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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 속성과 양상문장 /178

IV. 허구적 대상에 대한 양상 문장의 해석 /170

2. 일반적인 양상문장에 대한 해석 /174

2.2. 본질적 속성과 양상문장 /178

그렇더라도, (6)(7)을 우리가 보통 거짓으로 간주함은 분명하다. 분석성 자료 를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이는 다른 방식의 설명을 요구한다. 이 문장들이 거짓인 것은 거기에 나타나는 속성들이 해당 대상의 본질적 속성집합에 속하 므로 그러하다는 것이 본질주의적 혼합이론의 견해이다. 우리는 ‘탐정임, 치밀 함,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임’ 같은 속성들, 허구적 캐릭터 ‘홈즈’의 본질적 속 성으로서 홈즈의 정체성 및 통세계적 동일성을 확보해주는 기준으로 작동하는 속성들에 대해 III장 4.2절에서 상세히 논의한 바 있다.

각 가능세계에서 ‘니체’가 동일한 대상 니체를 지칭하듯이 허구적 인물의 이 름도 각 세계마다 동일한 대상을 집어낸다. 이렇게 각 세계에서 문제의 이름 이 묶여 있는 동일한 대상, 실체를 이루는 속성들이 바로 본질적 속성이다. 이 런 속성들에 대해선 그것이 다를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한 대상의 어떤 속성이 그 대상의 정체를 특성화하는 것이라면, 이런 속성에 대 해 그 대상이 그것이 실제로 가진 속성과 다른 속성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하 는 것은, 한 대상이 그자신인 바와 다를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이는 불 가능하다(이는 크립키가 말한 동일성의 필연성 원리를 위반한다243)). 그런데

로 들 수 있다. 이 경우 불만은 이 인물이 심리적 법칙을 위반함으로써 핍진성 (verisimilitude)을 상실했음에 대한 것이다. 토마슨은 이런 인물에서 원래 캐릭터와의 동일성 은 유지된다고 보지만(토마슨(1999), p.68), 본고의 판단은 다르다. III장의 기준을 따를 때 물론 속편의 스칼렛 오하라는 원래의 인물과 유사성으로 묶이겠지만, 속성집합에서의 심각한 이탈은 이러한 유사성의 테두리도 벗어나도록 한다는 점을 앞서 보았다(III장 4.3.2절). 리플 리는 스칼렛 오하라가 아닌 다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진짜 스칼렛 오하라라면 결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전혀 현실성 없 고 획일화된 대중소설, 혹은 허깨비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습작가의 작품들에서 우리는 이런 불완전한 허구적 대상들을 만나게 된다. 이에 대해서도, “그 소설의 주인공은 좀더 현실 감있는 성격으로 묘사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우리는 원래의 캐릭터와는 다른 캐릭터를 새롭게 제안하고 있는 것이 된다.

243) 잘 알려진 크립키의 동일성의 필연성 원리는 라이프니쯔 법칙과 모든 대상이 필연적으로 자기동일적이라는 자명한 원리에 의존한다. 이 원리의 도출과정은 다음과 같다.

1) (x)(y)[(x=y) -> Fx->Fy]

2) (x)□(x=x)

3) (x)(y)(x=y) -> [□(x=x) -> □(x=y)] : 1)의 예화

이 본질적 속성의 범위가 실제인물과 허구적 캐릭터의 경우 큰 차이가 있다.

커리가 관찰했던, (5)(6)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는 이것 때문이 다. ‘니체’란 이름은 그 이름으로 우리가 현재 지칭하고 있는 인물이 <비극의 탄생>을 쓰지 않았더라도 심지어 그가 전혀 철학자가 아닌 경우에도 여전히 그 개별자에 붙어 있을 것이다. 반면 ‘안나 카레니나’란 이름은 그에 해당하는 인물의 정체성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짐’이란 속성이 들어가므로 이 속성이 결여된, 즉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지 않는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본고는 이런 의미에서 허구적 대상에 관한 본질주의를 받아 들인다. 물론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우리는 분석성 자료를 거부하며 이는 곧 초본질주의를 거부한다는 말이다. 한편 초본질주의의 반대편 극단으로 이야기 안에서 대상에 부여된 모든 속성을 우연적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 있을 수 있 다. 커리가 이런 생각을 보여주는데, 이에 대해서는 본장의 3절에서 상세히 논 의하겠다

.

여기서 허구적 양상문장에 대한 다양한 수준의 독해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 해 볼 필요가 있다. 토마슨은 이러한 문장들이 애매하다고 하면서 양상 연산 자와 이야기 연산자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다음의 세가지 읽기를 제시한다.

(10) 뫼르소는 아랍인을 죽이는 것을 참을 수 있었다

A. <이방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뫼르소가 아랍인을 죽이는 것을 참았다는 게 가능한.

B. <이방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에 대해) 다음이 가능하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뫼르소가 아랍인을 죽이는 것을 참았다.

C. 그 이야기에 따르면 뫼르소가 아랍인을 죽이는 것을 참는 그런 <이방인>

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게 가능하다.244)

∴ 4) (x)(y)((x=y) -> □(x=y)) : 2)와 3)으로부터 크립키, ‘동일성과 필연성’, 정대현 편(1987)에 수록된 번역본, p.147 244) 번역문의 괄호는 필자 삽입. 각 해석의 원문은 다음이다.

A. There is a <Stranger> story, such that according to it, it is possible that M refrained from killing Arab

B. There is a <Stranger> story such that, it is possoble that, according to it, M refrained from killing Arab

C. Possibly, there is a <Stranger> story such that according to it, it is possible that M refrained from killing Arab.

A에서 양상성이 이야기 연산자 안에서만 작동하는 반면 C에서 그것은 가장 넓은 범위ㅡ이야기 연산자를 자기의 범위 안에 두는 식으로-에서 작동한다. B 는 양상성이 A에서보다는 넓지만 이야기 연산자를 완전히 포섭하지는 못한 경 우이다. 즉 가능성은 이야기 전체가 아니라 이야기 안의 특정 사건에 걸린다.

이야기 안에서만 양상속성의 소유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점에서 A는 볼토리니 의 주장을 상기시킨다. 그는 허구 안에서 지정된 양상속성만을 허구적 대상이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A의 일반적 해석과는 거리가 있다.245) 우리는 허구 안에 ‘우연적이다’라는 양상 속성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 에도, 일상생활에서 우연적이라 생각되는 많은 사건들에 대해 A 형태의 양상 문을 만들 수 있다. 토마슨은 해석 A가 이런 형태의 양상문장에 대한 일반적 인 독해라고 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야기 안에서’라는 단서가 붙는 한 너 무 많은 속성에 대해 A형식의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반직관적인 면이 있다. 이에 따르면 (7)도 참인 양상문으로 허용될 텐데, 별도의 설명이 없다면 (<홈즈> 시리즈 안에서) 이는 그다지 받아들일 만하지 않다(이에 대해 본장의 3절에서 다시 상세히 이야기하겠다). 한편 C는 ‘이야기가 끝나고 캐릭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혹은 ‘중심적 사건이 다르게 되었더라면 어떤 일이 일 어났을까’하는 자유로운 상상에 관한 직관을 지지해주는 독법이다. 예컨대 <뜨 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의 브릭이 성공적 축구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말 한다면 이로써, 브릭이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훌륭한 운동선수가 되는, 그런데 도 같은 캐릭터로 생각되는 그런 다른 이야기가 쓰여질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본고가 등장인물에 대한 반사실적 조건문을 ‘작가가 해당사항을 다르게 썼 었더라면, 다른 방식으로 소설내용을 전개했더라면’으로 해석했다는 점을 상기 하라. 그렇다면 독해 C의 방식을 택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본질주의적 혼 합이론이 주장하는 캐릭터의 본질적 속성은 이야기의 동일성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소설내용을 전개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변경은 본래 소설의 동일성을 해치는 범위로까지 갈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등장인

245) 볼토리니는 허구 대상이 가능하게 P임 (fictum is possibly P)은 허용하지만 그것이 P일 수 있었다(a fictum might have been P)는 사실은 허용하지 않는다(볼토리니(2010), p.96).

‘가능하게 P임’이란 말은, 이 속성이 허구 안에서 지정되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홈즈가 그 사건을 다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식의 기술이 소설에 등장하는 경우이다. 대조적으로 후 자는 소설에서 부여된 속성에 대해, 그것이 부여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볼토 리니는 이런 양상문은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10)을 참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물의 본질적 속성 집합에 변화가 생겨, 더 이상 같은 대상에 대해 본래와 다 른 가정을 하는 양상문으로 간주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C는 같은 캐릭터가 하나 이상의 이야기에 나타난다는 것이 용인되어야 참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볼 때, 캐릭터의 본질적 속성집합의 동일성이 깨진다는 것을 함축하는 C 형태 문장의 참을 원칙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시리즈 물에서의 각 캐 릭터를 동일한 캐릭터로 묶어 말하는(“<주홍색 연구>의 홈즈는 <공포의 계 곡>의 홈즈와 같은 인물이다”) 일상적 관습을 떠올려 보면, 본래의 작품의 속 편인 다른 이야기에서 등장인물이 이러저러하게 행동했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C 형식의 가정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가정이 성격의 일관성을 해치는 수준이어서는 안된다. 토마슨의 인공품 이론은 후속 이야기 의 저자가 원래 이야기의 캐릭터에 대해 충분히 알고 이 캐릭터를 자신의 작 품 속에 도입하려는 의도만 있다면 동일한 캐릭터가 다른 작품 안에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즉 허구 안에서 부여된 속성들의 집합은 허구 대상의 동일성 을 위해 전혀 요구되지 않으므로 C와 같은 식의 양상문을 말하는 데 있어 제 한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주의적 혼합이론은 허구 내적 속성들이 본질적 속성으로서 허구적 대상의 정체를 구성한다는 입장이므로 이런 형태의 문장 해석에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즉 양상문이 말하는 가정이 이야기의 동일성을 이탈해서 이 문장이 (본래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에 관한 것이 되더 라도, 뫼르소의 냉소적인 성격이나 홈즈의 탐정으로서의 명민함 등 캐릭터의 기본적인 특성이 유지된다는 의미에서 같은 캐릭터에 관한 것이어야-즉 각 편 의 허구적 대상들이 시리즈로 묶일 만큼의 유사성은 유지되어야246)- 그것은 참일 수 있다.

B에 대해서라면 본질주의적 혼합이론의 견해에서 안전하게 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C는 이러저런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가능하다고만 말하는 것 이므로 우리의 상상이 동일한 이야기에 관한 것일 필요가 없지만 B에서는 이 야기의 동일성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동일하다면 그 안의 캐릭 터도 자연히 같아지므로247) B의 형식은 동일한 이야기의 동일한 캐릭터에 대 해,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나 속성을 원래의 이야기에서 벗어나도록 가정하는 한 참인 양상문장을 만든다(물론 아랍인을 죽이는 것은 <이방인>의 중심사건 이므로 B는 거짓이다).

246) 본고는 III장 4.3절에서, 각 편이 완결성을 지니는 시리즈물의 경우에는 각 편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다른 허구적 대상들이 생겨나는 것임을 주장하였다.

247) 이는 이야기의 동일성이 허구 대상의 동일성을 위한 충분조건임을 말하는 것이다. 같은 이 야기 안에 두 명의 (다른) 홈즈가 등장할 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