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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밀주의에 기반한 허구적 대상이론 /73

2. 고유명으로서의 허구적 이름 /80

2.1. 인공품에 대한 고정지시 /81

2.1.2. 인공품의 퍼지적 동일성 /83

여기서 상대역 개념을 사용하여 이 문제에 접근한 폽스의 이론을 살펴보자.

상대역(counterpart) 개념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루이스에 의해 도입된 것으 로, 각 가능세계에서 ‘소크라테스’란 이름을 가지는 대상들 간의 관계를 동일 성이 아닌 그보다 느슨한, 서로 매우 닮은 관계인 상대역 관계로 설정하는 것 이다.113) 폽스는 이 개념을 써서 인공품의 퍼지적 본질을 제안한다. 그것은 하

111) 폽스(G. Forbes, 1985), ch.6

112) 크립키, Ibid., pp.130-131, 특히 이책 각주 56,57을 보라.

113) 본고에서 이 개념에 대한 일반적 설명은 선우환(1993)을 참고했다.

나의 대상과 그 대상의 주어진 인공품에 대한 상대역 정도를 표현하는 값의 쌍들로 구성된 집합으로 표현된다. 하나의 인공품은 그것이 실제 가지고 있는 혹은 가질 수 있었을 부품의 대부분을 가진다는 것이 본질적이고, 그 상대역 은 세계를 가로질러 디자인(혹은 관련된 어떤 측면)이 비슷하고 대부분의 부품 을 공유하는 대상이다.114) 이는 디자인과 부품이 ‘대부분’ 비슷할 뿐이지 완전 히 같지는 않다는 점에서 앞서의

기준 I

에서 후퇴한 것이다.

각 가능세계의 인공품들을 진짜 같은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우리는 보 통 기능이나 외관, 기원이나 재질(폽스는 디자인과 부품만을 언급했다) 등 질 적 기준을 바탕으로 지칭하며 따라서 명명식과 인과적으로 직접 연결된 원래 의 인공품 말고는 이런 기준을 완전히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준이 되는 속성들을 줄여 중요한, 혹은 본질적 속성만 같으면 동일한 제품 으로 보자고 제안할 수 있을까? 가령 내가 만들어내 'X'라고 이름붙인 가죽가 방을 생각해보라. 내가 X를 이러저러하게 다르게 만들 수도 있었다고 말할 때, 어느 정도까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그 가방은 어느 만큼의 변화를 겪고도 여전히 X란 이름에 값하는가?)? 물론 그 가방을 가지고 허리띠를 만들었다면 그러고도 그것을 X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 감식이 가능한 유기체와 달리, 이때의 고정지시는 보다 애매하다.115) 그 가방의 사소한 장식

114) 퍼지적 본질과 관련된 이 두 개의 조건들에 대한 폽스의 형식화는 다음과 같다(□는 필연 성 연산자).

[퍼지적 동일성] (x)□1(E(x) -> □(E(x)->[MyP(y,x):A1(P(y,x))]))

[상대역 관계] □1(x)□2(y)[A1xA2y(S(x,y))& A1(MzP(z,x):A2P(z,y)) & A2(MzP(z,y):A1P(z,x))) -> x=y]

여기서 A는 현실성 연산자로 위첨자는 현실성이 나타나는 개체를 표시하고, 아래 첨자는 같 은 아래첨자를 가지는 양상연산자에 의해 자신이 속박됨을 나타낸다. Mxϕx:Ψx는 ‘ϕ인 대부 분이 Ψ’임을, P(y,x)는 'y가 x의 부품임'을, S는 유사성 관계를 표시한다.

115) 폽스의 이론에 따르면 유기체의 경우에는 아무리 그 속성이나 그것이 거치는 역사가 달라 도 수정란의 동일성에 의해 통세계적 동일성이 보장되는 반면 인공품은 충분히 많은 속성들 을 공유하는 각 가능세계의 대상들(앞서 ‘대부분의 부품을 공유하는’이라고 이야기했다)을 단 지 상대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겠다. 왜 이런 불균형을 용인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폽스는 어떤 사건들을 거치더라도 불변인 채로 남는 기원의 동일성이 인공물의 경우에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언급이 폽스(1985), p.190에 나온다.

한편 이러한 불균형은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도 있다. 우리가 그 개수통은 개수통이 아닐 수 없 었지만, 철수는 철수가 아닐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철수는 현재의 철수가 가진 특 성들을 전부 가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 철수가 아닐 수 있었다. 그러나 개수통은 우 리가 그것을 개수통이라고 부르려면 적어도 개수통으로서의 어떤 모양, 쓰임새를 가지고 있 어야 한다. 인공물의 경우엔 지칭 기준으로 쓰이는 특성들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개체 간의 통세계적 관계가 동일성보다 느슨한 관계일 수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X’란 이름의 가 방은 웬만하면 (즉 속성들이 조금씩 달라도 상대역 관계를 통해) ‘X’란 이름으로 불릴 수 있 으므로, 그 가방 X가 X가 아닐 수 있었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함축을 가진다. 같은 의미

품들을 바꿈으로써 ‘X’라는 이름을 포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문제는 기능에 연 관된, 혹은 X의 독특성을 보장해주는 재료나 디자인이라 할 부분들도 여전히 그렇지 않은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가방의 일부일 따름이라는 점이다. 혹은 본 질적 속성에 속한다 할 만한 기능의 경우엔 매우 다른 형태와 재질에도 불구 하고 같은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특정대상의 동일성의 기준으 로는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폽스는 본질적 속성집합을 따로 골 라내지 않고 디자인과 부품 상의 충분한 유사성만을 이야기한 것이다. 폽스의 제안대로 인공품의 동일성을 위해 본질적 속성을 설정하기보다 모든 속성들의 위계 없는 동등한 취급이 직관에 더 부합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여기서 상론하 지는 않겠다. 본고가 본질적 속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각 대상들이 가지는 속 성집합들 전체에 공통되는 중첩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겹치 는 부분을 ‘본질적 속성’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고 허구적 대상의 경우 이런 속성들을 골라낼 수 있다는 것이 다음 절에서 주장될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 만으로 진짜 동일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겹치는 부분, 즉 본질적 속성을 제외한 부분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나게 다른 대상을 동일한 대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 때는 유기체나 자연종에서처럼 동일성을 고정해주는 기저적 실체를 설정할 수 없다고 할 때 그 동일성이 선뜻 받아들 여지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인공품의 경우는 본질적 속성을 설정한다 해도 그것이 유기체의 경 우만큼의 특권적 지위를 누리지 못한다. 따라서 본질적이지는 않은 부분들 만 이라 해도 상당히 많은 정도로 바뀐 가방을 두고 여전히 ‘X’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주저함이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저함을 본질적 속성을 잘못 골라낸 탓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겹치는 부분은 아주 작을 수 있고 그것은 단지 최 소한의 필요조건에 그치고 마는 속성들일 수 있다. 즉 방금 말한 가방은 정당 하게 ‘X'라고 불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 때에는 인공품의 전체 부분들이 고 르게 퍼지적 동일성에 기여한다는 폽스적 직관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본질적 속성을 가지면서 전체 부품과 디자인 상으로도 원래의 대상 과 충분한 정도의 유사성116)을 보이는 경우에는 확실히 인공품 간의 동일성을

에서 우리는 ‘홈즈’라는 캐릭터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홈즈가 아닐 수는 없었다는 문장을 받 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홈즈와 현저히 다른 특성을 가진 캐릭터는 아 마도 홈즈가 아닌 홈즈와 비슷한 다른 캐릭터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그렇지만 “홈즈는 스 토리에서 기술된 일들을 전부 하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홈즈였을 것이다, 즉 그는 여전히 그 자신과 동일할 것이다”가 이야기 안에서 참이라는 직관도 있다(커리(1990), p.165). 이에 대 해서는 본고의 IV장 3절에서 좀더 자세히 밝히기로 한다.

116) 그러나 ‘충분한 정도의 유사성’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대역 관계에 이행성을 허용하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더라도 동일하다고 간주되는 이 X는 사실은 엄 밀한 의미에선 단지 각 가능세계에서 상대역에 해당하는 대상을 표상하고 있 는 것이라 보아야 한다. 동일성을 확보해주는 본질적 속성 대신 전반적 유사 함에 호소하는 것은 곧 상대적 관계를 함축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고 는 여전히 인공품의 퍼지적 본질 아이디어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각 세계에 동일한 대상을 표상하는 것이 있다는 의미에서는 상대역 이론도 통세계적 동 일성을 받아들인다고 할 수 있다.117) 또한 약간의 다름만으로는 확실히 “이 인공품은 약간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 똑같은 바로 그 나무로 원래부터 만들어 질 수 있었다”고 말하는 데 무리가 없으며 이 때 이 문장이 동일한 하나의 대 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직관을 반영하는 의미에서, 우리는 폽스 이론의 취 지를 이해하면서도 인공품의 고정지시라는 개념을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 다.118)

면, 충분한 정도의 속성 중첩에 의한 상대역도 그 관계의 반복을 통해 처음의 대상과 전혀 다른 대상을 상대역으로 인정하게 되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온다. 잘 알려진 대로 sorites 역 설은 아주 약간씩의 오차도 누적되면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117) 이런 의미에서의 통세계적 동일성은 루이스도 인정하였다. 선우환(1993),pp.27-28 즉 가 능세계 자체는 예컨대 닉슨보다는 닉슨을 표상하는 것을 담고 있으며 각 가능세계에서 닉슨 을 표상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상대역 이론의 대답이 바로 닉슨의 상대역, 즉 닉슨을 매 우 닮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때의 고정지시는 ‘닉슨’이란 이름과 ‘닉슨을 표 상하는 대상’ 사이에 성립되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118) 물론 ‘같다’와 ‘상대역이다’란 관계는 서로 같은 관계가 아니며 이를 무시할 때 다음과 같 은 역설이 발생한다. 이 역설은 솔먼이 <지시와 본질> appendix에서 제시한 네 세계 역설로, 치좀의 네 세계 역설과는 구분된다.

역설의 이해를 위해 필요한 가정이 있는데, 그것은 일정부류에 속하는 약간의 구체적 대상이 현 실의 원래 재료와 부분적으로만 다른 재료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는 바로 그런 것이라는 가정 이다. 크립키식의 본질주의가 올바르다면 어떠한 배도 전적으로 다른 재료에서 비롯되었을 수는 없다. 이제 논증을 위해 다음과 같이 가정하자. 특정 계획에 의해 특정 구조로 임의의 배가 널빤지의 98%가 똑같고 단지 2%만 다른 한도 내에서는 다른 널빤지의 집합에서 비롯 될 수도 있다고 하자. 다시 말해 원래 재료의 허용 가능한 변이도의 기점은 2%이다. 이때 우 리는 w1의 배와 똑같은 재료로 98%이상이 건조되었거나 2%이하의 다른 재료로 건조된 임 의의 배가 임의의 가능세계에서 a 그 자체라고 가정하지 않았다. 방금 우리의 가정은 이보다 약한 가정일 뿐으로 배 a가 w1의 재료와 2%만 다른 재료로 건조되는 약간의 가능세계가 있 다는 내용이다. w1에서 배 a를 이루고 있는 널빤지를 'P1','P2',... 'P100'이라고 하겠다. 이제 다음과 같은 가능 세계 w2가 확실히 존재한다. 배 b가 a와 똑같은 설계에 의해 널빤지 P1,P2,...,P97,P101,P102,P103으로 건조된 세계이며, 여기서 P101,P102,P103은 질적으로는 P98,P99,P100 와 동일하지만 이에 비해 w1에서의 배 a의 원래 널빤지 가운데 어떤 것과도 중첩되지 않는다. 배 b는 배 a 자체가 되기 위해서는 w1의 a와 공유하는 충분한 널빤지를 w2에서 갖지 않는다. 그러므로 b는 a와 수적으로 다른 배이어야 한다. 이제 배 a와 b 둘 중 하나가 98개의 널빤지가 똑같지만 나머지는 다른 널빤지를 가진 널빤지 집합에서 비롯될 수 있다. 따라서 배 a가 똑같은 설계에 의해 P1,P2,...,P97,P98,P102,P103으로 건조된 가능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