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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기관 간의 경쟁 체제

이 영역이 여성일자리로서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요양보호사의 탈젠더 화를 위한 조치가 시행되지 않았다. 정부가 유급 돌봄노동 직업을 적극적으로 여성의 일자리로 육성했고 남성 노동자를 돌봄 직업으로 유인할 만한 대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돌봄을 남녀 공동의 일로서 변화시키는 탈젠더화 전략은 배제된 것으 로 볼 수 있다.

가족의 돌봄이 사회의 돌봄으로 확대되었지만 가족내에서 여성의 일로 규정된 돌 봄이 공적 영역에서 여성노동자의 일자리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돌봄 부담을 덜어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된 여성을 대신하여 또 다른 여성이 노인의 돌봄을 맡는 방식 으로 조직되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면서 선택하는 일이 요 양보호사이기도 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특히 재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돌봄이 조직된 방식을 분석하 면 노인 돌봄의 탈상품화와 탈가족화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노 인 개인이 가족의 도움이나 상품화된 돌봄을 구입하지 않고 충분한 돌봄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장기요양서비스는 탈상품화되지도, 탈가족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탈젠더화 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가족내에서 돌봄을 남성도 공유할 수 있도 록 독려하거나 또는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에 남성 노동자가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조 치 없이 돌봄의 젠더화는 계속 지속되고 있다.

제3절 노인장기요양기관 확대와 요양보호사 수급

2장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직업으로서의 요양보호사 도입

보편적 서비스로 변화하면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인프라 확충이 급선무 과제 로 대두되게 되었다. 정부는 설치 주체나 장기인력기관 인력 기준 등을 완화시키고 장기요양기관의 확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였다. 기존에는 비영리기관만이 설치 주체 가 되었으나, 운영주체에 대한 자격제한이 철폐되어 개인이나 영리기관도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김병한, 2012: 161-162). 서비스 제공자 선별 메커니즘으로 노인장기 요양보험법에 의한 기준을 충족하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만 최소기준만을 충족시키면 되고, 제공자의 주체나 수량 통제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석재은, 2008a: 32).

이러한 정부의 설립 기준 완화와 기관 설치 독려로 인해 급격하게 장기요양기관이 설립되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장기요양기관은 16,543개소가 운영 중에 있으며 재 가 기관은 11,672개소(70.6%), 요양시설은 4,871개소(29.4%)로 나타났다. 재가 기관 은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생기면서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제도 시행 전 3,630개였던 재 가요양기관은 2014년 현재 11,672개소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재가 요양기 관의 수는 제도 시행 초기에 급격히 늘어났는데 제도 시행 후 1년반만에 이미 재가 기관 수가 11,931개로 늘어났다. 2008년 6월과 비교하여 1년 반 사이에 3배나 증가 한 것이다.

구 분 2008.6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재가 시설 재가 시설 재가 시설 재가 시설 재가 시설 재가 시설 재가 시설

3,630 1,271 11,931 2,629 11,228 3,751 10,857 4,061 10,730 4,326 11,056 4,648 11,672 4,871

<표 2-1> 장기요양기관 현황

(단위: 개)

자료: 보건복지부, 2009b /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 2013, 2014.

요양기관의 급격한 증가는 인프라 확충에만 신경을 쓴 정부의 무분별한 허가로 인 한 것이다. 재가 기관은 시설에 비해서 설치기준을 따르는 것이 어렵지 않아 단기간 에 기관 개소가 급증했다. 특히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심이 되 었다(이윤경, 2009: 26).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초기에는 방문요양기관의 설치 기준이 관리자와 요양보호사 3명 이상, 16.5m²(약 5평)의 사무실 공간 확보로서 아주 소규모로도 기관을 개소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관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후 방문 요양기관의 인력기준을 강화하여, 요양보호사 기준을 15명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그 중 20%를 상근인력으로 두도록 변경하였다.35) 인력기준 변경 이후 방문요양기관 의 신규설치가 감소했다. 2009년 이후 전체 재가 기관의 숫자도 큰 변화가 없어서 신규 설치가 크게 줄어든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재가 장기요양기관은 2,288개소가 있으며, 그 중 방문요양기관은 1,651개소이다. 2013년 1 월 1일 이후에 생긴 신설 방문요양기관은 653개소로 전체의 40%나 된다. 2015년 1 월 1일 이후에 설립된 기관도 289개소에 이른다.36) 재가 기관의 상당수가 안정적으 로 운영, 유지되기 보다는 폐업하고 새로운 기관들이 계속 설치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제는 돌봄서비스가 정부에서 공급기관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수요자들에게 선택 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이미 기관간의 경쟁을 기초로 하는데, 설치 규제 완화로 인해서 과당경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규제 완화는 단시간내 재가 기관의 급증은 물론 소규모 재가 기관의 과다 설립과 신생 기관의 높은 비율로 이어졌다. 그 리고 장기요양기관이 일종의 유망산업처럼 간주되면서 자본이 취약한 영세업체들이 난립하게 되었다.37)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 산출시 표준운영모형에서는 방문요양기 관의 이용자가 40명으로 설정되었으나 실제 평균이용자는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 관간의 경쟁이 심화되었다.38)

이 영세 기관들은 기관의 생존을 위해서 돌봄수혜자를 모집하는데 초점을 두었고 새로운 이용자를 발굴하기 위해서 기관 홍보에 집중하였다. 기존에 노인 돌봄 관련 서비스를 제공했던 비영리기관에서도 기관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다른 복 지서비스 사업단을 통해서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아야 하는 노인을 발굴하기도 하 고, 노인정을 다니거나 버스 광고를 하기도 했다.

돌봄수혜자가 얼마나 확보되느냐에 따라서 기관 운영이 달라지므로 불법적인 홍보 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가족이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노인장 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보호자 교육을 받게 되는데, 일부 기관에서는 보호자 교육이 이루어지는 날 공단 지사 앞에서 기관 전단지를 돌리면서 홍보를 했다.

35) 방문요양기관의 배치 기준 15명은 실제 일을 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수가 아니라 재가 기 관이 확보하고 있는 인원 기준이다.

36)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http://www.longtermcare.or.kr/) 2016년 1월 1일 기준.

37) 한겨레신문. “ ‘장기요양대상’ 65살이상 20명중 1명… 모두 32만명. 2013년 4월 22일자.

38) 데일리메디. “한국 방문요양기관 도덕적 해이 여전”. 2010년 7월 7일자.

2장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직업으로서의 요양보호사 도입

자료를 탁 꺼내주는데 보니까 센터 자료가 10개 정도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어떻 게 됐냐니까 (장기요양서비스) 설명회를 가면 그 센터장들이 와서 이걸 다 돌린대요.

실은 그 앞에서 돌리는 건 불법이거든요. 공단에서 교육이 끝나면 교육 앞에서 돌려 요. 그거 못하게 하는데. ‘나는 왜 우리 센터가 연락이 안 되나?’ 그랬는데 거기서 다 돌리는. 실은 고민이 돼요. ‘그걸 해야 되나?’ (정선미, 재가관리자)

재가 장기요양기관에서 돌봄수혜자 확보를 위해서 제대로 관리를 할 수 없는 대상 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재가 장기요양기관에서는 수혜자의 거주지가 어디든 상 관없이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지방에 있는 기관에서 돌봄수혜자와 계약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경우는 재가 기관장이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구한 돌봄 수혜자가 많았다. 돌봄수혜자의 가정이 기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돌봄수혜자의 관리나, 요양보호사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 고 있다.

정부는 민간기관으로 서비스 제공 주체를 확대하면서 기관들이 서비스 질에 따라 경쟁을 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인프라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재가 기관 설치를 용이하게 만들어 기관이 급속도로 증가하였고, 이들 기관들의 경쟁은 서비스 질이 아 니라 서비스 가격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즉, 돌봄수혜자들이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 을 할인하거나 면제해주는 것이다. 2013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본인부담금 면제 및 할인을 금지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는 등의 개정이 이루어졌고39), 2014년 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부담금 할인이나 면제는 여전히 일어나 고 있다. 타기관에서 본인부담금 비용을 할인해줄테니 기관을 옮기라는 제안을 하면 서 이용자를 뺏기도 했다.

39)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 35조(장기요양기관의 의무 등)

⑤ 장기요양기관은 제40조제1항 단서에 따라 면제받거나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감경 받는 금액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수급자가 부담하는 재가 및 시설 급여비용(이하 “본인일부 부담금”이라 한다)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⑥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금전, 물품, 노무, 향응,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방법으로 수급자를 장기요양기관에 소개, 알선 또는 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조장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행정처분기준은 1차 위반(업무정지 1개월), 2차(업무정지 3개월), 3차 (지정취소·폐쇄명령 1년) 이며, 벌칙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