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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 요양보호사의 지식과 기술 문제

1) 재가 요양보호사의 숙련 양성과 인정

돌봄은 여성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거나 여성으로 사회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여러 연구에서 돌봄노동은 교육을 통 한 지식 습득, 다양한 경험과 훈련을 통해서 숙련을 쌓아야하는 노동으로 밝히고 있 다(Standing, 2001; Gordon, 1996). 돌봄은 교육, 지식, 성찰, 타인과의 관계맺음은 물론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는 감정적이고 인지적인 과정인 만큼 (Gordon, 1996: 262), 요양보호사가 숙련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영역에 대한 교육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요양보호사의 숙련 정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드러났다. 먼저 노인을 오랫동안 돌본 요양보호사는 노인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노인의 신체적 상태에 대한 관찰은 물론, 심리적인 이해도 더 나았다. 처음 보는 대상자와도 쉽게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 속도가 경력이 적은 요양보호사보다 빨랐다.

오래 하는 사람은 가면 뭔가 이제 금방 이제 어르신들하고도 금방 다가갈 수 있 고 뭔가 조금 틀리죠. 능숙해졌다고 그러나? 초보자 보다는. 그런 면에서 틀리지. 그 리고 아무래도 어르신 다루는 게 조금 더 낫고 말하자면. 팔짱을 껴도. 팔짱을 끼고 어디를 걸어가고 운동을 시키고 걸음걸이를 맞춰서 걷고 이렇게 하는 것도 뭔가를 그 사람에 대해서 뭔가를 알아야 그것도 맞춰주는 거잖아. 그런 점에서 뭔가 조금 빨리 터득이 된다는 거지. (김영숙, 재가요양보호사)

노인을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데 있어서도 숙련이 필요했다. 돌봄노동은 수혜자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요구한다. 돌봄욕구는 드러난 부분뿐만 아니라 살아 오면서 채워지지 않는 잠재된 욕구들에 대한 이해가 수반될 때 보다 좋은 돌봄을 제 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박기남, 2009: 92). 이러한 성찰에 기반한 정서 지원을 통해 서 요양보호사는 돌봄수혜자가 가족과는 나눌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혜자의 삶에 대한 충분한 성찰을 바탕으로 노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이다.

나중에 많이 아프고 오래 아프고 외로워지면 가족한테 못하는 말씀들이 계세요,

내 개인 꺼. 그런 거는 요양보호사한테 하죠. 그럼 요양보호사한테 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하죠. 그러니까 가족한테 털어놓는 마음의 말이 있고, 요양보호사한테 털어놓는 마음의 말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중략) 이게 머리로 듣는 것 하고 마음으로 듣는 것 하고 다르잖아요. (서명옥, 재가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 숙련이 되면서 인간관계기술도 향상되었다. 이 를 바탕으로 돌봄수혜자와 맺는 관계의 질이 달라졌다. 돌봄노동이 매일의 일정에 짜 여진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혜자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제공되 기 때문에 수혜자의 욕구에 어떻게 반응하고, 노동자가 자신의 의사를 어떻게 표현할 지와 같은 세세한 인간관계기술이 필요하다. 요양보호사는 돌보는 과정에서 노인들이 갑자기 화를 낼 때 어떻게 대처하고, 감정적 변화를 어떻게 견뎌내는지에 대한 노하 우도 습득하기 때문에 경력 있는 요양보호사의 대처법은 차이가 있었다.

그런 게 자꾸 늘어나는 것 같아요, 사람 대하는 것. 그것도 큰 기술 같아요, 저는.

그리고 어르신들이 막 화나고 그랬을 때 대처하는 그런 것. 그런 게 일은 저는 처음 할 때나 지금 할 때나 일은 똑같은 것 같애요. 사람 대하는 게 그런 게 좀 달라지 죠. 좀 나아졌다고 생각하죠. (이수연, 재가요양보호사)

노인과 업무에 대해서 논의할 때도 숙련노동자가 좀 더 노련하게 대처했다. 일의 범위와 경계에 대해서 수혜자와 협의를 할 때, 요양보호사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적절하게 거절함으로써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수혜자와의 갈등을 미리 줄였다. 돌봄수 혜자가 오늘 해달라고 한 일에 대해서 다 못 마쳤을 때, 초보 요양보호사는 자신의 개인 시간을 할애해서 일을 마쳤다. 수혜자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지만 노동자는 불만이 쌓였다. 숙련노동자는 지금 그 일을 대충 하는 것보다는 다음날 제대로 하는 게 낫다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일을 제 시간에 끝냈다. 이런 협상 방식은 수혜자의 불 만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노동자가 경험하는 감정노동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다.

이 범위, 이 일을 다 못했을 때, 만약에 내가 경험이 없으면 해달라는 대로 시간 늦게까지 끝나고 시간이 몇 시까지 일을 해주고 나왔다는 선생님들이 많이 있어요.

모임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근데 저 같은 경우는 이거 오늘 대충 하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내일 제대로 해드리겠다는 제 의사표현을 해서 내일로 미루고 온다든가 그

4장 재가 요양보호사의 돌봄노동 경험과 특성

런 능력이요. (이현미, 재가요양보호사)

인간을 상대하는 대면접촉 서비스 노동에서는 오랜 경험을 통해서 획득되는 직감 이나 요령이 중요시된다. 이런 ‘느낌’은 정확한 통계나 수치로 환산되지는 않지만, 고 객과 대면하는 노동과정에서 핵심적인 기술이다(박홍주, 2000: 56). 돌봄서비스에서 도 마찬가지로 이런 요령이나 감이 중요했다. 대체로 고객과 일회성 대면을 하는 판 매서비스와 달리 돌봄수혜자와 장기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요양보호사가 수 혜자의 욕구를 잘 읽어내고 그들의 욕구에 맞춰서 자신의 업무 기준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것은 노동자의 요령이나 감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특히 연구참여자들은 ‘눈 치’를 요양보호사가 가져야 하는 중요한 특성으로서 설명하였다. 요양보호사는 돌봄 서비스 수혜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차려서 그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일을 안 하고 다른 일만 했을 경우 그 일‘만’ 안 한 사람이 아니라 ‘일을 하나도 하지 않은 사 람’이 되어버렸다. 눈치 있는 요양보호사는 수혜자가 원하는 일을 정확히 해주는 사 람인 것이다.

사람이 오래 일을 하다보면 눈치도 있어야 되고 이 사람이 뭘 원하는지 빨리 알아 야 돼. 빨리 알아야 돼. 그래야 트러블이 덜 생기지. 나는 이거를 여기도 한 번 닦아 줬으면 좋겠는데 여기를 안 닦고 간단 말이야. 그럼 이 사람은, 이제 그 어머님은 생 각하고 있단 말이야. 안 닦고 간다 이거야. 다 닦았는데도 여기 안 닦는 걸 보고 안 하고 간다 이거야. 그렇게 생각을 한다고, 어르신들이. ‘여기만 안 닦아주고 갔어. 이 게 아니고 먼지도 안 닦고 갔어.’ 이렇게 말을 한다고. 그래서 보면 이 어르신은 이거 를 원하는구나 이걸 빨리 알아야 돼. 마음을 빨리 읽어야 된다고, 서로. (김영숙, 재 가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는 건강상태나 성격이 다른 돌봄수혜자를 돌보면서 여러 문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요양보호사들은 스스로 방법을 모색하고 깨우 쳤다. 요양보호사들 각자가 상황적 지식을 쌓게 되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교 육이나 보수 교육 등 공식적인 교육과정을 통해서 배울 수 없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예를 들어 노인이나 노인성 질환을 가진 돌봄수혜자들은 기본적인 신체 기 능을 하는 법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그런 현상을 보이는 노인들을 돌보면서 이에 대 한 대처방법을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 등의 의료전문가는 물론 경력이 많은 동료들과 일을 하는 시설 요 양보호사와 달리 재가 요양보호사는 홀로 수혜자의 가정을 방문한다. 요양시설은 재 가기관에서보다 대체적으로 등급이 더 높은 노인들을 돌보고 있어서 수혜자들에게 건강상의 위험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 크다. 그러나 재가에서 돌보는 노인들에게도 위 험한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심지어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아서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등급외인 대상자가 요양보호사와 함께 있다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정신을 잃는 응급상황이 겪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니시카와와 타나카(Nishikawa &

Tanaka, 2007)는 재가 요양보호사는 시설 요양보호사보다 더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 된다고 주장했다(Nishikawa & Tanaka, 2007: 214). 돌봄수혜자를 매일매일 돌보면서 그 변화를 잘 관찰하고 적절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요양보호사가 위험상황을 잘 파 악할 수 있기 때문에 요양보호사가 숙련을 쌓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요양보호사에게) 문을 열어주시다가 기우뚱 하신 거예요, 어르신이. 그래서 선생님 이 이상하다. 그러고서 요양사님이 (관리자에게) 전화해서 봤더니 침도 좀 흘리는 것 같고 제가 보기에도 상태가 일반적이지 않더라고요. 응급차 불러 가지고... 저희한테 전화하고 선생님 우선 119에 전화를 하세요. 119에서 왔을 때도 악력이라거나 이런 걸 쥐는걸 봐서는 이상하지 않다라고 판단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깐, 집안에서 응급으로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걸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이정아, 재가관리자)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나 돌봄수혜자와의 관계에서 노동자의 숙련이 인정되 지 않고 있다. 제도적으로, 요양보호사는 숙련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 간에 금 전적 대우의 차이가 없었다. 요양보호사의 임금은 각 기관이 책정해놓은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인간관계기술과 관련된 숙련은 요양보호사 개인의 성격으로 간주되었다. 가 족이 아닌 제 3자인 요양보호사가 노인에게 쉽게 다가서고, 그들의 욕구를 파악해서 적절히 돌보는 것은 그들의 능력이나 기술로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요양보호 사들이 노인을 돌보면서 감정관리를 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가능한 객관적 으로 돌보는 것은 요양보호사의 숙련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이는 돌봄을 여성의 정체 성이나 적성으로 생각해온 것과 연관된다. 돌봄수혜자와 가족들은 요양보호사를 노인 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했고 그들이 숙련노동자이기 때문에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