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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수혜자의 가족 관계와 재가 요양보호사의 책임 확장

1) 돌봄수혜자의 가족 관계에 따른 업무 확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가족이 홀로 감당해야 했던 노인 돌봄을 사회가 공동으로 사회연대원리에 의해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가족이 전혀 없는 독거 노인은 국가나 지역사회가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지게 되지만 가족이 있는 경우 공동으로 돌 봄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단지 가족의 유무만이 아니라 가족의 상황이나 가족간의 관계가 노인이 받을 수 있는 돌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노인이 가족의 돌봄을 기대하 는데 있어서도 노인과 자녀의 경제적 안정 뿐 아니라 노인과 자녀의 유대관계가 중 요한 요인이다. 노인의 자녀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은 그들이 받을 수 있는 가족 돌봄 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공선희, 2013: 308). 노인과 가족의 여러 조건에 따라서 요양 보호사의 일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가족의 가용성과 돌봄 의지, 돌봄수혜자 와 가족이 맺는 관계의 질에 따라 요양보호사가 맡는 돌봄 내용이나 역할이 상이하 게 나타났다.

연구참여자의 사례를 살펴보면 가족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부모나 배우자의 욕구 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면 요양보호사의 일은 가족이 하지 못하 는 일부의 일을 담당하는 정도로 제한되었다. 즉 요양보호사는 가족의 돌봄을 보완하 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정희는 아버지가 장기요양등급을 받았다. 부모 님은 여동생과 같이 거주하고 있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그가 여동생 집으로 방문하 여 부모님을 챙겼다. 어머니는 혼자 가사활동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살림에 다른 사 람이 관여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와 여동생은 간호사 출신이기 때문에 의학적 지식도 풍부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이 낮에 직장에 나가 있는 동안 아버지를 병원 을 데리고 갈 사람이었고 요양보호사는 병문 동행 업무에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었 다.

이도훈의 사례도 유사했다. 그의 부모는 부부만 같이 사는 경우였지만 가족들이 수시로 방문해서 돌봄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요양보호사가 오는 4시간을 제외하고,

4장 재가 요양보호사의 돌봄노동 경험과 특성

아내를 돌보고 있으며 간단한 가사는 자신이 직접 했다. 노인 부부 중 한 명만 장기 요양등급을 받은 경우는 요양보호사가 노인 부부 모두에게 돌봄서비스를 수행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자신에 관련된 가사노동을 스스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요양보호사가 그를 돌볼 필요가 없었다. 요리를 하는 것도 다른 가족이 했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는 그의 어머니를 돌보는데 집중했다. 특히 초점이 된 부분은 대상자를 4시간 동안 방치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 두 사례는 가족들이 노인 돌봄을 할 여력이 있고, 돌봄 의지가 높은 경우로 볼 수 있다.

저희는 뭐 특별히 막 일할 게 많은 게 아니라 두 분이 사시고 그래가지고 특별히 뭐 저기 할 건 없었고. 어머니가 좀 안심하고 같이 좀 편안한 분위기에서 같이 지내 실 수 있는 분이면 좋다. (중략) 4시간 동안은 어머니 옆에서 계속 말 걸고 이렇게 하시니깐. 만약에 안 그러면 사실 아버지하고 어머님 두 분이서 서로 그렇게 막 대화 를 하거나 이런 게 아니니깐, 어머니도 되게 좀 멍하게 계시는 때가 많고 요양보호사 가 왔을 때는 어쨌든 4시간동안 어머니와 수다를 떨거나 그렇게 하니깐, 그런 부분 이 가장 좋았던 것 같고요. (이도훈, 돌봄수혜자 가족)

그러나 가족들이 요양보호사에게 자신의 부담을 완전히 전가시키는 경우도 많았 다. 요양보호사가 가족 돌봄을 대체하는 사례로서, 가족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 이다. 가족들은 요양보호사가 노인을 돌보고 있으니까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 했다. 요양보호사에게 모두 맡겨놓고 가끔 부모의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자녀로서의 의무를 다 했다고 보는 것이다. 노동자는 이런 상황에서 수혜자 집의 전구를 가는 사 소한 일부터, 대청소 같은 큰 일까지 모두 수행했다. 요양보호사는 몇 시간동안 가족 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고 노인에게 집중하여 돌봄을 제공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노인 가정의 전체 살림이라는 책임을 떠맡았다.

보호자들이 예를 들어서 그러니까 같이 살지 않아도 보호자들이 1주일에 한번, 기 초생활수급자들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와서 충분히 이야기도 하고 놀러도 오잖 아요. 그거는 하는데 그들이 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거를 전적으 로 나는 하나도 안 해도 되는 사람. 와가지고 나는 안부만 묻고 얘기만 하고 맛있는 것 사드리고 요것까지만 하고, 이런 가사일이며 이런 거는 나는 터치를 안 한다고 생 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대청소, 하다못해 전구 가는 이런 것도 와서 본 인들이 하면 될 텐데, 이런 거는 당연히 요양사가 해야 된다 이런 인식이 너무 많아

요, 아직까지도. 조금, 자꾸 변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본인들이 보호자의 몫은 보호자 의 몫으로 남겨두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애요. 이 집이 4시간짜리를 하는데 사실은 전체를 요구하잖아요. (유수정, 재가관리자)

돌봄수혜자들도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요양보호사에게 모든 것을 부탁했다. 노인들은 병원 입원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족이 아니라 요양보호사 가 같이 가주기를 바랐다. 가족들이 제대로 돌봄 역할을 하지 않을 때 노인은 가족 내에서 부담이 되는 존재였고, 스스로 가족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요양보호사에게 감당할 수 없는 일까지 시켰다.

수혜자의 과도한 요구는 요양보호사에게 가족을 대신한 정서적인 교류를 시키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박혜자가 돌보는 수혜자는 노인과 그들의 자녀 모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그렇지만 가족이 맡아야 할 돌봄을 하지 않고 있어서 수혜자가 어버이 날이나 생일을 요양보호사에게 챙겨달라고 하는 등 자녀들의 의무나 도리까지 기대 했다. 이로 인해 노인을 돌보는 데 있어서 가족들과 요양보호사가 대립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가족이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요양보호사는 직접적으로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가족들을 비난했다.

두 분이 너무 대화를 잘하고 밖에 출입을 하시는 분들이라 여기서 듣는 얘기 저기 서 듣는 얘기 모아다가 어느 요양사는 뭐 맛있는 것도 사온대더라. 뭐 어쩐대더라.

내가 만약에 경우 어버이날이다 하면은 그냥 갈수 없잖아요. 꽃도 사다 달아주고 조 화 어쨌든 속팬티래도 양말이래도 사다드리고 명절 돌아오면은, 이거 거꾸로 됐어요.

당신들은 십 원짜리 하나 없어요, 우리한테. 근데 우리는 그걸 꼬박꼬박 해야 돼요.

(중략) 가족들은 솔직한 얘기로 때 되어서 밥 차려주고 끝이었다는 거야. 대화도 별 로 없대요. 지금 오후 어르신도 그 얘기해요. 엊그저께도 며느리가 왔다 갔는데 음료 수 하나 안 사들고 왔대. 그 얘기를 오늘 하시더라고. 요양사는 그래도 꽃도 사다 달아주고 두릅 먹고 싶어했다고 그 비싼 거 두릅도 사다 주고. 떡도 사다 주고 했는 데. 며느리는 빈손으로 왔다는 거예요. (박혜자, 재가요양보호사)

강춘복은 2남 1녀의 자녀가 있지만, 자식들은 자주 방문하거나 전화하지 않았다.

그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아내가 있고 자신은 지체장애인이어서 요양보호사가 와서 주 5일 4시간은 아내를, 주 2회 3시간은 자신에 대한 노인돌봄서비스를 제공했다. 요

4장 재가 요양보호사의 돌봄노동 경험과 특성

양보호사가 주 2일은 하루에 7시간을, 나머지 3일은 4시간씩 돌봄노동을 한 것이다.

그는 요양보호사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친밀한 관계를 쌓았다. 아내가 최근 사망하여 요양보호사는 주 2회 노인돌봄서비스를 제공할 때만 방문하게 되었는데 요 양보호사에게 자주 전화를 했다. 자식들이 배우자를 잃은 슬픔으로 힘든 아버지를 정 서적으로 위로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일상을 자녀가 아니라 요양보호사와 함께 나누고 있었다.

아들하고 나이도 동갑인가 되고 그러니까. 50살이 넘었는데. 그러니까 자식 같고, 딸 같고 그러니까. 하는 것도 내 자식처럼 나도 섬기고. 오늘 왔다 내일 가면 그만이 지 그런 생각은 안 했어요, 나도. 안 오면 꼭 내가 먼저 전화해요. 오늘 뭐했느냐고?

오늘 어디 갔다 왔느냐고? 뭐 좋은 데 가서 구경했냐고 내가 먼저 전화한다니까요, 심심해서. (강춘복, 돌봄수혜자 가족)

수혜자와 그 가족들간의 관계가 나쁘고 다툼이 많은 경우, 수혜자에 대한 학대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요양보호사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보호자가 자신의 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임을 하는 경우 요양보호사는 그 사 이에서 돌봄을 제대로 제공하기 힘들었다. 이수연이 과거에 돌본 노인 중 한 명은 아 들이 홀로 어머니를 돌보는 경우였다. 어머니가 배변을 하면 자신이 기저귀 교체를 해야 하니까 요양보호사에게 밥을 많이 주지 말라고 요구하고, 기저귀를 한 번만 쓰 면 아깝다고 널어서 다시 쓰는 등의 학대를 해왔다. 요양보호사는 일을 그만두기 전 까지 자신이 해야 하는 돌봄과 보호자가 요구하는 돌봄 간의 간극으로 갈등해야 했 다.

할머니 치매에요. 치매인데 몸이 다 굳었어요, 그냥. 그 아들이 자기 방식대로 해 요. 밥도 제가 가면은, 제가 가면은 그게 12시간 만에 먹는 밥이에요. 열두시간이 뭐 야? 그 전날 다섯시나 여섯시쯤 아들이 빵 하나 주고 그러고 제가 아침에 가서 밥 주고. 밥도 조금 주라고 그래요. 변 보니까. 저는 많이 줘요. 할머니 얼마나 배가 고 프겠어요? 냉장고 있어서 뭐 먹을 것 있으면 다 챙겨주고요. 아들이 그래요. 반찬 많 이 주지 마세요. 물 많이 주지 말라고 그래요. 오줌 많이 싼다고. 저는 안 그래요.

물도 많이 먹여요. 그 더운데 물 안 먹으면 어떡할 거예요? 물 많이 먹이고 반찬도 많이 드려요. 한 번 기저귀를 제가 보건소에서 타다 줬거든요. 치매지원센터 가서. 오 줌 한 번 싸면은 그거를 널어요, 밖에. 거기 파리가 어휴. (이수연, 재가요양보호사)