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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적 대상의 동일성과 유사성 -작가가 같은 경우 /158

III. 허구적 대상에 대한 혼합이론 /102

4. 혼합이론 2 /132

4.3. 시리즈 문제 /158

4.3.1. 허구적 대상의 동일성과 유사성 -작가가 같은 경우 /158

본고는 이 문제를 좀더 세분하여 분석한다. 우선 ‘시리즈물’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말은 <홈즈>나 <배트맨> 시리즈처럼 각 작품마다 명확 히 독립적인 스토리를 가지는 경우에도 쓰지만 하나의 긴 이야기를 분량의 부 담 때문에, 혹은 작가의 작업이 한꺼번에 행해지지 않아 한권의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조금씩 나뉘어 연속적으로 발표되는 경우에도 쓴다. 필자는 장편 소설 이나 대하소설 같은 후자의 경우, 작품에 나오는 같은 이름을 가진(혹은 동일 한 인물로 설정된) 인물들을 모두 같은 캐릭터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 편, 2편의 구분은 하나의 작품 안에 나타나는 장(章)이나 소제목에 따른 구분 과 다르지 않다. 이는 <트와일라잇>의 벨라가 <브레이킹 던>의 벨라와 동일 한 인물이라는 직관에 잘 맞는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 않다. 우 리는 각 편마다, 심지어 각 챕터마다 인물에 여러 가지 다른 속성들을 부여한 다. 이 중의 많은 것들이 적어도 준-핵심 속성을 구성할 것이다. 그렇다면 본 고 이론에 따르면 1편의(혹은 1장의) 벨라는 그 이후 편(혹은 장)들의 그것과 는 다른 벨라가 되어 버린다. 이는 직관에 부딪치지 않는가? 우리의 대답은 각 장을 단위로 벨라가 인코드하는 속성 집합을 설정하지 않고 작품 전체를

208) 사실상 크립키는 어느 정도까지의 변형이 허용되는지에 대해 어떤 확정적인 답도 없다는 것 자체가 이런 퍼지한 동일성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솔먼, Ibid., pp.345-347을 보라.

단위로 그러한 속성들을 묶어내는 것처럼, 각 편도 완결된 작품 전체로 보면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러한 설정의 단위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209) 아무도 아주 빈약한 정보들만이 주어지는 이야기 서두에서의 주인공이, 성격 적 특질들이 낱낱이 밝혀지고 모든 사건이 전개-해결된 이야기 끝의 캐릭터와 다른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II장에서 이러한 이 야기하기가 허구적 이름에 대한 명명식이라는 것, 따라서 이 명명식이 완료되 기 전까지는 그 이름이 지시체를 가지지 않는 빈이름이라는 점을 이야기하였 다. 이런 생각은 한편으로는 이야기 완료 전까지는 캐릭터들의 본질적 속성집 합이 닫히지 않는다는 위의 직관을 잘 반영하지만, 작가가 허구를 쓰면서 빈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까다로운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리는 솔먼을 따라 이 런 이름들이 곧 지시체를 가지게 되는 이름들이라는 의미에서 ‘아주 약하게 지칭적’이라고 불렀다210). 그러나 10년 이상 지시체를 가지지 않는 이름들도 단지 아주 약하게 지칭적이라고 불러야만 할까? 물론 우리는 이 이름들이 아 주 약하게 지칭적인 것이, 비지칭적인 기간의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지시 체의 제공이 확실하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간 종결이 나 지 않던 이야기가 중간에 작가의 죽음으로 인해 다른 작가에 의해 이어지는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에 대해 우리의 직관이 분명히 대답할 수 없는 만큼 본고의 이론도 결정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말해야겠다. 다른 작가에 의한 시리 즈물의 전개에 대해선 잠시 후 따로 논의하기로 하자.

10년 이상 지시체를 가지지 않는 이름들, 즉 본질적 속성에 해당하는 속성 들이 소설의 첫 발표 이후로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아직 다 기술되지 않은 경우들이 가능하다. 베토벤에 관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베토벤의 특이한 경제적 성향에 대해 밝혀냈다고 하자. 물론 이는 지 시체가 고정되어 있는 경우로 새로운 묘사가 베토벤의 동일성을 깨뜨린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허구적 대상에서는 본질적 속성들이 이런 일상적 속성들 로 구성되므로, 새롭게 소개되는 인물의 성격적 특성들이 그 대상의 동일성에 관여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아직 지시체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에서 새로운 속성의 추가는 역시 동일성을 깨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 은 그 동일성의 확정에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각각의 에피소드가 분리된 시리즈물의 경우에는 각 이야기하기가 독

209) 각 장이나 각 편에서의 속성들을 뽑아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것은 전체 속성 집합을 결정 하기 위한 과정일 뿐, 그 자체로 허구적 대상을 구성할 수는 없다.

210) 본고는 II장 2.2.3절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잘타의 해결책을 살펴본 바 있다.

립적으로 체하기의 완결을 이룬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식으로 설명될 수 없 다. 본고는 <홈즈>시리즈의 각 단편 및 장편들에서의 홈즈는 전부 동일한 대 상이 아닌 홈즈1, 홈즈2, 홈즈3,... 등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볼토리니의 주장 에 동의한다.211) 반면 잘타는 논리적으로 각 장 간의 관계와 시리즈물의 각 편들간의 관계가 차이가 없다는 입장인데, 필자는 이러한 입장이 이야기의 완 결을 통해 허구적 이름의 지시체가 생겨난다는 그자신의 논지에 맞지 않는다 고 생각한다. 시리즈의 각 편은 그 자체로 완결된 이야기이지 불완전한 조각 이 아니므로, 거기서 지정된 속성들을 가지고 하나의 허구적 대상을 마련할 수 있다. <바스커빌의 개>와 <네개의 서명>은 전혀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으 므로 각 이야기에서 홈즈에게 부여되는 I-3에 해당하는 속성들은 판이할 것이 고 따라서 우리는 핵심 속성에서 상이한 두 대상을 동일시할 수 없다.212) 시 리즈 각편의 이야기들이 연속적인지 각기 독립적인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사례들이 있겠지만213) 본고는 이러한 구분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214) 독립된 이야기가 아니라 연속되는 이야기이더라도, 일단 완결이 있은 후에 이어지는 프리퀄이나 속편(시퀄) 같은 경우는 같은 저자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다른 캐릭터가 생겨난 걸로 보아야 한다. 이때에는 나중의 이야기가 앞서 완결된 이야기의 모든 속성들을 가지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각 대상이 인코드하는 속 성집합은 포함관계에 있게 될 테지만, 어쨌든 핵심 속성인 I-3에서의 추가로 차이가 생길 것이므로 다른 캐릭터다.

211) 속성집합 뿐 아니라 체하기 요소에서도 [S]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므로 다 다른 홈즈들이 된다.

212) 물론 시리즈 앞편에서 부여된 I-1 및 I-2에 해당하는 속성들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213) 최근의 미국드라마 <화이트컬러>는 각 편별로 독립적인 사건들과 더불어 시리즈를 관통하 는 이야기를 함께 배치하는 구조를 보여주었다. 필자는 이러한 경우도 <홈즈>시리즈의 경우 에 준하여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214) 이러한 필자의 구분은 볼토리니가 작품들을 가로지르는 캐릭터들 간의 관계로 내놓은 두가 지 관계 R 및 R'에 비교될 수 있다. 그는 이 관계를 작가가 여러 명인 경우에 적용하고 있으 나 같은 작가에 의한 것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본고가 제시한 구분과 비슷해질 것이다. 1) R 은 비대칭관계이다. C는 C+에 R관계지만 역은 아니다. 2) R과는 달리 R'에는 이행성이 없 다. C가 C1에 R'관계이고 C1은 C2에 R'관계지만 C는 C2에 R'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 R의 경우는 C의 속성집합이 C+의 부분집합이고 C와 관련된 체하기는 C+관련 체하기의 한 단계 가 된다. 반면 R'는 의도 유사성의 관계이다. C1은 C에 의도적으로 닮았다. 즉 나중의 체하 기 과정의 작인(agent)이 먼저 체하기 과정을 연장하려고 의도함으로써 허구 대상 간에 어떤 속성 유사성이 있게 된다. <오디세이>의 율리씨즈는 <일리아드>의 율리씨즈에 R'관계에 있지 만 제임스 죠이스의 레오폴드 블룸은 <일리아드>의 율리씨즈에 R'관계에 있지 않다. 1)이 연 속적인 이야기, 2)가 독립적인 이야기로 이해된다면 본고의 구분과 비슷해 보인다. 단, 1)과 는 달리, 본 절에서의 논의는 별개의 이야기에 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포함관계가 아니라 동일성 관계를 말하였다.

이런 식의 논의가 <X-men> 시리즈물의 각 주인공들을 같은 개별자로 생각 하는 우리의 직관을 수용하지 못한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볼토리니의 대답 은, 이런 직관이 허구적 대상의 존재론 수준에선 설명될 수 없겠지만, 체하기 의 인지론 수준에선 설명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의 체하기 과정을 연장하려 는 작가의 의도가 성취됨을 알아채고 나면, 우리는 작가가 그러듯이, 예전 이 야기에서 이런저런 일을 한 걸로 기술된 정확히 그 개인이 또 다른 행위에 개 입하는 것이라고 체하기한다. 그런 체하기는 물론 정말로 단 하나의 허구적 대상이 있다는 걸 함축하는 것이 아니다. 홈즈1, 홈즈2를 구분하는 이러한 생 각은 또한 허구적 대상이 단지 추상적 존재자일 뿐 아니라 인공품이라는 본고 의 논제와도 연관된다. 하나의 이야기하기 과정이 끝날 때215) 특정한 허구 개 별자가 나오고, 그 과정이 연장될 때 다른 더 큰 허구적 개별자가 구성된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관련된 체하기 과정 중에 점진적으로 형성된 속성집합이 체하기 과정의 완료와 더불어 특정 허구 대상으로 결과하고 이어서 속성집합 의 확장을 통해 거기에 상응하는 새로운 대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 다. 어쨌든 허구대상은 속성에 대한 인간조작, 제어에 의해 구성된 존재자이므 로 그것은 인공품이다. 구체물의 구성요소는 물질 덩어리지만. 이때의 구성요 소는 속성들이므로 허구적 대상은 추상적 인공품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다음을 물을 수 있다. 그럼 홈즈1, 홈즈2, 홈즈3 중에 누가 우리가 홈즈라고 부르는 대상인가? 그들 모두가 홈즈인가? 그렇다면, ‘홈즈’는 더 이상 단칭어가 아니고 따라서 이 이름이 고유명이라는 본고의 주장은 철회 되어야 하는가? 필자의 답은 ‘홈즈’란 이름이 애매어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 이름을 사용할 때, 그것은 홈즈1를 지시할 수도, 홈즈2를 지시할 수도 있다.

“홈즈는 그가 맡은 사건 전부를 명쾌하게 해결했다”라고 말할 때처럼 그것은 시리즈물 전체에 관련된 대상을 지시하기도 한다. 특히 후자의 대상을 ‘전체홈 즈’라고 부르자. 이 전체홈즈와 홈즈1, 홈즈2 등과의 관계는 전체-부분의 관계 로 이해할 수 있다.216) 홈즈1과 홈즈2가 자신이 속한 소설로부터 핵심, 준-핵 심 속성들의 집합을 가지듯이, 전체홈즈도 본질적 속성집합을 가지는데 이 집

215) 논의의 편의상 허구적 대상의 발생 시점을 특정한 이야기과정의 종결로 보고 있지만 본고 의 다른 부분(II장 2.2절)에서는 이 시점을 한 대상의 본질적 속성이 모두 발현된 때로 보았 다.

216) 커리는 <홈즈> 시리즈의 여러 이야기들을 더 큰 이야기의 에피소드들로 볼 수 있다고 주 장하면서 전체 스토리에 의해 결정되는 홈즈 캐릭터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각 에피소드들의 홈즈와 ‘전체 스토리에 의해 결정되는 홈즈 캐릭터’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는 이것을 그가 뒤에 다루는, 작가가 서로 다른 경우들과는 달리 단순한 동일성으로 보는 것 같 다. 커리, Ib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