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 문제는 형식이나 절차적 측면과 서비스 내용 측면 에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형식적인 측면의 공공성은 서비스 공급주체 중 공공 부문이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지를 포함한다. 내용적 측면은 요양서비스가 얼마 나 노인들에게 삶의 기본적인 권리를 향유하도록 평등하게 제공되는지를 의미한다 (이미진, 2008b: 3-5).
먼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 지만 서비스 공급 주체인 장기요양기관 현황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 볼 때, 이것이 전혀 실행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정부는 민간기관의 참여에 집중 함으로써 공적 서비스 제공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신규로 늘어나는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키 는데 초점을 두고 민간 재가 장기요양기관을 확충하기 위한 설명회를 전국을 순회하 면서 개최하였다. 그리고 일본에서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중 영리법인이 49%
를 차지하는 등 민간 참여가 활발한 것을 예로 들어서 민간기관의 참여를 독려하였 다(보건복지부, 2008a). 한국창업경영컨설팅협회는 이 설명회에서 재가 장기요양서비 스 창업에 대해서 안내하였다. 협회에서는 재가 장기요양서비스를 떠오르는 유망 사 업, 특히 시니어 비즈니스의 핵심 사업으로 보고 어떻게 하면 사업을 시작하여, 지속 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소개하였다. 그리고 공공서비스라는 개념보다는 성 공적인 창업을 위해서 상권 조사나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투철한 서비스 정신 등 을 강조했다(사단법인 한국창업경영컨설팅협회, 2008).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초기부터 정부는 공공기관의 확대보다는 민간기관의 참여를 더 독려했고, 장기요양기 관의 설치를 이윤 창출을 위한 창업으로 여기고 있었다. 노인 돌봄을 국가의 책임 확 대보다는 민간 참여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 결과 전체 요양기관의 16,543개소 중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은 228개소 로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반대로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기관은 76%에 달했다. 특 히 재가 기관의 경우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비율이 더 적어 전체의 1%였다. 개인이
2장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직업으로서의 요양보호사 도입
운영하는 민간기관은 79.2%로 대다수의 기관이 민간, 특히 개인에 의해서 설립되었 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14).
구분 재가 시설 합계
빈도 비율 빈도 비율 빈도 비율
지방단체 120 1.0 108 2.2 228 1.4
법인 2,242 19.2 1,425 29.3 3,667 22.2
개인 9,245 79.2 3,324 68.2 12,569 76.0
기타 65 0.6 14 0.3 79 0.5
계 11,672 100.0 4,871 100.0 16,543 100.0
<표 2-2> 설립구분별 장기요양기관 현황
(단위: 개, %)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 2014.
특히 제도 시행 초기의 기관 현황과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2008년 말 재가요양기관 중 지방자치단체에 의해서 운영되는 비율은 1.6%로 109개 소였는데, 6년이 지난 2014년 현재 고작 11개소가 증가했다. 그리고 법인의 경우에는 2008년 2,269개소에서 2,242개소로 감소했다. 개인에 의한 기관 설립은 급격히 증가 하면서 전체 장기요양기관에서 법인 설립의 비율이 34.3%에서 19.2%로 크게 줄었다.
법인 설립은 감소하고, 개인 민간기관이 증가하면서 소규모의 장기요양기관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법인의 참여 감소는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만큼의 비용 산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송다영, 2014: 438).
구분 2008년 2011년 2014년
빈도 비율 빈도 비율 빈도 비율
지방단체 109 1.6 114 1.1 120 1.0
법인 2,269 34.3 2,267 20.9 2,242 19.2
개인 4,024 60.8 8,412 77.5 9,245 79.2
기타 216 3.3 64 0.6 65 0.6
계 6,618 100 10,857 100 11,672 100.0
<표 2-3> 설립구분별 재가 요양기관의 추이
(단위: 개, %)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 2008, 2011, 2014.
장기요양보험시장에서 영리부문과 경쟁을 하는 비영리부문은 조직의 생존을 위해 서는 영리추구적인 성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비영리 부문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이미진, 2008b). 비영리기관이 민간기관과 경쟁하는 상황은 요양보호 사의 노동조건에도 밀접하게 영향을 미쳤다. 비영리 재가 기관의 영리 추구는 돌봄노 동자의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또 요양보호사에게 좋은 노동조건 을 보장하는 비영리기관이 과당 경쟁에서 생존하지 못하면서 노동자들이 기관으로부 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비영리기관이 민간기관들과 같이 불법 적으로 본인부담금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돌봄수혜자를 확보하기 위한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관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 대상자 인원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 리고 많은 비영리기관에서는 돌봄수혜자들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 관리자가 적극적 으로 조정을 했기 때문에 돌봄이용자들이 이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생존 경쟁에 서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요양보호사들을 지지하려는 기관들이 살아남는 것은 어려 운 상황인 것이다.
민간기관을 중심으로 장기요양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내용적인 측면의 공공성도 확 보되지 못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평등하게 돌봄이 제공되지 않는 것이다. 공공부문이 나 비영리부문 중심으로 돌봄서비스가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기관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시장에 돌봄서비스를 맡겨둠으로써 기관들이 노인들을 선별하는 상황들이 벌 어지기 때문이다. 즉, 장기요양기관이 특정 수혜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크리 밍(cremin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Van Slyke, 2003: 301).40)
또한 영세 민간업자들의 난립으로 인해서 장기요양기관 간 서비스의 질적 편차 문 제도 제기되었다(박동자, 2012: 247). 노인요양기관의 설립이 출발부터 신고제로 운 영되면서 기관의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박대 진, 2014: 18). 대부분의 기관장이 관리책임자를 겸직하고 있고 경력이 전무하여 서 비스 조정이나 요양보호사 관리 등의 전문적인 관리 자체가 불가능했다(이준우·서 문진희, 2009: 167). 요양기관이 적절히 노동자 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 돌봄수혜자들 이 자질이 없는 요양보호사한테 돌봄을 받으면서 피해를 입게 된다(박기남, 2008:
32). 경험이 있고, 요양보호사를 잘 관리할 수 있는 기관장이나 관리자의 부족은 요 40) 요양시설의 경우는 수가가 높은 중증의 노인을 선별적으로 입소신청을 받을 수도 있고(김 준환, 2008: 72), 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지 않는 소규모의 요양시설에서는 석션 등의 의 료행위가 필요한 중증 노인을 받지 않는 등의 크리밍 현상이 나타났다.
2장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직업으로서의 요양보호사 도입
양서비스의 질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연구에서 공공기관의 비율을 높이고, 민간이 장기요양기관을 운영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비스 제공의 중심 축이 되어 시군구에서 직접 공공 요양기관을 설립, 운영하고 공공 장기 요양시설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 이루어졌다. 또한 운영주체가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 외에 비영리법인만이 가능하도록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통해서 비전문적이고 영세한 장기요양기관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조 경애, 2008; 제갈현숙, 2009a; 최경숙, 2010; 박대진,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