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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되기 어려운 노동과정

돌봄노동의 노동과정은 돌봄수혜자의 입장에 따라서 매우 유동적으로 변화하기 때 문에 일반화와 표준화가 불가능하다(박홍주, 2009: 112-113). 돌봄노동을 포함한 가사 노동자에 대한 연구에서도 가사서비스가 일반가사, 간병, 양육 형태로 나뉘어져 있지 만 직무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돌봄을 받는 사람들의 스타일에 맞춰서 일을 해야 되 는 것으로 나타났다(김경희·강은애. 2007; 85-86).

요양보호사는 비공식 부문의 돌봄노동과 달리 제도화된 노동이라는 점에서 다르 다. 표준서비스가 규정되어 있고, 요양보호사의 역할도 제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표준화된 노동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요양보호사의 업무와 역할이 매우 포괄 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돌봄서비스 영역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서 수행할지는 돌봄대상자의 욕구에 기초해야 한다. 요양보호사가 돌보는 대상자들은 기본적인 건강 상태와 신체 기능 상태만이 아니라, 가족관계와 사회경제적 배경까지 매우 달랐다.

요양보호사는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추어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표준화되어

4장 재가 요양보호사의 돌봄노동 경험과 특성

일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돌봄대상자 중심의 맞춤서비 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돌봄수혜자는 언제든지 장기요양기관이나 요양보호 사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는 그들의 욕구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

요양보호사의 돌봄노동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돌봄수혜자이다. 그들이 요구하 는 돌봄내용에 따라서 노동자가 수행하는 돌봄이 크게 달라졌다. 예를 들어 박혜자는 하루에 두 가정을 방문하는데, 오전에 돌보는 수혜자는 독거노인이고 오후에 돌보는 대상자는 노인 부부가 같이 살았다. 독거노인의 경우 그 노인에 대한 모든 살림을 하 고 마사지나 정서지원 등을 포함해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후 노인 부부는 두 명 다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았고, 오전에는 다른 요양보호사가 왔다. 노인 부부는 두 명의 요양보호사에게 각각 다른 일을 시키고 있는데, 오전에 오는 요양보호사에게 는 산책이나 병원 동행, 청소와 같은 일을, 요리를 잘 하는 박혜자에게는 일상적인 식사준비는 물론 김장, 간장게장을 담그는 것까지 맡기고 있었다.

또한 요양보호사가 자율성을 가지고 돌봄 내용을 계획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해도 돌봄수혜자가 돌봄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변경할 수밖에 없다. 이정선이 돌보는 수혜 자 두 명은 각각 치매증상이 있는 3등급, 4등급 노인들이어서 인지활동에 초점을 두 고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오후에 돌보는 수혜자에게 매일 읽기, 쓰기 등의 공 부를 시켰는데, 노인의 발음이 명확해지는 등 언어 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경험했다.

다른 수혜자에게도 공부를 중심으로 한 활동을 적용했는데 노인이 받아들이지 않았 기 때문에 자신의 돌봄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수혜자에게 알맞은 인지활 동을 찾기 전까지 그가 원했던 화투 치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또 새로 오신 분은 이런 건 안 해. 공부는 전혀 아니야. 전혀 아니시고, 오로지 화 투야. 저는 죽겠어요... 화투 외에는 전혀 안 하려고 그러세요. (이정선, 재가요양보호 사)

3. ‘돌봄동기’가 필요한 노동

폴브레와 바이스코프(Folbre & Weisskopf, 1998)는 이타주의, 책임감, 내면적 기 쁨, 비공식적 답례에 대한 기대 등을 돌봄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돌봄동기(caring motives)’로 규정했다. 특히 이타주의와 책임감을 돌봄에 필수적인 요건으로 보았다

(Folbre & Weisskopf, 1998: 174-179). 요양보호사의 돌봄노동에서 요구되는 돌봄동 기는 보통 봉사정신으로 일컬어진다. 이전의 여러 연구에서 봉사정신은 노인 돌봄이 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동기로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박기남, 2009; 정진주, 2012; 김 민정·김윤정, 2012; 권수현, 2013). 본 논문의 연구결과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이 이타 주의나 봉사정신과 같은 돌봄동기를 목적으로 일을 시작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보 다 돌봄동기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운 돌봄노동을 지속하는 원동력으로 생각 하고 있었다. 돌봄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식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타주의가 있지 않다면 노동자들에게 노인 돌봄은 언제든지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일이었다.

노인 돌봄이 더러운 일이기 때문에 가족들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를 키 워본 경험이 있는 기혼 여성이라고 해도 타인의 신체를 돌보는 일이 어렵다고 느꼈 다. 가족들도 기저귀 가는 것을 하지 못해서 요양보호사에게 시켰고 요양서비스 시간 외에는 기저귀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도 많았다. 요양보호사들은 봉 사정신을 가지고 가족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힘든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친동생이 오거든요. 오면 이렇게 식사 챙겨드렸대요, 내가 가면. 가자마자 기저귀 갈아드리고 이불이 다 젖고 하니까 다 씻어야 하잖아요. 세탁기해서 돌리고 돌려놓 고. 방 청소하면 이래. 나를 불러요. “아줌마, 아줌마.” 왜 그러냐고. 아이 우리 언니 똥 싼 것 같다. 냄새 난대. 저거 치워 달래. 친동생도 못 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내가 그랬지? “이모님. 이모님은 피를 나눈 형제지 않느냐고? 나는 원 남이에요. 내가 어 르신이 하도 안타깝고 정말 누구 말따마나 나도 나이 같이 먹으니까 이따가 나도 이 러면 정말 다 싫어하면 어떡하나 싶어서 나도 이래 하는 건데 이모님이 피를 나눈 형 제인데 못 하겠어요?” 자기는 죽어도 못 한대요. 그럼 이따 이모님이 어떻게 할까요?

누가 할까요? 내가 그랬거든요. 아무 말도 안 해요. 저 짝에 가서 가만히 앉고 있는 거예요. 냄새 난다고 코 이렇게 막고. 언니가 똥 쌌다고. (서진, 재가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들에게 만성질환을 가지고 혼자서 활동할 수 없는 노인들을 지켜보는 것 자체도 큰 스트레스였다. 이들이 건강상태로 인해서 보이는 짜증이나 감정적인 변 화에 대해서 이해하고 끊임없이 인내하는 것이 필요했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직무내용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일이다(Sterinberg & Haignere, 1987:

168-169). 봉사정신은 이런 돌봄노동의 어려움을 참고 일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요건 이다.

4장 재가 요양보호사의 돌봄노동 경험과 특성

관리자의 입장에서도 요양보호사가 돌봄동기를 가지고 일을 할 때 어려움이 있더 라도 일을 계속 유지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구술했다. 타인을 돕기 위한 마음이 아니라 단지 돈을 버는 직업으로서 요양보호사를 선택한다면 열악 한 노동조건으로 쉽게 이직하기 때문이다. 특히 돌봄수혜자의 건강상태 등 요양보호 사들이 꺼리는 조건들이 있는데 이를 차별하지 않고 돌봄을 제공하게 만드는 요인은 봉사정신이다. 요양보호사에게 돌봄노동을 통해 봉사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내면적 보 상(intrinsic rewards)으로 작용했다.64)

이 요양이라는 게 뭐야? 어르신이 불편하니까 어딘가 불편하니까 우리가 도움을 주겠다고 가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쉽게만 생각하고 갔다가는 돈만 벌고 그냥 어르신 손잡고 놀러만 댕긴다. 이렇게만 생각하고 갔다가는 그거는 나는 요양사가 아 니라고 생각해. (김영숙, 재가요양보호사)

이 분들에 대한, 케어의 의미를 갖고 있는 분들이라야 일을 오래 하시고 또 측은 지심에 대한 마음이 있어야지, 밑바탕에. 그런 것들이 있지 않고서는 돈을 바라고 하 는 분들은 수명이 짧아요. 언제든지 그만두고 다른 일을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 서 나도 모르게 이 분들이 불쌍하고 도와주고 싶은 이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어렵고 힘든 일을 부탁해도 그래, ‘니가 못하니까 내가 도와주는 거야.’ 이런 마음이 들면서 하지. (유수정, 재가관리자)

그리고 봉사정신은 힘든 돌봄을 대충 하려고 하는 마음을 다잡는데도 필요한 요건 으로 작용했다. 요양보호사는 돌봄수혜자 외에 다른 직접적인 노동 감독을 받지 않았 다. 돌봄수혜자가 특별히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수혜자의 건강에 필요한 다양한 측면의 돌봄이 아니라 기본적인 일상생활지원만을 하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할 수도 64) 돌봄동기와 관련해서 보수주의 경제학에서는 돌봄노동자가 돈보다는 내면적 동기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임금이 낮아야 한다고 보았다.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들은 이런 주 장이 경험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내면적 동기가 저임금을 상쇄할 수 있는 것 이 남성에게는 왜 적용되지 않는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였다(England, 2005; Nelson, 1999; Folbre, 2007[2001]). 한편 돌봄동기는 돌봄노동자들이 스스로 낮은 임금을 합리화하 기 위해서 이용되기도 한다. 돌봄이 다른 일보다 더 보람이 있다고 판단할 객관적인 증거 는 없지만, 많은 실태조사에서 돌봄노동자는 돌봄노동의 내재적 보상을 강조하고 있다. 한 아이돌보미 연구에서는 돌봄노동자는 소득이 적기 때문에 돈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라 고 응답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 아이들이 자신의 자녀와 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돌봄 노동을 한다는 것이다(Tuominen, 2000: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