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한국 가족이 늘어난 노인을 돌보고 부양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두 가지 측면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노인 부양의 제공 주체로서 가족의 가용성(availability)의 측면이고, 두 번째는 가족 가치, 규범 등의 변화와 관련되어 가 족의 부양의지(willingness)가 있는지 여부이다(Lewis & Meredith, 1990; 한경혜, 1998 재인용). 즉 가족들이 노인을 부양할 여력이 있는지와, 노인을 부양할 의도가 있는지 두 가지 측면에서 가족들이 실제로 증가한 고령인구를 감당할 수 있는지 검 토할 수 있다.28)
가족과 관련된 여러 변화를 통해서 가족들의 가용성 감소가 드러나고 있다. 먼저 가족 구성이 변화되면서 노인을 돌볼 가족이 감소했다. 가구형태는 3세대와 4세대 이상 가구가 감소하고, 2세대와 1세대 가구가 증가하면서 핵가족화와 단독가구화가 가속화되었다(통계청, 2015). 즉, 노인 부부만 살거나, 아니면 노인 혼자 사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실태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노 인실태조사가 시작된 1994년 노인독신 거주는 13.6%에서 2014년 23%로 증가했고, 노인 부부만 동거하는 경우는 26.8%에서 44.5%로 증가했다. 2014년 현재 노인 혼자 살거나, 노인 부부만 사는 경우는 전체의 67.5%를 차지했다(정경희 외, 2012, 2014).
게다가 소자녀화로 인해 가족원수가 감소하여 노인과 같이 동거하면서 돌봄을 담당 할 가족구성원이 줄어들었다(한경혜, 1998: 49).
그리고 돌봄 역할을 담당해온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고 있다. 1963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7%였으나 2014년에는 51.1%로 증가했다. 특히 노인 돌봄 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은 40, 50대의 중년 여성 경제활동참여율은 2014년 현재 각각 66.5%와 62.1%로 과반수 이상이 경제활동에 참여한다.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것은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의 돌봄을 28) 지금까지 가족내에서 노인 부양은 경제적 문제와 노인 돌봄 부담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포괄하여 다루어졌다. 가족들이 노인 돌봄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문제가 중요한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노인에 대한 가족의 인식은 경제적 부양과 돌봄 두 측면에서 살펴 보았다.
위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둘째, 이러한 사회 현실이 사람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주어서 가족의 노인 돌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가족의 돌봄에 대한 의지가 한국 사회에서 점차 약화되 는 것이다(한경애, 1998: 50). 가족들은 노인 돌봄에서 경제적, 신체적 부담만이 아니 라 정서적, 사회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29) 자녀들의 노부모 부양의식도 점점 쇠퇴 하고 있다(박경숙, 2002; 김준환, 2008). 특히 부모-자녀 사이의 부양관계가 개개인의 자율적 적응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 전반의 도덕적 분위기 내지는 압력에 의해서 유 지되어온 측면이 있었고, 이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시)부모에 대 한 타율적인 ‘부양의무’에 불만을 표시하고 이는 가족 간의 고부 갈등으로 드러난다 (장경섭, 2009: 232). 그리고 가족들의 부양부담이 증가할수록 사회적 돌봄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박경숙, 2002: 257).
가족들의 부양에 관한 생각의 변화는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모의 노후 생계에 대해서 가족의 전적인 책임으로 보는 비율은 1998년 조사에서는 89.9%, 2002년 70.7%, 2006년 63.4%로 과반수 이상이었으나, 2010년 36%, 2014년 31.7%로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반대로 가족과 정부·사회의 공동 책임으로 보는 비 율은 점차 증가하였는데, 2002년 18.2%, 2006년 26.4%에서, 2010년에는 47.4%, 2014 년 47.3%로 절반 정도로 높아졌다.30)
노인에 대한 부양 전체가 아니라 돌봄에 초점을 맞춰서 인식의 변화를 조사한 연 구들도 최근에 이루어졌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과 관련되어서 전국민을 대상 으로 실시된 몇차례 여론조사가 이에 해당된다. 이 조사결과에서는 응답자의 대부분 이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았다. 특히 2008년 1월 여론 조사에서는
29) 가족부양부담에서 경제적 부담은 노인 수발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부담이나 입원시 비용걱 정 등의 문항을 포함하며, 신체적 부담은 눈의 피로감이나 머리가 무거운 등의 건강 상태 를 의미한다. 정서적 부담은 소진된 기분이나 노인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것, 보살핌에 서의 한계적 인식 등이며, 사회적 부담은 가족을 돌볼 여유나 자신의 자유 시간, 일을 할 여유가 없는 등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부양부담은 부양자의 건강상태가 나쁠수 록, 대상 노인 이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족원이 존재할 때, 가족구성원의 협조가 약할 때, 그리고 경제수준이 낮을 때 상대적으로 더 심화된다(박경숙, 2002: 250, 255).
30) 이 항목에 대한 1998년 사회조사의 응답 항목은 2002년에 변화되었다. 1998년 조사에서는 노후 생계를 돌보아야 한다는 질문의 보기가 사회(국가)로 국가만 따로 응답하도록 되어있 었다. 2002년부터 가족과 정부·사회라는 보기로 바뀌면서 1998년 응답률은 인용하지 않 았다.
2장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직업으로서의 요양보호사 도입
응답자의 83.6%가 장기요양보호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이 문제의 해결이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81.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보건 복지부, 2008c). 노인 돌봄에 있어서 가족은 중요한 역할을 갖지만 가족 돌봄을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간주할 수 없게 되었고(정경희 외, 2001: 74), 정부와 사회가 함 께 돌봄을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돌봄을 해야 할 가족 구성원만이 아니라 노인 집단에서도 나타났다. 노인들 스스로 자녀에게 의존하는 것을 꺼리고, 자녀보다는 국가에 의존하 려고 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가족 중심의 돌봄체계는 자녀만이 아니라 노인에게도 상 당히 부담이 되는 것이다(공선희, 2013: 308). 노인들은 독립적인 삶의 유지나, 가족 과의 관계에서 개인적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유급 돌봄노동자에 의한 돌봄을 더 선호하기도 했다. 가족보다는 유급 돌봄노동자에게 돌봄을 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통 제한다는 인식을 느끼는 것이다(Folbre & Nelson, 2000: 135). 그리고 여성 노인들은 목욕이나 배변과 같은 친밀한 신체적 영역에 대해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익숙 치 않아서 유급 돌봄을 받는 것을 원했다. 이들은 가족들이 자신에게 신체적 돌봄을 제공하기 보다는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선호했다(Qureshi, 1990; Himmelweit, 1999 재인용).
한편, 노인들이 필요한 돌봄을 가족들이 실제 감당할 수 있는지도 고려되어야 한 다. 인구의 고령화로 후기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만성질환이나31) 장애를 가진 노인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Stone, 2004: 522). 노인 돌봄은 전통적 으로 여성들이 가정에서 공식 훈련이나 자격 없이 수행해온 것만으로는(Nishikawa &
Tanaka, 2007: 211)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노인들의 의료적 필요에도 부응할 수 있는 돌봄 인력이 요구된다.
돌봄 욕구의 수준도 일상생활동작(ADL)에서 생활의 질(QOL)로 변화하고 있다. 일
31) 고령화 진전에 따라 치매, 중풍 등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노인의 14.8%가 이런 경우인데, 2007년에는 72만명 정도가 요양보호가 필요하지만, 2010년에는 79만명, 2020년에는 114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었다(보건복지부, 2008b). 또한 한 국고용정보원 고령화연구패널(2010)에 의하면 65세~69세 사이의 연령대 노인은 69.3%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고 70~74세는 72.9%, 75~79세는 78.2%로 연령이 높아지 면서 만성질환을 가진 비율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65~69세 노인들은 질병 을 2개 이상 가지고 있다는 비율이 36%인데 비해, 70~74세는 39.3%, 75~79세는 46.1%로 높아져 고령화될수록 건강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보여준다.
상생활동작은 ‘개인이 독립해 생활해 가는데 일어나는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것으로 매일 반복되는 일련의 신체적 동작군’을 말한다. 기존 돌봄의 중심 목표는 이러한 일 상생활동작의 능력과 능력범위의 유지·개선에 있었으나 오늘날의 돌봄은 이를 포함 한 생활의 질과 쾌적함을 지향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돌봄은 돌봄을 필 요로 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면서 자립생활의 원조를 포함한 개별적이고 더 나 아가 자기 실현을 목표로 해야 한다(이해영, 2000: 19). 따라서 이러한 돌봄의 욕구 에 가족들의 돌봄이 어느 정도 부합할 수 있는지도 고려되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