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철학에 따르면 그 진리론인 합당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고 교육이 불가결하다.
그러나 어린이철학의 교육론은 의미의 발견 차원에서도 정의될 수 있다. 어린이철학에 따 르면, 교육은 학교의 본질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미 발견에 의해 정의될 수 있다. 우리는 경험이 뒤죽박죽 섞이고, 단순히 사실적 정보에만 빠져 이를 삶의 의미와 연결시키지 못 할 때, 경험의 무의미함을 느낀다. 무의미함은 단순히 알지 못하는 것 이상의 기본적인 문제이나,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의미를 물건처럼 나눠줄 수는 없다. 의미는 획득해 야 하는 것으로, 어린이철학은 난감한 상황 속의 어린이에게 의미 발견으로 안내한다.156)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철학에서 교육이란 근대 학교가 제공하는 특수한 경험 형식이 아니 다. 어린이철학에서는 삶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모든 것을 교육으로 간주하고, 학교 또한 어린이로 하여금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한에서만 교육 적이라고 평가한다.157)
어린이철학은 의미, 특히 자신에 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사고’를 고려한다. 이
155) Matthew Lipman, Ann M Sharp, Frederick S Oscanyan, op. cit., p. 207.
156) Ibid. pp. 12-13.
157) Ibid. p. 6.
런 의미에서 어린이철학은 어린이로 하여금 의미를 확보하게 하는 사고 페다고지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는 자신에 대한 의미를 얻기 위해서, 단순히 기존의 지식 내용에 대한 학 습이 아니라, 사고, 특히 자신에 대한 사고를 배워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고는, 일상언 어에서의 ‘사고’가 아니라, “의미를 습득하게 하는 탁월한 기술”158)로서의 사고를 의미한 다. 의미가 그저 주어지지 않듯이, 사고 또한 저절로 발달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우리는 사고를 의식하지 않는다. 강의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 신발을 고 쳐 신거나 문을 여닫을 때, 혹은 쇼핑을 하거나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 아니면 메일을 쓰 는 도중에 우리는 우리의 사고를 자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식이 작용할 동안 우리가 사 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령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일련의 사고에 주목할 때, 그 순간에 사고를 의식하는 것처럼 착각을 한다. 비유컨대 영사기에서 흘러나오는 필름들 의 연쇄처럼, 그것이 작동할 때 필름이 보이지 않듯이 사고도 꼭 그러하다. 우리가 활발 한 토론에 참여할 때, 사고 과정은 빠르게 전개 되며 신체적 행위와 구분되지 않는다. 즉, 토론 속에서 학생들은 코멘트에 귀 기울이고, 화자가 말하고 싶었을지 모르는 여러 가능 한 의도를 생각하고, 자신의 뜻을 전개하며, 어떤 식으로 발언할지까지 고려하는 등 정신 적 행위의 계열에 주목해야 한다.159) 이렇게 사고는 의식하든 않든 그것은 신체적 차원이 든, 정신적 차원이든 일종의 행위로서 전개된다.
듀이의 인식론 혹은 지식론이 자연주의적이듯이, 어린이철학에서 사고는 호흡하고 소 화하는 것처럼 자연적인 과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사고가 자연스러운 호흡이나 발달의 영향을 받지 않는 소화 작용으로 비유되지만, 그 때문에 사고를 발달시킬 수 없다는 결론 을 내릴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어린이철학에서 사고는 자연적이지만, 도구로서도 인식되 기 때문이다.160) 이 점에 있어서 어린이철학의 사고는 듀이와 같이 자연적이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도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철학에 따르면 사고에는 보다 더 나은 사고와 그렇지 않은 사고가 있다. 대체 로 이러한 구획 기준은 논리에 있지만, 어린이가 사고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논 리를 따로 배울 필요는 없다. 언어를 습득하면 간접적으로 익히기 때문이다. 언어 학습에 서, 유아에게 “너, 그걸 하면 벌 받을 거야”라고 말한다면 이는 어린이가 “벌을 받지 않으 려면 그것을 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어린이가 이해할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
158) Ibid. p. 13.
159) Ibid. p. 14.
160) Ibid. p. 15.
의 후건부정인데, 복잡한 추론이지만 유아는 아주 이른 나이에서 그것이 가능하다.161) 그 러나 추론을 잘 하든 못 하든 그것은 사고이다. 정의를 잘못 내리거나 분류하더라도, 사 실을 무비판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이 모든 것은 사고이다. 어린이철학에서는 의식적이든 암묵적이든, 일련의 사고들은 거의 행위와 같이 진행된다고 간주한다. 다만 사고에는 더 효과적이거나 덜 효과적인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어린이철학은 어린이로 하여금 보다 더 잘 사고하는 어린이로 전이시키고자 하는 페다고지로, 어린이를 철학자로 만드는 것이 아 니라 보다 사려 깊은 합당한 개인이 되도록 돕는 데 그 목적이 있다.162)
나아가 어린이철학에서의 사고, 더 정확히 말하면 사고 과정은, 듀이의 사고와 같이 활동을 의미한다. 립먼에게 사고는 복잡한 활동이다. 즉, 어린이철학에서는 그것이 철학적 사고이든 실천적 사고이든, 아니면 교과든 교과밖에서든 읽고 쓰고 춤추고 놀고 말할 때 의 모든 사고는 사고 활동이다.163) 이러한 활동으로서의 사고에 반성적 사고가 포함된다 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듀이는 1933년의 개정판 『사고하는 방법』에서 사고의 여러 개 념을 소개하고, 그 중에서 계열적이고 건설적인 반성적 사고가 ‘보다 나은 방식’의 사고라 고 주장했다.
듀이의 반성적 사고는 연쇄를 특징으로 하고, 결론을 목적으로 하며, 탐구를 촉구한다.
립먼에게서도 반성적 사고는 듀이가 언급한 보다 더 나은 사고의 특징을 보여준다. 왜냐 하면 그것은 그 고유한 방법론과 절차, 시각을 고려하고, 동시에 ‘절차에 대한 사고이면서 내용에 대한 사고’164)이기 때문이다. 반성적 사고는 그 고유한 방법과 절차를 가질 뿐만 아니라 내용에 대한 사고 행위라는 점에서, 그것은 메타 인지적 차원의 자기수정적 활동 을 의미한다. 짐작할 수 있듯이 이러한 유사성은 립먼이 듀이의 『사고하는 방법』을 직 접 참조하고, 인용하며, 거기서 반성적 사고의 기원을 찾는 데서 이미 예고된 것이다. 립 먼은 문제상황에서 결과를 예상한 뒤, 실험을 하고, 문제가 미해결될 시 반복해서 해결될 때까지 탐구를 수행하는 듀이의 반성적 사고를 긍정한다. 그러나 립먼의 사고가 반성적 사고만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반성적, 비판적 사고 외에도 창조적, 배려적 사고 또한 강조하기 때문이다. 다음 장에서 자세하게 살피겠지만, 립먼의 창조적 사고는 듀이 의 질성적 사고에 대응하는 것이며, 배려적 사고는 규범적, 정서적, 행위적 사고로서, 사
161) Ibid. p. 15.
162) Ibid. p. 15.
163) Ibid. p. 15.
164) Matthew Lipman(2003), op. cit., p. 26.
고로 하여금 가치의 구성요소를 갖게 하는 고유한 역할이 있다. 이런 개념들은 우리가 확 인한 것처럼 듀이의 후기 사유와 연결된 것이다. 립먼은 자신의 비판적, 창조적, 배려적 사고를 제시할 때, 듀이의 철학적 기술어 ‘트랜스액션’을 취하여165) ‘사고의 트랜스액티브 차원’이라고 별도의 절로서 세 가지 사고가 서로 삼투하고, 서로를 보완한다고 밝히고 있 는데, 이는 다음 장에서 밝힐 것이다.
끝으로 립먼의 인식론에서는 듀이에게서처럼 상상력의 지위와 그 역할이 강조된다는 것을 짚어두어야 한다. 립먼에게 상상력은 비판적, 논리적 사고에 대한 장애물이 아니다.
오히려 립먼은 사고가 훌륭해지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경험에 토대해야 하지만, “상상력 이 풍부한 것도 훌륭한 사고의 하나”166)라고 명시하고 있다. 추론의 맥락에서도 상상력은 유의미하기 때문에, 어린이철학에서는 형식적 추론뿐만 아니라 창조적 추론을 고려한다.
그러나 어린이철학에서 상상력이 차지하는 그 지위와 중요성은 추론의 맥락 그 이상에서 도 발견된다. 어린이철학에서 어린이들은 주어진 사실만이 아니라, 가능한 세계에 대해서 도 창조적인 사색 능력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받는다.167)
이처럼 어린이철학에서 사고의 맥락에서 상상력을 강조한 것은 듀이가 숙고 차원에서 상상력의 역할을 환기시킨 것과 일치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듀이에게 숙고는 관조가 아 니라, 예견된 결과들을 고려하며 문제상황을 타개하는 것인데, 이 때 상상력이 작용한다.
듀이의 숙고는 ‘다양한 행위 과정의 상상력의 리허설’이기 때문이다. 듀이의 상상력이 경 험을 재구성하여 존재하지 않은 것을 다루듯이, 어린이철학의 상상력은 주어진 사실에 함 몰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것의 견지에서 어린이에게 사색할 기회를 주는 원동력으로서 기능한다. 그 때문에 어린이철학이 비판적, 논리적 사고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상상력과 창조성을 고무시키는 것을 두고, 이를 양립불가한 시도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168) 오히려 어린이철학에서는 논리적 사고가 상상력과 창조적 활동에 의해 촉진되고, 역으로 상상력 과 창조성은 추론 능력의 발달에 의해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한다. 자연적으로 상상 력이 풍부한 것으로 간주되는 어린이가 철학에 대한 자연스러운 경향성을 갖고 있을 것 이라는 어린이철학의 가정에는 철학과 상상력, 더 구체적으로는 사고와 상상력의 밀접한 관계가 암시되어 있는 것이다.169)
165) Ibid. p. 197.
166) Matthew Lipman, Ann M Sharp, Frederick S Oscanyan, op. cit., p. xv.
167) Ibid. p. 26.
168) Ibid. p. 64.
169) Jennifer B. Bleawby, op. cit., p.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