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데, 듀이는 경험의 성장으로서 도덕교육을 강조하고, 탐구로서의 윤리학을 제시했지만, 이 모두는 사고 차원에서 재진술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요컨대 윤 리적 탐구에서 합당성이 강조되고, 어린이철학의 탐구공동체 안에 듀이의 거대공동체 이 념이 남아있는 것이 어린이철학 도덕교육론에서 듀이 철학이 수용된 점이다.
과 편견 등으로 나누고, 다시 이 비판적 사고를 약한 비판적 사고와 강한 비판적 사고로 구획한다. 약한 비판적 사고는 상대방과의 논쟁에서 논거를 제시할 때 발휘되는 사고 능 력인 데 반해, 강한 비판적 사고는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다시 말해 성찰적 비판을 가한 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립먼의 비판적 사고와도 공명할 수 있다. 왜냐하면 립먼에게 비 판적 사고는 단순히 사고의 도구가 아니라 교육의 재건과 직결되는 상황과 맥락에 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비판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립먼의 비판적 사고는 이런 의미에서 지적인 덕이 될 수 있다.236)
필자가 여기서 립먼의 고차적 사고를 다시 거론한 이유는 그의 고차적 사고 개념이 1995년에 다시 한 번 그 자신에 의해서 재진술, 재정의 되었기 때문이다. 립먼에게 고차 적 사고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번에 걸쳐 나타난다. 한 번은 앞 절에서 다룬 것처럼 듀 이의 반성적 사고와 질성적 사고가 비판적 사고와 창조적 사고 속에 보존되어 나타난 것 이고, 다른 하나는 1995년 그의 논문에서 제시한 고차적 사고의 새로운 내포와 외연이 그 것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배려적 사고를 새롭게 추가한 것이다.
1991년에 출간된 립먼의 『교육에서의 사고』에서 이후에 새로운 의미의 고차적 사고
236) 이러한 문제의식은 비판적 사고에 대한 나딩스의 견해와 조응될 수 있다. 2015년에 출간 된 『교육철학』 제4판에서 나딩스는 비판적 사고가 갖는 교육적, 도덕적 의미를 따로 한 절을 두어 숙고한다. 거기서 주목할 점은 나딩스가 비판적 사고를 폴 식으로 강한, 혹은 성 찰적 비판적 사고로 명명했다는 것이다. 제4판 『교육철학』에 따르면 비판적 사고에 관한 논쟁은 인식론적인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도덕적인 것이다. 형식적으로 비판적 사고는 개념적, 인식론적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논리적으로 말하면 비판적 사고는 도덕과 직 접적 관련이 없지만, 실천적으로 말하면 비판적 사고는 도덕적 목적에 의해 지배된다. 나딩 스에 따르면 비판적 사고는 “대화의 문을 열어 두고 일상적 삶의 문제와 문화 차이에 관해 다른 사람과 관계할 것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비판적 사고와 도덕적 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Nel Noddings, Philosophy of Education (4th ed.), Philadelphia, PA: Westviex Press, 2015, p. 99.)에 들어선다. 다시 말해, ‘실천적’ 차원에서 비판적 사고는 제자리를 찾 는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실천적 측면에서 비판적 사고와 도덕적 선이 불가 분리의 관계라고 한다면, 이들 양자는 어떤 방식으로 그러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것은 앞서, 비판적 사고가 도구적 비판적 사고가 아니라, ‘성찰적 비판적 사고’라는 데서 그 단서 를 찾아야 할 것이다. 성찰적 비판적 사고는 비록 자기 자신이라 하더라도 지침을 어길 경 우 자신의 행동을 비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비판적 사고는 논리적 차원에서 도덕적 선 과 무관하다. 그러나 그것이 ‘성찰적 비판적 사고’가 될 때, 단순히 목적을 위해 수단을 찾 는 도구적 비판적 사고가 아니라 도덕적 닻에 근거를 두면서, 도덕의 맥락 속에서 제 몫, 제 자리를 찾는다는 의미에서, 비판적 사고와 도덕적 선은 불가분의 관계로 ‘새롭게 구성된 다’고 말할 수 있다. 나딩스가 비판적 사고를 성찰적 비판적 사고라고 할 때 그것은, 립먼 의 비판적 사고가 도구적 사고가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대한 감수성에 기초한 비판적 사 고라는 점에서 이들 사이에는 양립 가능한 지점이 없지 않다고 해야 한다. 립먼은 고차적 사고에 대한 그의 논의를 이후 ‘배려적 사고’를 통해서 확장하는데 이 배려적 사고가 궁극 적으로 도덕적 선과 같은 가치를 사고에 도입하는 결정적인 계기임을 언급한다.
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없다. 이미 립먼이 제시한 고차적 사고는 비록 모든 이들 이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그것은 폭넓은 의미의 비판적 사고로서 기존의 고차적 사고 개 념을 상당 부분 포괄하고, 더 나아가 창조적 사고가 갖는 상황 혹은 맥락에 지배되는 듀 이의 질성적 사고를 분명하게 추가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고차적 사고에 대한 논의는 충 분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었다. 그런데 1995년 립먼은 「사고로서 배려(Caring as Thinking)」라는 논문을 제출한다. 이 논문의 주된 메시지는 배려가 곧 사고라는 것이다.
물론 립먼이 ‘배려’를 새삼스럽게 강조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린이철학에서 배려는 1982년에 등장한 길리건의 배려 담론237)이나 1984년의 나딩스의 배려 윤리학238)에 앞서
237) Carol Gilligan, In a different voice: Psychological theory and women's development. Cambridge, MA, US: Harvard University Press, 1982; trad. Annick Kwiatek et Vanessa Nurock, préf. Sandra Laugier et Patricia Paperman, Une Voix différente : Pour une éthique du care, Paris, Flammarion, coll. « Champs Essais », 2008; 허란주 옮김, 『심리 이론과 여성의 발달』, 서울: 철학과 현실사, 1995. 보졸라는 길리건의 배려 윤리가 “정의를 중심으로 한 합리적, 구성주의적인 콜버그의 이론에 대한 주요 반론”으로 간주하며, 그 핵 심 요소를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한다. (1) 길리건은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이론이 여성에게 편향적이고, 그의 초기 평가 방법은 문화적으로 구성된, 관계 유지를 향한 여성의 지향을 부당하게 격하시켰다고 주장한다. (2) 길리건은 콜버그의 정의와 권리의 윤리가 분리와 원 리에 제한적으로 초점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관계, 연결, 책임, 해악 피하기의 이슈 에 초점을 둔 배려 지향을 포함시키기 위해 도덕 영역을 넓히고자 했다. (3) 길리건은 초기 저작에서는 남성은 권리와 정의에 대한 추상적인 목소리를, 반면에 여성은 배려라는 보다 맥락적인 ‘다른 목소리’를 선호하고 선택한 것처럼 보였지만, 나중에는 이 입장을 누그러뜨 려 남녀 모두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동정심을 느낀다고 인정했다. 보졸라는 길리건의 핵심 주장이 한편으로는 자의적 해석 혹은 누락 등 정당화 문제를 갖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는 생물학적 정당화도 갖추고 있다고 그 의의와 한계를 동시에 평가한다(Vozzola, Elizabeth C., Moral Development: Theory and Application, Routledge, 2014, p. 45; 정창 우 옮김, 『도덕 발달의 이론과 적용』, 서울: 울력, 2018.).
238) Nel Noddings. Caring: A Feminine Approach to Ethics and Moral Education,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84. 한평수 옮김, 『배려: 윤리와 도덕교육에 대한 여성적 접근법』, 2009. 넬 나딩스의 배려 윤리는 그 서명, 『배려하기: 윤리학과 도덕 교육에 대한 여성적 접근(Caring: feminine approach to ethics and moral education)』이 가리키듯 처음에는 배려하기를 ‘여성적 접근’으로 간주했다. 1984년에 나딩스는 페미니스트 의 관점이 아니라, 생물학적 남녀의 경향성에 기초하여 ‘배려하기’를 강조한 것이다. 그녀는 거기서 “윤리 문제에 대한 전통적인 논리적 접근 방법이 보다 분명하게 남성적인 체험에서 발생하듯이 배려 윤리는 여성으로서의 우리의 체험에서 발생한다”(한평수 옮김, 13쪽)고 적 시했다. 그러나 이후 그녀는 배려 윤리가 ‘현대 페미니즘에서 일어난’ 것으로서, 도덕교육에 서 하나의 대안적 접근이 될 것으로 수정했다. 그 때문에 보졸라가 나딩스의 배려 윤리를
“윤리학과 도덕교육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feminist approach to ethics and moral education)”이라고 기술한 것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나딩스는 『배려하기』의 2013년 개 정판을 낼 때, 여성적(feminine)이라는 낱말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드러내지 못한다 는 비평가들의 비평을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 수정한다(Nodding, Nel., Caring: A Relational Approach to Ethics & Moral Education, Second edition, updated,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13, p. 9. ). 이후 나딩스는 부제를 더 이상 ‘여성적’으로도, 그렇다고
주목되었다.
1980년 립먼과 샵, 오스캐년이 공저한 『교실철학』에서는 소절로 배려를 다루고 있 다. 거기서 그들은 배려는 초등학교 철학교과서 『해리』와 윤리적 탐구의 사례를 보여 준 중학교 철학교과서 『리사』에서 명시적이라기보다 암묵적으로 다뤄지는 주제임을 적 시한다. 『해리』와 『리사』에서 어린이들은 배려에 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배려하기를 직접 보여주었지만,239) 1995년에 립먼은 고차적 사고의 이름으로 배려를 사고의 사례로서 정당화하고자 한다. 이제 립먼에게 고차적 사고는 비판적, 창조적, 배려적 사고가 되는데, 그러한 구획은 블룸이 고차적 사고를 분석적인 것, 종합적인 것 그리고 평가적인 것으로 나누는 데서, 그리고 버클러가 과정으로서의 판단을 말하기, 만들기 및 행하기로, 결과로 서의 판단을 주장, 배열 및 행하기로 나눈 데서 통찰을 얻은 것이다. 여기에 일부 감정이 판단 역할을 한다는, 고대의 스토아철학자들로부터 현대의 누스바움에 이르기까지 인지적 감정의 요소에 대한 철학자들의 통찰도 배려를 사고로서 간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 다.
우리가 일상적 사고와 고차적 사고의 구분을 밀고 나간다면 우리는 이와 같은 삼 위일체적 접근을 다시 하고, 진리, 의미 및 가치와 같은 그러한 규제적 이상을 명시 화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때 이러한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고차적 사고의 어떤 측면을 언급할 수 있는가? 우리는 진리 찾기 측면에 관해서는 비판적 사고를, 창조적 사고는 의미 찾기 측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가치 차원과 관련해서는 여기에 고차적 사고의 어떤 측면이 관련되어 있는가?240)
‘여성주의적’으로도 개칭하지 않았다. 나딩스는 제2판에서 부제를 ‘윤리학과 도덕교육에 대 한 관계적 접근’으로 수정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녀의 배려 윤리는 관계 윤리로 간주될 수 있게 되었다.
239) 어떤 층위에서 어린이들은 서로의 관점을 존중하고,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care about), 각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 중에 배려를 보여준다. 다른 층위에 서는 『해리』와 『리사』 속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진지하게 철학적 탐구에 참여하고 있 다는 의미에서 배려하고 있다. 그들은 철학적 탐구의 결과에 관심을 갖고 있고, 탐구는 의 미 있고 중요한 무엇이며, 그들은 탐구 방식으로 자신들의 진지함을 보여준다. 그럴 때 수 업 중에 자신의 발언에만 관심이 있고, 타자의 목소리에 둔감한 아이들조차 시간이 지나면 미성숙한 행동이 사라질 것이다. 또 다른 층위에서 배려는 철학적 탐구 그 자체의 절차와 그 절차가 포함하는 엄격함에 대해 어린이가 주의를 보이는 데에서 나타난다. 아이들은 타 당하지 않은 발언과 추론에 기민해지고, 탐구의 방법론에 익숙해지면서 일련의 절차로서 법에 관심을 갖는다. 이 방법론은 열려 있고, 공적이며, 합리적인데, 절차에 대한 배려가 이 들 참여자로 하여금 배려를 갖추게 한다. Matthew Lipman, Ann M Sharp, Frederick S Oscanyan, op. cit., pp. 199-200.
240) Matthew Lipman, “Caring as Thinking,”Inquiry: Critical Thinking Across the Disciplines, Autumn, 1995, Vol. 15, No. 1, p.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