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요양서비스는 요양보호사가 1대1로 장기요양서비스 수혜자를 돌보는 것이다.
재가 요양보호사의 고용안정성은 수혜자에게 장기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 이 마련되고, 서비스가 중단이 될 경우 예측이 가능하여 바로 다른 수혜자가 할당되 는 경우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재가 요양보호사는 고용안정성을 갖기 힘든 상황이다.
그 원인은 먼저 재가 기관의 과잉 공급에 기인했다. 요양수요에 비해서 재가 기관 도 과다하게 공급되었고, 요양보호사도 마찬가지였다. 요양보호사가 서비스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수혜자가 서비스를 중단했을 때 다른 수혜자와 연결 되기 전까지 중간에 공백 기간이 존재했다. 그리고 장기요양보호서비스를 받고 있다 는 것은 수혜자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양등급을 받은 노인들은
여러 가지 만성질환들을 가지고 있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거 나 요양시설로 입소하는 경우, 심지어 갑자기 사망하는 상황까지 생기기 때문에 언제 일이 끊길지 알 수 없었다.
대상자가 병원에 입원하고 그러면 일이 딱 끊기잖아요. 그러면 어느 순간 백수에 요. 대상자가 입원하면 일이 없으니까 갑자기 어느 순간에 월급 한 푼도 못 타는 것.
그런 건 조금 저기해서 그렇지. (박정화, 재가요양보호사)
노인의 건강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돌봄수혜자와 그 가족의 의사에 따라서 요양보 호사가 제공하는 돌봄기간이나 시간이 쉽게 변화되기도 했다. 노동자의 고용안정이 돌봄수혜자의 유연한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 희생되는 것이다(Twigg, 1999: 105). 기 존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했던 노인돌봄서비스는 정부가 지정한 장기요양기관에서 돌봄을 제공하여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수혜자에게 기관 선택권 을 부여한다. 수혜자가 자유롭게 장기요양기관을 선택할 수 있고, 요양보호사가 마음 에 들지 않으면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는 돌봄을 받는 노인은 물론 그 가족들의 의사에 따라서 언제든지 교체되었다. 오랫동안 지속된 관계에서도 돌봄수혜 자의 마음에 따라 쉽게 서비스가 해지되기도 했다. 박혜자는 미리 자신이 쉬는 날짜 를 알렸는데 수혜자가 갑자기 자기 일정에 맞춰서 휴무를 바꿔달라는 요구를 했고, 이를 거절하자 서비스 해지를 통보받았다.
내일 휴무날인데 오늘 갑자기 “아줌마 언제 쉰다고 그랬어요?” 달력에다가 당신 병원에 눈이 안 좋아서 검사하러 가는 날짜를 받아놔서 나보고 그 날은 일을 들어와 야 된대. 안 된다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내일인데 갑자기 변동 시킬 수가 없다. 나도 시댁에 볼일이 있어서 시집식구들이랑 약속이 되었는데 그랬더니, 내가 근무 마치고 차타고 오는 중에 시설로 전화를 해갖고 요양사 아줌마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연락이 온 거야, 자기 말 안 들어준다고. (박혜자, 재가요양보호사)
돌봄수혜자가 이사 등을 이유로 현재 이용하는 기관에서 서비스를 더 받을 의사가 없는데도 기관에 미리 알리지 않기도 했다. 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돌봄이 용자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게 중요한데, 수혜자나 그 가족들이 서비스 해지 계획 을 미리 밝히지 않음으로써 기관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돌봄수혜자의 가족
3장 재가 요양보호사의 직업 선택과 노동조건
은 미리 이야기를 했을 때 돌봄이 소홀해질 것을 염려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인 데 관리자는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로 인해서 예상하지 못한 수입 감소를 겪어야 했다.
오늘, 한 분이 종료하셨어요. 아드님 댁에 와계셨다가 원래 살고 계셨던 따님 댁으 로 가시는 거예요. 저희 선생님은 오늘까지 일하시고 내일부터는 일자리가 없어요. 그 래서 제가 분명히 말씀을 드렸거든요. 따님 댁에 가시게 될 때 정말 당일날이 아니고 그 전날이 아닌 며칠 전이라도 이야기를 해달라. 물론 대책은 못 세우지만 그래도 뭔 가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건수가 생기면 이 선생님을 넣을 수 있잖아요. 그랬는데 오 늘 아침에 전화 왔어요. 그것도 아까 12시 다 돼서. (중략) 그러니까 보호자님들도 그런 부분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세요. 심지어 타 기관으로 갈 것 이미 다 정해놓고도 미리 말씀 안 하세요. (박혜옥, 재가관리자)
김성훈은 다른 수혜자를 돌보고 있는 상태에서 이전 수혜자가 자신을 찾아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수혜자의 가족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1달 뒤부터는 자신이 부모를 돌볼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리 말하지 않았다. 요양보호사가 안정 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수혜자를 그만두고 돌아갔는데 1달 만에 그만두게 된 것이 다. 돌봄수혜자가 요양보호사의 상황을 고려하여 미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일이 끊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내가 다른 데 있었어요. 그러다가 또다시 나를 불렀어. 보호자는 자기 생각만 한 거야. 자기가 가족요양을 맡았어. 월말이 됐는데 하루 남겨놓고선가? 내가 뭐 이런 식으로. 섭섭하게 이야기하니까. 미리 이야기를 하면은 나도 대비가 있을 것 아냐. 거 기서 오는, 실망해가지고 내가 열심히 해줬는데 그런 문제. 충격. (중략) 미리 얘기를 해도 되는 것 아냐? 가족이 한다는데 더 이상 내가 뭘. 하루 이틀 남겨놓고 그런 데 대한. 나한테 그 분은 미안해서 그랬다고 그러시는데 그거 내 생각도 해야지. 별안간 그런 식으로 하면. 나는 사무실에 뭐라고 이야기를 해? 나는 내일 어떡하냐고? (김 성훈, 재가요양보호사)
노동자는 이러한 상시적인 고용불안정으로 인해 안정적인 임금을 확보할 수 없었 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가 가장 급여를 많이 받은 달과, 적게 받은 달을 비교하면 24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안정적인 근무시간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급
여의 편차가 심각한 것이다(서울연구원·보건복지자원연구원, 2013: 62). 그리고 불 안정한 고용은 당장의 임금이 줄어드는 것 그 이상을 의미했다. 퇴직금은 한 기관에 서 1년 이상 근무를 해야 받을 수 있는데, 재가 요양보호사는 고용불안정으로 인해서 장기간 근무하는 것이 어려웠다. 돌보던 대상자가 입원을 하고 다른 대상자로 바로 연결이 되지 않으면 1년을 연속으로 일하는 것이 어려워 퇴직금도 받을 수가 없었다.
재가 서비스의 고용불안정 문제는 요양보호사의 이직 사유였다. 노동자들은 안정 적으로 일을 하고 싶어서 식당 등의 요식업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하고, 요양시설로 옮겨가기도 했다. 시설은 자신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 한 대체적으로 정년까지 일을 할 수 있었다. 방문요양보호사는 수혜자가 한 명 줄어들면 임금이 반으로 줄어들지 만, 시설은 임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재가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게 되는 사람들은 이 일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선택한 경우가 많고, 다른 기술이 없는 고령의 여성에게 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두기는 쉽지 않았다. 60대라는 나이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는 없는 시기여서 일이 힘들다고 쉽 게 그만두겠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재가 요양보호사는 한 대상자를 지속하기 어려 운 불안정은 있지만, 다시 쉽게 일을 구할 수 있어서 고용가능성은 높다. 노동자들은 서비스가 해지되면 대부분 몇 주에서 몇 달을 쉬었다가 다시 대상자를 할당받으면 일을 하는 방식으로 커리어를 이어갔다. 특히나 고령의 경우 다른 서비스 직종에서 일할 때 받을 수 있는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어서 요양보호사의 시급이 더 나은 편 이다.
제가 52년생이에요. 그럼 어디 정년으로 따졌을 때 60이면 정년이잖아요. 배운 건 이거 밖에 없어요, 몸에 익은 거는. 내가 희망해서라기보다도 자의반 타의반 몸에 젖 은 일이에요. 이제 이 나이에 뭘 배워서 어디 가서 뭘 할거냐고? 식당에서도 주방에 서도 60 넘은 사람은, 50 넘으면 뽑지도 않애. 아무리 내가 수명이 120 아니고 150 이라고 됐다 하더라도 지금서부터 뭐 하고 놀거냐고? 내 몸에 무리가 오지 않는 한 몸에 젖은 일, 이미 아는 일,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일 건강이 허락한다면 하는 거 죠. 그런 생각이에요, 제가. (김윤숙, 재가요양보호사)
이직을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노동자는 연령이 낮아서 다른 일로 전직을 할 가능성 이 높은 사람이다. 이직의도에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기존 연구에서도 연령이 낮을수
3장 재가 요양보호사의 직업 선택과 노동조건
록 이직의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김현진·김혜경, 2011; 엄기욱·박인아, 2015).
학력도 연령과 마찬가지로 이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는데, 학력이 높으 면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김현진·김혜경, 2011: 209). 이들이 요양보호사를 그만두고 선택하는 일도 기존에 하던 보험 영업으 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마트 캐셔 같은 서비스직이었는데, 요양 보호사와 비교해서 노동조건이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가끔이요, 힘들 때 있잖아요. 그럴 때 다른 일을 할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해볼 까? 근데 내가 이 나이에 그런 것. 그래도 내가 노후에 국민연금. 그거 생각하면 내 가 여기서 10년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하는 거죠. 내가 지금은 오십대 초반이라 그래도 저기인데 내가 점점점 나이가 들어가면 내가 입지가 없잖아요. (다 른 일 생각해보신 게 있으세요?) 마트? 제가 갈 데가. 그렇잖아요. (이수연, 재가요양 보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