 되기도 한다. 이는 반성적 사고가 탐구를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요청한 데 따른 결과이다. 반성적 사고의 단계는 우리가 살핀 탐구 의 절차 중 상당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86) 탐구는 어디까지나 미확정 상황을 통제된 조
86) 듀이에 따르면 반성적 사고의 단계는 제안 단계, 지성화 단계, 지도적 관념, 가설 단계, 추 론 단계, 행위에 의한 가설 검증의 단계, 미래에 대한 전망과 예측의 단계로서 나타난다.
다음은 이 중 처음에서 다섯 번째 단계까지에 대한 설명이다. “생각의 사태로서 그 사이에 는 다음 단계들이 있다. (1) 가능한 해결책으로 마음이 빠르게 나아가는 제안 단계다. (2) 해결을 해야 할 문제, 답을 찾아야 하는 물음에서 느껴진(직접적으로 경험된) 어려움 혹은 당혹스러움의 지성화 단계이다. (3) 사실적 자료의 수집에 관찰과 다른 조작을 도입하고 안 내하기 위해, 지도적인 관념, 다시 말해 가설로서 하나의 제안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단계이 다. (4) 관념 혹은 가정으로서 관념 혹은 가정에 대한 정신적 정교함의 단계이다(추론 (inference)의 전부가 아니라 부분이라는 의미에서 좁은 의미의 추리(reasoning) 단계). (5) 명시적 혹은 상상의 행위에 의한 가설 검증 단계이다(LW8: 200).” 듀이는 반성적 사고를 두 단계로 나누었을 때는 사고의 기원이 되는 의심과 당혹스러움의 단계를 명시화했고, 반 성적 단계를 세분할 때는 생각에 앞서 툭 치고 나아가는 행위를 낳을 수밖에 없는 문제상 황을 전제로서 두었다. 문제상황 속에서의 반성적 사고의 첫 번째 단계는 임시적이지만 직
작에 의해 완결된 상황으로 바꾸어 놓는 문제상황의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반해, 반 성적 사고는 보다 포괄적인 사고 개념을 확보하고 있다.
듀이에게 반성적 사고는 ‘보다 나은 사고’이다. 그것은 우리가 확인한 것처럼 의식의 흐름, 가공적 사고, 신념과 비교하며 살필 때 그에 비할 바 없이 낫다는 의미에서 그러하 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반성적 사고, 그리고 듀이가 사용하는 ‘사고’, ‘반성’, ‘반성적 조작’, ‘반성적 탐구’, ‘반성적 경험’은 대체로 도구 적이고, 조작적인 것을 가리키고 있는데, 문제는 그것이 ‘반성적 사고’ 그 자체는 아니라 는 것이다. 통념과 달리 위에서 밝힌 반성적 사고에 대한 듀이의 체계적 분석은 반성적 사고가 대단히 포괄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반성적 사고는 사고의 기원이 되는 ‘의심, 주저 함, 당혹스러움, 정신적 어려움’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추론과 가설 검증 단계를 거쳐, 미래 전망까지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듀이의 반성적 사고의 분석에 따르면, 첫 번째 단계와 마지막 단계는 일반적인 ‘반성(reflection)’, ‘반성적 탐구’, ‘반성적 조작’의 의 미를 벗어난 사고를 함의한다. 반성이나 반성적 탐구에서 강조되지 않은 이 반성적 사고 의 함의가 갖는 ‘낯섦’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어가 필요하다. 반성적 사고의 첫 번째와 여 섯 번째 단계의 이 근원적 문제상황 속의 성질을 파악하는 사고를 듀이는 질성적 사고 (qualitative thought)라고 불렀다.87)
접적 행위에 대한 대안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관념을 제시한다. 이후 단계는 지성화 단계 로서 그 때의 곤혹스러움은 답을 찾아야 하는, 지적 차원의 것이고, 세 번째, 가설 단계에 서는 조작이 도입된다. 반성적 사고는 이후 추리 단계와 가설 검증 단계로 종결되지만, 듀 이는 이들 단계가 고정적이며 선형적 발달 단계로서 간주하지 않았다. 게다가 각각의 단계 는 제시한 내용보다 훨씬 더 확장될 수도 있음을 듀이는 첨언한다. 더 중요한 것은 듀이는 위 다섯 단계 외에, 미래에 대한 전망, 예측, 기대 혹은 예언을 여섯 번째 단계로서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한 점이다. 이 단계는 탐구의 마지막 단계, ‘사실-의미의 조작적 성격 (The Operational Character of Facts-Meanings) 단계’에서 고려되지 않는 것이다(LW8:
200).
87) 앞서 언급한 것처럼 듀이의 ‘qualitative thought’는 후기 듀이 사상의 대표적인 기술어이 다. 이에 대한 우리말 번역어로 ‘질성적 사고’를 가장 먼저 쓴 것은 이돈희였고(이돈희,
『敎育的 經驗의 理解』(서울: 교육과학사, 1993), p. 94.), 이후 박철홍이 이를 이어서 사용 했다. 로크는 사물의 성질을 사물이 갖고 있는 사물 그 자체의 제1성질, 그리고 주관에 영 향 받는 제2성질로 나누었는데, 듀이는 로크 식의 주객분리의 인식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대상에 대해, 이해는 할 수 있으나 말로 설명하거나 정의할 수 없는, 느낌으로 만나는 전체 적 상황의 성질을 제3성질(tertiary quality)이라고 했다. 이러한 성질을 파악하는 사고가
‘qualitative thought’인데, 일본에서는 오래 전에 ‘질적 사고’로 옮겨 왔다. 이돈희는
‘quality’를 ‘질성’으로 옮기고, 이를 미루어 질성적 사고라고 했다. 그가 사용한 ‘질성’은 ‘질 적 특성’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질성적 사고’는 질적 특성을 전체적으로 느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