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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엘리트의 중산층 육성 대책과 재원조달전략

한국의 민주화 이행은 정치엘리트들이 이행 과정에서 사회운동세력들을 철저히 배제하 는데 성공한 엘리트이행에 해당한다. 이것은 곧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계급균열과 분 배갈등이 정상적인 정치화 과정을 거칠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동 에 의한 민주화가 급격하게 엘리트협약을 통한 민주화로 전환될 수 있었는가? 민주화 과정 에서 터져 나온 분배갈등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 혹은 무마되었는가? 분배갈등은 지역갈등 으로 완전히 대체된 것인가? 아니면 민주화 이후 분배갈등을 해소하는 독특한 방식이 존재 했는가? 지배엘리트가 정당성 위기에 대처한 방법은 무엇이었는가?

한국의 민주화 이행은 축적 위기보다는 정당성 위기에서 촉발된 것으로서 정치민주화에 대한 요구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사회민주화에 대한 요구 또한 강렬했다. 한국은 산업화 시기 성장제일주의와 선성장·후분배 전략을 취한 결과,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수 국민들은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소 득분배상태는 개선되고 있었지만,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소유 등 자산 불평등 문제가 매우 악화되고 있었다(신동아편집실 편, 1988; 이정우, 1991; 연하청, 1987:, 47-48; 이계식, 1989).

지배엘리트들 또한 민주화 과정에서 분출되는 분배정의 문제가 ‘민중경제론’등과 같이 이데 올로기의 형태로 급진화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정책대응의 필요 성을 절감하고 있었다(연하청 외, 1990).

한국에서 지배엘리트가 분배갈등과 정당성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중산층 육성 대책’

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도시중산층이 정치적으로 비판적일뿐만 아니라 분배문제에도 민감했 다는 것은 민주화 과정에서 중간층을 둘러싼 정치적 경쟁이 매우 치열했음을 의미한다.2) 지배엘리트들은 도시중산층을 경제성장의 직접적인 수혜자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잠재적 지지세력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도시중산층을 어떻게든 도전연합에서 분리시켜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윤상철, 1997: 161; 김호기, 1994: 41-44; 김호기·김영범, 1995). 그리 고 이것은 곧 지배엘리트가 절차적 민주주의의 도입을 통해 도시중산층의 정치적 지향도 만족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분배문제와 성장전략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87년 6 월 항쟁 직후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제 한국의 정치는 중간층을 잡기 위한 싸움의 양상을

2) 한국의 도시 중산층은 역사적으로 여촌야도 현상을 주도할 정도로 야당 투표 성향이 매우 강했으 며, 중요한 선거 때마다 ‘중산층의 반란’을 통해 한국 정치변동의 중요한 계기들을 마련해왔다(최 장집, 1993: 249). 이는 도시중산층들이 대부분 높은 교육수준을 갖고 있으며 자유주의적 가치 지 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띠고 있다”고 내다봤는데(월간말, 1989 7월호 “노정권의 중간층 포섭전술” p.16), 이는 민주 화 이행과정에서 중간충을 둘러싼 경쟁, 즉 계급연합의 정치가 매우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단편이다.3)

그런데 분배갈등에 대응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기존 논의들은 대부분 분배문제를 지나치게 사회정책에만 국한시켜, 엘리트이행의 결과 복지국가가 지체되어 왔다는 점만을 지적한다. 하지만 그 동안 복지다원주의 연구들이 지적해온 바와 같이, 분배문제와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수단은 사회정책 외에도 조세정책이나 민간복지 등 다양한 차원으로 구성 된다. 그러므로 민주화 이행으로 분배이슈가 부각되고 유권자를 향한 경쟁이 치열해지더라 도 사회정책만이 정치적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중산층 육성대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가? 우선 정책의 목 표가 되는 중산층의 표준을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11-30평 정도의 자기 집이나 전셋 집에 살며, 얼마간의 저축을 하면서 보통 가구에서 볼 수 있는 현대적인 문화시설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계층”으로 규정한다(연하청 외, 1990: 30). 그리고 정책목표로서 중산층 육성은 주변집단 내지 하위집단을 위에서 규정한 중산층 범주로 편입 하는 중산층 확충 정책과 기존의 중산층이 중산층에서 탈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중산층 지 지 정책을 포함한다(연하청 외, 1990: 145; 홍두승, 2005: 91).

정책 과제로는 첫째, 소득분배의 개선과 상대적 빈곤감의 해소가 우선적이며, 둘째, 다량 의 주택공급을 통해 주거생활의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셋째, 저임금근로자의 지위향상 과 중산층에의 귀속비율을 높이기 위해 재형저축과 종업원지주제 등의 개선이 필요하고, 마 지막으로 중산층의 누락을 방지하고 주변계층의 중산층화를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확충 및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연하청 외, 1990).

구체적인 정책수단으로는, 첫째, 소득안정과 재산형성을 위해 최저임금제의 도입, 근로소 득세 부담 완화, 재형저축제도의 확대개편이 제시된다. 소득격차를 완화하고 저소득층의 생 활안정을 위해 일차적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고, 이와 함께 세부담을 상대적으로 완화함으로써 실질적인 소득증대 효과가 있도록 할 필요가 있었 다. 또한 이와 더불어 임금소득증대를 가급적 저축증대로 유도하기 위해 보다 유리한 재형

3) 지배엘리트 내부에서 중산층 육성대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는 것은 1985년 2·12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예상외의 패배를 당한 후부터이다. 특히 85년 2·12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는 도시 중산층들의 이탈로 인해 그 충격이 더 컸는데, 서울지역 투표에서 민정당은 거의 완패를 당했다.

이로 인해 경제기획원은 85년 3월 ‘중산층 육성대책’이라는 미간행보고서를 통해 중산층 지지확보 를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이러한 정책방향은 이후 제6차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수단으로 나타나게 된다(윤상철, 1997; 홍두승, 2005: 9).

저축수단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종업원 지주제를 확산하여 봉급생활자면 누구나 어느 정 도의 금융자산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경제기획원, 1986: 87-90).

둘째, 주거생활의 안정을 위해서는 소형주택 위주의 주택공급, 임대주택건설 확대, 주택 마련을 위한 근로자저축제도 등 주택금융제도 개선을 제시한다. 무주택 저소득 근로자의 주 택구입 여력에 맞게 소형 평형의 국민주택을 공영개발을 통해 대량공급함으로써 주택보급 률을 획기적으로 증대하고, 주택구입 자체가 어려운 계층을 위해서는 임대주택건설 확대를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주택구입이 일시에 막대한 금액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택금융제도를 개선하여 주택구입 관련 융자제도를 확대하고, 이자소득세를 감면하는 근로자 주택저축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장기주택자금 상환금에 대한 소득세 공제 제도를 도입할 것을 계획한다(경제기획원, 1986: 90-91).

셋째, 소득상실 시에 본인이나 가족의 생활안정을 보장하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확산됨에 따라 의료보험의 대상 확대와 국민연금제도 도입 필요성을 지적한다. 국민 연금제도는 노령에 의한 퇴직, 사고에 의한 장해퇴직, 사망 등의 이유로 소득원을 상실할 경우 급여를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종합적인 소득보장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또한 급여수 준 결정에 있어서는 기본급여부문과 소득비례부문을 두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미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역간 계층간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의료보험제도 를 농어민과 도시자영업 계층에까지 확대함으로써 전국민의료보험제도를 구축할 것을 제시 한다(경제기획원, 1986: 109-116).

넷째, 영세민 계층 지원대책으로 공공부조제도를 개선하여 심신장애나 고령 등으로 자력 에 의한 생계유지가 어려운 빈곤계층에 대해 생계를 보장함과 동시에 자활이 가능한 계층 에 대해서는 조속히 자립할 수 있도록 생활능력을 배양하고 취업기회를 확대할 것을 제시 한다. 그런데 공공부조제도는 특히 중앙정부의 재정부담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공공부조를 확대해 나가되 적정 범위내로 한정함으로써 영세민의 자립의욕을 저해하지 않 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경제기획원, 1986: 101-108).

이외에도 교육을 통한 인적개발 투자와 저소득층 자립을 위한 교육기회 개선, 그리고 기 업복지를 통한 근로자주거안정 문제 해결 등을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정책담론을 통해 우리는 중산층 육성대책이 소득개선과 고용안정, 재산형성지원, 주거생활안정, 그리고 소득상실의 위험에 대비한 사회보장제도의 도입 및 확충으로 구성되 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민주화를 계기로 터져 나온 분배요구에 대한 지배엘리트의 정책대응이 단지 사회정책으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정책의 우선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