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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의 재정사회학적 접근

슘페터 이후 재정사회학은 국가와 사회의 모든 역사가 공공재정에 그 기록을 남기며, 그 렇기 때문에 재정은 사회를 연구하는 최상의 출발점 중의 하나라고 강조한다(Schumpeter 1991[1918]). 이들은 국가의 과세행위가 근대성의 가장 핵심적인 설명변수중의 하나로서, 조 세가 근대국가형성과 민주주의, 국가와 시민간의 권리와 의무 등의 문제와 매우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에 따르면, 조세란 일종의 사회계약으로서 사회구성원 의 재산권을 침해함과 동시에 사회적 권리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갈등과 사회적 연대가 출현하는 매우 핵심적인 장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조세는 서로에 대한 의무를 형성 하며, 누가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인지, 그리고 ‘우리’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등을 규정함으 로써 시민적 정체성과 근대성의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Martin, Mehrotra and Prasad 1999).

이러한 재정사회학적 접근은 복지국가의 등장을 설명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이론적

자원을 제공한다. 그 동안 대부분의 복지국가 연구들은 사회적 권리를 사회정책이라는 차원 에서만 다루어왔으며, 복지국가를 계급투쟁의 결과로 볼 것인지(사회중심적 접근) 아니면 관료의 작품으로 볼 것인지(국가중심적 접근)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 들과 달리 재정사회학적 연구들은 서구 유럽에서 초기 사회정책은 국가가 전쟁을 위해 과 세를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반대급부로 제공된 것이었으며, 복지국가의 등장이란 사실 근대국가 형성과 발전과정의 예상치 못한 부산물이었다고 지적한다(Daunton, 1996; Klausen 2001; Giddens 1985; Mann 1988; Steinmo 1993).9) 즉 재정사회학적 접근은 사회적 권리와 복지국가의 등장을 계급투쟁이나 관료 변수가 아니라 국가의 과세행위의 결과로 설명한다.

국가의 과세행위를 강조하는 재정사회학적 접근은 자본주의 국가론과도 친화력을 갖는 다. 프레드 블록에 따르면 자본주의 국가의 과세역량은 자본축적과 경제전반의 성과에 의존 하기 때문에 국가는 일차적으로 자본가계급의 이익과 자본축적의 논리에 복무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기구를 자본가계급이 장악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자동적으로 자본주의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이렇게 국가의 재정적 기능이 자본축적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Block, 1981; Block, 1987b). 하지만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축적이라는 기능 이외에 정당성의 문제에도 함께 직면한다(Poulantzas, 1978).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이 허구적 상품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는 불가피하게 노동력 재생산 문제에 개입하게 된다(Offe, 1984).10) 게 다가 국가세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득세와 간접세를 모두 노동자 또는 소비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국가는 더욱 첨예한 정당성의 문제에 직면한다(Gough, 1979). 이러한 맥락 에서 복지국가란 과세행위에 대한 정당성 확보와 노동력 재생산 과정에 대한 개입의 필요 성에서 등장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국가가 자본축적과 정당성이라는 두 가지 모순된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이 선험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페나 오코너 같은 연구자들은 자본주의 국가가 자본축적과 정당성간의 모순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재정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Offe, 1984; O'Connor, 1973). 하지만 최근의 재정위기는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스

9) 폿지와 틸리는 근대국가가 출현하던 초기에는 국가의 활동이란 거의 전쟁에 국한된 것이었는데, 하지만 전쟁수행과 전쟁동원이 조세수입을 필요로 하고 이것이 불가피하게 사회세력과의 타협을 초래함으로써, 그 결과 국가의 활동은 점차 외부에서 내부로, 군사화에서 문민화로, 그리고 전쟁국 가에서 복지국가로 전환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Poggi 1978; Tilly 1995; Tilly 1999; Tilly 1990;

Tilly 1985). 그리고 피콕과 와이즈만은 전후 복지국가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 사실은 전쟁으로 늘어났던 재정지출이 축소되지 않고 사회적 지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Peacock and Wiseman 1961).

10) 이러한 맥락에서 오페는 사회정책을 노동력을 임노동관계로 포섭하기 위한 국가전략이라고 규정 한다(Offe, 1984).

웨덴이나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아니라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남유럽 국가들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오페나 오코너의 주장을 경험적으로 뒷받침하기는 어렵다. 또한 자본주 의 국가론이 강조하는 자본도피와 관련해서도 그 동안의 경험은 복지국가가 우세하다고 자 본이 도피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Barrow, 1993: 60). 이것은 자본축적의 논리가 다양할 수 있으며, 따라서 축적과 정당성의 모순을 해소하는 방식 또한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Block, 1987a; Hall and Soskice, 2001).

축적과 정당성간의 관계는 조세제도 혹은 재정수입형태의 다양성을 통해서 보다 잘 이 해할 수 있다. 국가는 조세수입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이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에 주로 의존하는지 아니면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에 주로 의존하는지 아니면 사회보장기여금과 같 은 목적세나 관세에 주로 의존하는지 등에 따라서 그 정치적 사회적 함의가 매우 다르다 (Lieberman, 2002; Prasad, 2006). 일반적으로 소득세가 누진세로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투명한 조세형태라면, 간접세는 대체로 역진성이 강하고 세부담이 비가 시적인 세제이고, 목적세는 일반 조세와 달리 그 용도가 미리 정해져 있는 유사계약적 성격 을 지닌 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세의 경우는 그것이 사회세력들의 동의와 참여가 전 제되지 않는 한 과세 자체가 매우 큰 정치적 행정적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반면 간접세와 목적세는 국가가 사회와의 마찰을 효과적으로 피하면서 징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세 에 비해 정치적으로 용이한 과세방법으로 평가받는다(Lieberman, 2002).

또한 근대국가의 재정수입형태는 조세 이외에도 통화발행, 차입, 차관, 공과금, 공기업 수익 등 매우 다양하며, 그것이 갖는 정치적 사회적 함의 또한 매우 다르다. 가령, 국가가 석유판매나 연초판매 수입, 통행료, 공기업 이윤 등 비조세수입에 의존할 경우 국가는 사회 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Cheibub, 1998).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이 나 통화발행 등 화폐적 수단을 이용한 재정조달도 사회 차원의 참여를 직접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Lieberman, 2002). 차입의 경우는 궁극적으로 차입의 상환이 국가 세입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조세를 통한 재정조달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재정지출과 조 세수입 사이에 시간적 간극을 제공함으로써 조세부담을 장기에 걸쳐 분할한다는 점에서 조 세와 구분된다(Bonney, 1999).

이렇게 정당성 문제가 국가의 재정수입형태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복 지국가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현대 복지국가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연구 질 문 중의 하나는 왜 직접세 비중이 높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앵글로-색슨 국가들에서는 국 가복지가 지체된 반면, 간접세 비중이 높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국가복지가 발달했는가 하는

점이다(Steinmo, 1993; Prasad, 2006). 직접세의 경우 소득재분배 기능은 크지만 사회세력들 의 동의를 구하기가 어려워 국가의 과세역량이 제약되는 반면, 간접세의 경우에는 재분배 측면에서는 역진성을 갖지만 반대로 사회적 마찰을 피해 과세하기가 용이하다. 그러므로 유 럽 국가들이 역진적인 방식으로 세금을 걷어 관대한 복지국가를 유지하는 경우라면, 영미권 국가들은 누진적인 과세전략을 택한 결과 복지국가의 성장 자체가 제약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Prasad,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