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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적 대상의 유사성 -작가가 다른 경우 /162

III. 허구적 대상에 대한 혼합이론 /102

4. 혼합이론 2 /132

4.3. 시리즈 문제 /158

4.3.2. 허구적 대상의 유사성 -작가가 다른 경우 /162

이제 여러 명의 작가에 의해 쓰여진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같은 이름의 캐릭 터들 간의 관계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 보자. 위에서 같은 저자에 의한 프리퀄 이나 속편을 말했지만 다른 저자들이 이야기를 이어 쓰는 경우도 많이 있다.

또 프리퀄이나 속편과는 달리 전혀 다른 이야기들 속에 같은 이름의 캐릭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문학사에서 꽤 찾아볼 수 있다. 햄릿과 거트루드, 돈주앙, 파우스트 등이 이런 캐릭터에 속하는데 특히 ‘파우스트’는 실존인물에

217) 볼토리니도 여러 이야기들에 걸쳐 등장하는 캐릭터들 전체를 묶는 ‘일반general 캐릭터’

개념을 제시한다. 이 개념이 여러 단계들을 거쳐 확장된 체하기 게임에 상응하는 캐릭터를 말한다는 점에서 본고의 전체홈즈와 비슷하게 생각되지만, 본고는 구체적 예들을 거느리는 일반어라는 뉘앙스를 가지는 이 용어를 피했다. 볼토리니는 캐릭터의 발전에 대한 다양한 예 들을 제시하는데, 초기 버전의 캐릭터들로부터 합성된 캐릭터, 여러 명의 작가들에 의한 독립 적 이야기들의 단속적 창작에 나타나는 캐릭터들에도 일반캐릭터 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확장된 체하기 관습의 ‘단계’의 경우에만 일반캐릭터에 대해 말하는 경향이 있다 고 말한 부분은 있는데(볼토리니, Ibid.,p.107, n.8), 이는 캐릭터의 발전 개념보다는 독립적 이야기들의 집적체로 전체홈즈를 이해하는 본고의 견해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또한 본고 가 뒤에서 다룰 파우스트 케이스에도 이런 ‘단계’ 개념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런 어법에서는 일반파우스트(캐릭터)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직관과 상충하는 문제가 있다. 라이헤는 비슷한 용어로 ‘총체인물gesamtfigur’을 이야기한다. 그는 각 편마다 의 홈즈가 총체인물 홈즈의 논리적 부분임을 명시한다(그의 이론은 토마슨(1990), p.61에 짧 게 소개되어 있다).

근거한 독일민간전설에서 유래한 캐릭터로 말로우와 레싱, 괴테, 만 등 여러 명의 작가의 소설에 공통으로 등장한다.

이런 경우들에서는 체하기 요소의 동일성 조건 가운데 (S)와 (T), (A)가 모 두 포기되고 (CI)만 적용된다. 따라서 속성집합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이미 캐릭터들이 동일성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괴테의 파우 스트와 말로우의 파우스트는 전혀 다른 캐릭터일 뿐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파우스트들’ 간의 관계가 파우스트와 햄릿 캐릭터와의 관계와 같 지 않다면 그 점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각 파우스트를 파우스트1, 파우 스트2, 파우스트3,...라고 간단히 부르도록 하자. 이들 간의 관계에 대해 앞서 의 동일성 논의에 준하여 설명해 보겠다.

명시적으로 속편이나 프리퀄을 표방하는 경우에 체하기 요소 (CI)는 쉽게 충족이 된다. 이 조건을 <연속물(sequel))>에 대한 토마슨의 정의218)를 참고 하여 다음과 같이 구체화시키도록 하자.

(CIS) 이야기하기 과정의 두 토큰들이 인과적-의도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야 한다. 즉 하나의 agent는 나머지 다른 하나의 agent의 이야기하기를 잘 알고 있으면서 우리에게 의도적으로, 그가 상상하도록 한 캐릭터와 같은 캐릭터에 대해 상상하도록 해야 한다.

<파우스트>의 경우에도 말로우나 괴테, 레싱 등이 서로의 작업에 대해 모르 면서 독립적으로 창작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동일한 근원, 즉 독일전설 상의 파우스트 박사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작업했다는 점에서 인과적 연결 고리를 가진다. 그러나 체하기 요소만으로 이들이 파우스트1, 파우스트2, ...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속편이나 프리퀄의 경우는 처음의 캐릭터와 나중 캐릭터가 속성집합에 있어 포함관계에 있다. 후자는 전자가 가진 속성들 전부를 가지면 서 그이상의 새로운 속성들을 더 가지게 되어, 결국 새로운 캐릭터는 이전 캐 릭터의 확장으로 이해된다. 이전에 결정되지 않았던 속성들에 대해 정보를 줌 으로써 불분명했던 부분을 채워준다는 의미에서 이를 캐릭터의 조건을 조이 는(tightening)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머지 경우들에서도 적어도 핵심 속성은 공유해야 한다. 이들이 동일성 관 계가 아니므로, 준-핵심 속성들에서의 상당량의 겹침은 요구되지 않지만, 파우 스트라면 적어도 ‘신학, 철학, 과학 등 여러 학문에 통달함’, ‘악마와의 거래로

218) 토마슨, Ibid.,p.62

원하는 바를 얻으려 함’ 따위의 전형적 특질들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 누군가 파우스트 박사에 대해 쓰면서 악마와 교류하지 않도록 쓸 수 있었다는 토마슨 의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다. 그는 속성집합에 호소함 없이 체하기 요소만으 로 허구적 대상들을 묶을 수 있다는 본인의 주장을 위해 이런 논변을 펴고 있 지만, 필자는 이러한 주장이 직관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상은 더 이 상 우리의 문화권에서 파우스트로 받아들여지는 인공품이 아니다.219) 얼마나 세부적인 속성들까지를 공유해야 같은 캐릭터로 취급될 수 있는지를 정하는 것은 문학평론가, 혹은 문학담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직관의 몫이다. 이들에 의해 홈즈답지 않은 (후대 작가에 의해 복원된) 홈즈, 햄릿 답지 않은 햄릿이 가려질 것이다. 이들은 ‘홈즈2’나 ‘햄릿2’로도 불릴 수 없다. 그것은 별개의 캐 릭터로 간주되어야 한다. 여기서 다루는 관계가 동일성이 아니라 유사성 관계 라 해도, 관여하는 속성집합의 부피는 작지 않다는 데에 유의하라. 4.2.2.1절 의 [반론]에서 언급된 ‘현명한 탐정’으로서의 홈즈를 떠올려보라. ‘현명한 탐 정’만이 홈즈2나 홈즈3이 갖추어야 할 속성 전부라면 너무나 많은 캐릭터들이 홈즈의 확장판으로 간주될 것이다. 이는 반직관적이다. 플롯이나 캐릭터의 분 석을 통해 만화영화 <라이언킹>이 <햄릿>의 동물버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필자는 심바가 햄릿2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앙상한 뼈 대구조만을 공유한다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이 애니메이션이 <햄릿>을 모티 브로 삼았다 하더라도, 이는 말 그대로 햄릿 캐릭터가 심바 캐릭터를 위한 모 티브로 작동했음을 뜻할 뿐이지 두 캐릭터가 햄릿1, 햄릿2로 취급될 수 있다 는 것이 아니다

문학사적으로 하나의 캐릭터가 이후 작품들에서의 인물 창조에 역할을 한 흥미로운 예들은 많이 있다. 18세기 영국 작가 리챠드슨의 <파멜라>의 주인공 들에 대한 풍자로서 필딩은 ‘샤멜라’와 ‘조셉 앤드류’를 탄생시켰고, 셰익스피 어의 <햄릿>의 부수인물이 20세기 극작가의 새로운 작품 <로젠크란츠와 길덴 스턴은 죽었다>에서 주요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중세 무훈시 <롤랑의 노래>

의 주인공이 이탈리아로 건너가 ‘올란도’가 되어 <사랑에 빠진 올란도>, <광란 의 올란도>에 등장한다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이다.220) 이런 예들에서 영향을

219) 토마슨(1999), p.60 토마슨이 여기에서 들고 있는 다른 진술, 즉 “파우스트가 ‘Faus’t가 아 닌 ‘Phaust’로 불릴 수 있었다”은 어떤가? 이것은 필자가 ‘종희’로 불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만큼 말이 되는 것일까? 그러나 우리가 한 인공품의 본질적 속성으로 그 이름 까지를 포함시킨다면 이런 상황, 즉 파우스트가 ‘파우스트’로 불리지 않은 상황도 그가 파우 스트가 아닌 상황으로 해석될 것이다.

220) 이 예들은 모두 볼토리니(2010)에서 가져왔다.

준 캐릭터가 영향을 받은 캐릭터의 모티브로서만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힘든 것 같다. 그렇다면 리챠드슨의 파멜라와 필딩의 샤멜라는 같은 허구적 대상인 가? 앞서의 설명을 통해 본고는 이들이 모두 다른 캐릭터이되 유사성 관계로 묶인 대상들임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그 유사성은 적절한 속성집합의 공유 를 요구한다. 저자가 서두에서 “그동안 현명한 인물로 숭앙받아온 주인공에 대해 나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라고 밝힌 <광란의 올란도>나 호 머와 유리피데스의 헬레나처럼 작가들의 기술이 서로 부딪치는 경우에는 그렇 다면 관련된 허구적 대상들이 분명히 갈라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를 단 순히 판단할 수는 없다. 작가가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왜 주인공이 그처럼 판 이한 성격으로 돌변하였는지에 대해 그럴듯한 이야기를 내놓았다면 우리는 그 둘을 롤랑1, 롤랑2로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령, 오늘날의 과학으로는 전 혀 따라잡을 수 없는 기계가 발명되어 이것이 롤랑의 성격을 알 수 없게 바꿔 놓았다는 식의 설명이 등장하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는 결코 롤랑이 등장하는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제약2]를 위반하기 때문에 그런데, 원래의 캐릭터 롤랑이 중세 기사문학 전통의 것임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공상과학 소설 장르에 특유한 이런 식의 설정을 용인할 수 없다.

같지는 않더라도 유사한 롤랑1, 롤랑2,...는 같은 작가에 의한 홈즈1, 홈즈2 처럼 합쳐져서 더 큰 캐릭터 전체롤랑을 이룬다. 여기서도 ‘롤랑 개념’ 같은 것은 설정되지 않았고 따라서 ‘롤랑’은 이를 지시하는 일반어가 아니다. 각각 은 전부 단칭어로서 특유의 대상들에 대한 고유명이라는 본고의 논지는 여기 에서도 유지된다. 같은 작가에 의한 <홈즈> 시리즈에서와 다른 점은 이들은 대부분의 사용에서 전체홈즈를 지시하게 되는 ‘홈즈’와는 달리 보통은 특정 작 가의 캐릭터를 지시한다는 점이다. 작가에 따라 실로 다양한 사건, 속성들을 부여받는 각각의 파우스트에 대해, 그 모두를 실제로 겪는 한 사람을 설정하 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체파우스트는 별개의 파우스트로부터의 속성집합이 합 쳐서 형성된 새로운 속성집합에 상응하는 대상으로서보다는 단순히 각 파우스 트들의 합집합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러므로 ‘롤랑’이나 ‘파우 스트’는 비교문학적 언급을 제외한 때라면, 인격적 의미가 덜한 전체롤랑, 전 체파우스트보다는 <롤랑의 노래>의 롤랑, 괴테의 파우스트를 지시하는 수가 많다.221)

221) 이는 다음과 같은 어법의 차이에 잘 반영된다. 즉 사람들이 <네 개의 서명>의 홈즈가 <주 홍색 연구>의 홈즈와 같은 대상인지를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이미 그들이 사용 하는 ‘홈즈’가 같은 대상-전체홈즈-을 지시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광란 의 올란도>의 올란도와 <사랑에 빠진 올란도>의 그가 같은 인물이냐는 서술은 분명히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